10일 오전 장항읍에서 열린 ‘군민과의 대화’ 시간에 성주리에 사는 한 주민은 김기웅 군수에게 따지듯 물었다. 그는 발언에 나서서 성주리는 “김창룡이 태어나 자란 곳이고 이동백과 함께 판소리를 공부한 곳”이라며 “대학 교수들이 찾아와서도 이렇게 방치할 수가 있느냐며 한탄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버스로 단체로 찾아오는 손님들은 먼 데에 차를 주차해두고 온다고 말하고 생가 복원과 진입로 확장을 주문했다.
1941년도에 간행된 ‘조선창극사’는 12인의 판소리 명창에 대해 “중고제, 중고조 또는 호걸제”라는 별도의 부기를 두어 소개하고 있다. 한송학을 필두로 김정근, 윤영석, 백점택, 이창원, 황호통, 박상도, 김충현, 김봉학, 김석창, 이동백, 김창룡에 이르기까지 중고제 명창으로 언급된 이들은 대부분 충청지역에서 태어났다.
이 가운데 서천 출신의 이 동백, 김창룡은 판소리의 전성기를 불러온 근대 5명창 중 한 사람들이다. 5명창 중 두 명을 서천에서 배출한 것이다.
이후 중고제 판소리는 세상에서 잊혀지면서 여기에서 분화해간 서편제, 동편제가 진화 발전하며 현대에 이르러 판소리의 기원이 호남지역인 것으로 오해되며 해당 지자체에서는 이를 그 지역의 문화관광상품으로 활용하기 위해 많은 예산을 들이고 있다.
1990년대에 한 민간 연구가에 의해 서편제, 동편제 이전에 옛날 판소리인 중고제가 충청지역에서 성행했고 서천지역에서 꽃피웠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최근 중고제 복원을 위한 연구가 충청지역에서 일고 있다.
서천군에서도 이에 관심을 두고 몇 가지 사업을 벌였으며 ‘이동백·김창룡 선양 전국악경연대회’도 올해로 6회를 맞았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우리의 전통 음악인 판소리는 세계적인 무형의 문화유산으로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되었다. 그간의 연구에 의해 서편제나 동편제의 모태가 된 옛날 판소리인 중고제 판소리의 본고장이 우리 고장임이 밝혀졌다. 서천사람들의 애환과 정서가 짙게 배어든 음악이 판소리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중고제 판소리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서편제의 현란한 음악적 기교에 식상한 판소리 소비자들이 옛날 할머니들의 음식 맛처럼 담백하고 깊은 맛이 나는 중고제 판소리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우리 군에서도 그간의 노력과는 차원을 달리해 중고제를 우리 지역을 중심으로 되살려낼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