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서경 주석서를 낸 채침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서경 주석서를 낸 채침
  • 송우영
  • 승인 2023.05.04 11:32
  • 호수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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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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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눈만 뜨면 공부했던 아이가 있었다. 훗날 큰 학자가 된 채침이란 인물이다.

그의 조부 채발은 배울 학이 한 글자는 우리 집안의 영원한 전통이어야 한다고 했으며 그의 부 채원정은 아들 채침에게 생각하는 공부를 전수해주었다.

채원정은 논어 위정편 2-15문장 공자님의 말씀 배우되 생각하지 않으면 헛됨이요<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則罔> 생각하되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사이불학즉태思而不學則殆>”을 좇아 두 아들을 주자의 문도로 보내게 되었다.

여기엔 소소할 것 같은 이야기 한 편이 전한다. 어느 날 주자의 이름을 듣고 그에게 공부를 배우고자 찾아갔는데 차를 마시며 차담을 나누던 중 그가 상당한 지식인임을 알고는 주자는 말하길 그대는 나의 벗은 되어도 제자 항렬에 둘 수는 없네그려.” 하며 벗으로 지냈다 한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두 아들 채연과 채침을 그의 문하에 넣는다. 이 중에 특히 채침은 공부가 어찌나 재미가 있던지 밤에 잘 때마다 다음날 공부하고 싶은 설레임을 가슴에 앉고 잠을 청했다 한다.

채침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해준 말은 얘야 공부하거라가 전부란다. 이 말의 시작은 논어계씨편16-13문장에 아버지 공자께서 아들 리에게 하신 말씀 시를 공부했느냐<學詩乎>”가 원전이다. 이 말을 채원정은 아들 채침에게 얘야 공부하거라라며 다소 완곡하게 했던 것이다.

채침은 오로지 눈만 뜨면 공부했다 하는데 그렇게 공부하여 빠른 나이에 여타의 주석서를 냈다. 그중 하나가 서경에 주석을 달은 서간집書簡集이다.

서경은 육예六藝인 예·····의 하나로 서로 불렸다가 한나라에 이르러 책 중에 으뜸이라 하여 상고上古의 서를 어찌 그냥 서로 읽혀야 하느냐며 높이 숭상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아 높을 상을 써서 상서尙書라 불렀던 책이다. 서경은 산문과 시가 혼재되어있는 글로 중국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정치와 문,,,을 아우르는 정치, 철학, 문학, 사서이다. 그래서 조선시대 사대부 가에서는 아들이 장성하여 17세에 이르면 서경을 읽도록 하는데 본래 경전이라 하는 것이 성인의 말인지라 범부가 이해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훗날 밝은 현자들이 나서 주석을 달았는데 그 으뜸을 일러 채침蔡沈의 집전集傳을 든다. 이는 서경 58편에 대한 주석서인 셈이다.

서경이라는 책은 공자의 문도라면 절대로 읽어야 하는 필독서이다. 공자께서는 평소에 말씀하실 때 시경, 서경, 예기를 많이 말씀하셨는데 그중에 서경의 내용이 논어에 많이 기록되어있고 특히 논어 마지막 권인 요왈편은 거의 서경의 축약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터. 이쯤되면 서경은 공문孔門의 기본 교과서인 셈이다.

아성 맹자께서도 수많은 제자와 군주들과 대화함에 있어서 서경의 내용을 많은 부분 인용한 것을 맹자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본래 서경은 공자孔子께서 황제黃帝의 현손玄孫인 제괴帝魁의 서를 얻어 이것을 요임금 순임금 통치기간인 당우唐虞시대 터 진나라 목공穆公에 이르는 3240편의 서를 간추려 1백 편<혹 이본엔 120>의 서를 지은 것이 서경書經의 시작이다. 이에 현존하는 편수는 58편에 이르고 이에 대한 채침의 서경집전書經集傳이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서경집전 성백효역주5쪽 전통문화연구회> 서경의 행간에는 읽는 이에 따라 차이는 있겠으나 두 개의 도도한 물줄기가 흐르고 있는바 역성혁명론易姓革命論과 명호개역론名號改易論이 그것이다. “세상을 바꿔 군주가 될 것인가. 나를 바꿔 치자가 될 것인가이다.

그 중심에 생각하는 공부가 있는 거고, 천자문에 극념작성克念作聖이라 했다. 능히 생각하면 성인聖人이 된다는 말이다. 이 말에 대한 원전은 서경書經 8권 주서周書 다사多士편에 이르기를 성인도<유성維聖> 생각하지 않으면<망념罔念> 미치광이가 되고<작광作狂> 미치광이도<유광維狂> 생각하면<극념克念> 성인이 된다.<작성作聖>”고 했다. 성인과 미치광이의 구분은<언성광지분言聖狂之分> 다만 한 번 생각함에 달렸음을 말한 것이다.<지계일념야只係一念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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