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협력을 위한 호혜성 이타주의
■ 모시장터 / 협력을 위한 호혜성 이타주의
  • 장미화 칼럼위원
  • 승인 2023.06.01 17:45
  • 호수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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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화 칼럼위원
장미화 칼럼위원

그녀는 그를 만나 인생에 단 한 번의 결혼식을 치르고 곧바로 이별을 맞이한다. 그는 그녀에게 평생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그의 유전자를 그녀의 몸속에 남겨 놓고 홀연히 떠났다. 남겨진 그녀는 홀로 아이를 낳지만 돌볼 수가 없다. 그녀가 낳은 딸들이 자라면서 엄마가 낳은 아기들을 돌보고 평생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오로지 그들의 보금자리를 가꾸는 데 일생을 바친다.

기구한 운명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이들은 여왕벌과 왕벌(수펄), 암컷 일벌이다. 번식 능력을 갖춘 암컷은 여왕이 되고, 번식 능력이 있는 수컷은 수펄 또는 왕벌이 된다. 그 외 모든 암컷은 먹이를 모으고 알을 보호하며 여왕과 새끼들의 시중을 담당한다. 각각은 맡은 역할에 충실히 임하며 견고한 사회시스템을 만들어 간다.

벌과 개미 집단처럼 고도화 된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는 이유는 협력과 이타주의적 행동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암컷 일벌은 자기 자식을 낳지 않고 온전히 어미가 낳은 자식들 즉, 자신의 자매들을 보살피는 행동을 하는 이타주의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해밀턴은 1964년 발표한 사회적 행동의 유전적 진화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여왕벌 중심으로 형성된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암컷 일벌들이 희생한 것이 아니라, 암컷 일벌이 자신들의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 오히려 여왕벌로 하여금 계속 알을 낳도록 사육에 가깝게 감시와 통제를 했다는 것이다. 암컷 일벌은 자기가 낳은 자식보다 자매의 유전자와 더 가깝기 때문이다. 리차드 도킨스의 말을 빌리자면 이기적인 유전자를 가진 이타적인 개체인 셈이다. 암컷의 이타성은 집단을 위한 선텍이 아니라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 해밀턴은 친족 선택(Kin Selection)’이론으로 사회성 곤충의 이타성을 증명했다.

그렇다면 친족이 아닌데 이타적인 행동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를 들면, 부리가 닿지 않는 머리의 진드기를 서로 제거해 주는 새들, 굶주린 이웃에게 피를 나눠주는 흡혈박쥐, 대형어류의 기생충을 제거해 주는 청소어, 포식자의 위협을 주변에 알리기 위해 경고음을 보내는 새들처럼 말이다. 이에 대해 1971년 트리버스는 호혜적 이타주의의 진화(Evolution of Reciprocal Altruism)”를 통해 같은 종 또는 서로 다른 종간의 이타주의를 설명하였다. 호혜성 이타주의(Reciprocal Altruism)는 지금 이 순간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보답을 기대하며 남을 돕는 행위로 인간을 비롯한 많은 동물들의 사회성을 진화시켰다.

그러나 호혜성에 위배되는 행동이 포착되면 그 관계는 더 이상 상호작용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한 실험으로 1980년대 정치학자 액셀로드는 죄수의 딜레마 게임 전략 대회를 주관했다. 대회가 끝나고 1981년 윌리엄 해밀턴과 액셀로드는 협력의 진화(The Evolution of Cooperation)”를 발표하였는데 호혜성 이타주의가 가장 적합한 전략임을 입증했다. “Tic For Tat” 전략으로써 상대에게 먼저 신뢰를 보였는데 배신을 한다면 바로 응징에 들어가는 전략이 진화적으로 안정적인 전략이며 호혜성 이타주의가 사회에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만든다. 더불어 리처드 도킨스는 호혜적 이타주의가 진화할 수 있었던 것은 인간의 기억 능력과 상대를 알아차리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언급하였다. 장례식의 조의나 결혼식 부조 문화, 평판을 중시하는 사회, 이기적 행동에 대한 도덕적 공격, 착취나 편법에 대한 처벌은 호혜성 이타주의에 의한 심리적 특징으로 규정될 수 있다.

이처럼 호혜성 이타주의는 인간 행동 및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전자와 사회적 행동의 관계는 이타주의로 표현될 수 있다. 사회적 행동의 주 원리는 협력이고, 협력의 기반은 신뢰가 아닌 관계의 지속성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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