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이승만의 망령을 되살리려 하다니
■ 모시장터 / 이승만의 망령을 되살리려 하다니
  • 정해용 칼럼위원
  • 승인 2024.04.03 22:41
  • 호수 11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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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용 칼럼위원
정해용 칼럼위원

1592(선조25)에 이 땅에서 일어나 7년이나 계속된 임진왜란은 우리 민족사에 가장 부끄러운 역사 중 한 대목이다. 삼천리 강토는 외적에게 짓밟혀 경작지는 70%나 줄어들고 인구 1백만 이상이 줄어드는 큰 피해를 입었다.

당초 이 전쟁은 일본열도를 석권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정식으로 사신을 보내 ()나라를 정복하러 갈 터이니 길을 열어 달라(征明假道)’는 명분으로 침공할 뜻을 분명히 알려왔고, 조선 역시 통신사를 보내 일본의 전쟁 준비 상황을 직접 보고 올 정도로 충분히 예견된 전쟁이었다. 그럼에도 선조 임금의 조정은 충분한 대비를 하지 않고 있다가 고스란히 그 화를 당하고 만 것이다.

그 해 413, 실제로 왜군이 바다를 건너오자 하룻만에 부산포와 동래성이 함락되고 왜군은 파죽지세로 북진해 올라왔다. 아무런 준비가 없던 관군은 조총 소리에 놀라 뿔뿔이 흩어지고, 파발은 하루가 급하게 한양으로 내달려 그 사실을 알렸다. 이를 막으라고 급파한 조선 정규군(사실은 급히 소집된 모병군)이 충주 탄금대에서 단숨에 무너지자(428) 선조는 급히 한양을 버리고 밤길을 달려 평양까지 피신했으며(430), 한양이 왜군의 수중에 떨어진 뒤에는 가장 빠른 속도로 의주까지 달아났다. 거기서 압록강을 건너느냐 마느냐 하는 동안 왜군은 거의 아무런 저항을 받지 않고 평양까지 진격하며 국토를 유린했던 것이다.

조선의 구원 요청을 받고도 해를 넘겨서야 파견된 명나라 원군이 왜군과 벌인 협상의 내용에는 조선 왕을 바꾸고 조선반도를 양분하여 명과 왜가 나누어 갖자는 등의 굴욕적인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전쟁과 놀랍게도 닮은 또 한 편의 부끄러운 전쟁이 바로 1950년의 6.25사변이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명령만 내리면 바로 북한을 수복하겠다고 큰소리치는 신성모 국방장관과 군부를 믿고 매일 같이 북진통일구호를 읊조리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북한이 밀고 내려오자 하루 만에 기차를 타고 목포까지 달아났다. ‘너무 많이 내려간 것이 부끄러워기차를 되돌려 조용히 대전까지 올라갔다(지금도 많은 기록들이 이 부분을 슬며시 제외시키곤 한다). 서울에서는 시민들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간간이 울리는 대포 소리를 들으며 출근을 했고, 그러다가 삐그덕거리며 시내로 진입하는 북한군 탱크를 보고서야 놀라 피난길에 올랐다. 아직 수천 시민들이 다리를 건너는 가운데 상부의 명령만 따르는 헌병들에 의해 한강다리가 폭파되고 최소한 수백 명의 피난민이 폭파되는 다리와 함께 목숨을 잃었다. 그 시각에도 라디오에서는 우리 용감한 국군용사들이 북괴군을 무찌르고 삼팔선을 넘어 북쪽으로 밀고 올라가고 있으니 시민들께서는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라는 이승만의 녹음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북한군이 서울을 장악하자 이승만은 다시 부산까지 달아났다. 그리고 현해탄을 건너가 일본에 임시정부를 세우느니 마느니 논의가 벌어졌다. 의주까지 달아나 압록강을 건너려고 명나라의 승인을 기다리던 선조와 조금도 다를 바 없다.

피난지 부산에 머무는 동안에도 놀라운 일들이 벌어진다. 유엔의 긴급지원 결정에 맞춰 전국에서 긴급 모병한 국민방위군 자원이 50만 명이나 되었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제대로 훈련도 받지 못하고 먹고 입지 못한 채 이리저리 끌려만 다니다가 굶어죽고 얼어죽는 사건이 일어났다. 유엔이 보내준 지원금 중 상당액을 신성모 국방장관 이하 고위 장교, 관료들이 착복하여 제대로 쓰이지 못했던 탓이다. 그 모든 책임의 정점에 이승만이 있었다. 이런 부끄러운 난리를 겪고도 부정부패의 수괴이자 국민 기만과 안보무능의 책임자였던 이승만은 다시 헌법까지 고쳐 대통령직을 유지했고, 휴전 후에는 종신 대통령을 꾀하다가 3.15부정선거의 후과로 4.19혁명에 의해 대통령직을 잃고 하와이로 떠났던 것이다(그의 무능과 불의함은 얼마든지 더 말해줄 수 있다).

이런 부끄러운 이승만을 무슨 국부니 영웅이니 하면서 새삼 떠받들려는 바보 같은 일이 시도되고 있다. 21세기를 맞은 선진 대한민국에서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생각할수록 부끄럽기 짝이 없다. 독재와 부패는, 국민의 무관심과 무지 위에 기생한다는 말이 새삼 실감되는 요즘이다. 인간 대접 받는 나라의 국민으로 살고 싶다면,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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