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11월 11일 농민의 날, 전국 농민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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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서천
  • 승인 2023.11.09 03:01
  • 호수 1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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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혁 칼럼위원
최용혁 칼럼위원

작년 농가당 한 해 농업소득이 9485천원으로 2012년 이후 10년만에 최저치였다. 작년 쌀값은 통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하기도 하는 등 농업 경제와 농민의 삶은 뒷걸음질 정도의 표현도 과분한 지경이다. 기름값 오르고, 농자재값 오르고, 비료값 오르고 대출이자 끝을 모르고 오른다. 반면에 농산물 가격은 해마다 폭락을 반복하는데도 대응할 수 있는 이렇다 할 정책은 찾아볼 수 없다. 국가라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정책과 제도를 만드는 사람들은 반복되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들지 않는다. 냉해, 수해, 태풍, 이상기온 등 기후 위기의 직접적인 피해도 점점 더 아프게 살갗을 파고 든다. 안팎으로 농사짓기 참으로 어려운 시절이다.

농업 통계 작성 이래로 최대 폭락했던 벼 값을 보장받자고 주장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윤석열 대통령의 1호 거부권 상대가 되고 말았다. 지난 1017일 진행된 민생, 물가안정 관계 장관 회의에서 경제부총리는 먹거리 물가 안정을 첫 번째 목표로 제시하며 농산물을 그 희생양으로 삼았다. 이에 따라 망고 등 수입과일에 할당관세(TRQ)를 추진하고 배추, 대파, 사과 등 12개 농산물과 쌀 신곡 할인판매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22일에는 고위 당정협의회를 통해 배추 비축물량 방출을 결정한다.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농산물 가격을 낮춰 물가폭등에 대한 분노를 잠재우겠다는 것이다. 정부 조치에 해당하는 품목들은 당장 수확과 출하를 앞두고 있는 것들이다. 농민들이 한 해 동안 뼈 빠지게 농사지은 농산물들의 가격이 결정되는 중요한 때인데, 정부는 오직 할당관세, 할인판매, 비축물량 방출 등의 조치만 중얼거린다. 이미 20년 전 수준으로 떨어진 농업소득도 더 추락하게 되고 불안정한 생산기반 역시 더욱 흔들리게 될 것이다.

농산물이 실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 현재 소비자물가지수의 품목별 가중치를 보면 주식인 쌀조차도 400여 개 품목 중 39위에 불과하며 이는 외식, 커피, 빵보다도 낮은 순위이다. 소비자 물가지수 가중치가 가장 높은 품목은 전월세 등 주거비와 공공요금, 유류비 등이다. 진짜 물가를 잡으려면 집값을 잡고, 냉난방비를 잡고, 기름값을 잡아야 한다. 이에 대한 대책은 전무한 채 농산물 가격만 낮추는 정책으로는 물가는 못 잡고 농민들의 소득만 감소시킬 뿐이다.

1111일은 농민의 날이다. 가을걷이를 마치고 한 해를 갈무리하며 또 다시 내년 농사를 준비하는 과정에 1111, 농민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날이 자리잡고 있다. 기억과 기념은 과거의 사건으로서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와 미래의 계획을 전제로 해서만 가능한 일이다.

대강당에서, 팡파레를 울리며, 더 많은 수출 농업과 더 기술적인 선진 농업에 대한 각오와 격려의 자리를 가지는 것이 왜 필요하지 않겠냐마는, 가장 낮은 곳에서 뜻이 이루어진다고 믿는 자라면 20231111일 서울에서 열리는 전국 농민대회, 그 장엄한 아프팔트 농사를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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