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일환의 낱말여행 / (86)깟씨
■ 박일환의 낱말여행 / (86)깟씨
  • 박일환 시인
  • 승인 2024.04.03 23:07
  • 호수 1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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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브리어에서 온 낱말
박일환 시인
박일환 시인

나는 교회에 다니지 않지만 예수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은 편이다. 예수가 신의 아들인지 아닌지 믿음이 없는 나로서는 판별할 길이 없다. 성경에 나오는 많은 이적(異蹟)에 대해서도 그게 사실인지 후대 사람들이 지어낸 이야기인지 역시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예수가 생전에 전한 말씀과 행동에 대해서는 경외심을 지니고 있다. 이런 말을 늘어놓는 이유는 다른 국어사전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고, 표준국어대사전에만 올라 있는 특이한 씨앗 이름이 성경과 관련 있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깟씨: 고수의 씨.

깟씨면 깟의 씨앗이라는 말이 되는데, 정작 이라는 표제어는 없다. 그렇다면 이라는 말은 어디에서 왔을까? 지역마다 식물을 부르는 명칭이 다르니 고수를 깟이라고 부르는 지역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상추를 부루’, 부추를 정구지이라고 하는 지역이 있는 것처럼 사람들이 잘 모르는 방언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나의 이런 추론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깟씨는 구약성경에 몇 차례 나온다. 구약의 출애굽기 1631절에 이스라엘 족속이 그 이름을 만나라 하였으며 깟씨같이 희고 맛은 꿀 섞은 과자 같았더라라고 하는 구절이 있다. 이때의 깟씨라는 말은 성경 번역자가 붙인 명칭이며, ‘은 고수를 가리키는 히브리어라고 한다. 초기에 성경 번역을 하던 무렵 우리나라에 고수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먹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히브리어를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그 후 성경을 새로 번역하면서 깟씨대신 고수 씨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고 한다. 국어사전 편찬자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나처럼 궁금증을 가진 이들이 많았던 모양으로,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면 깟씨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낸 이들의 글이 여러 개 뜬다.

고수는 독특한 향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극명하게 갈리는 채소다. 싫어하는 이유로는 비누나 샴푸에서 풍기는 향이 나기 때문이다. 중국이나 동남아시아를 여행할 때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고수 향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다음과 같은 별칭이 생겼겠는가.

빈대풀: <식물> 미나릿과의 한해살이풀. 잎에서 빈대 냄새가 나서 붙여진 고수의 별칭이다. 30~60cm 정도 자라며 줄기는 곧고 가늘며 속이 비어 있다. 지중해 동부 연안 원산의 귀화 식물로 주로 소스나 향료로 사용된다.

<우리말샘>에 올라 있는 낱말인데, 빈대 냄새를 맡아본 이라면 고수를 왜 그런 이름으로 부르는지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적응하기 힘든 향이지만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고수를 좋아하는 이들이 꽤 늘었다. 표준국어대사전의 고수풀이에서는 유의어로 고수풀과 함께 향유(香荽)와 호유(胡荽), 그리고 외래어인 코엔트로(coentro)를 제시하고 있다.

끝으로 표준국어대사전의 문제점을 하나만 짚기로 한다. 고수를 풀이하며 마지막 문장을 잎과 줄기는 동부 유럽이 원산지로 절에서 많이 재배한다.’라고 했다. 그러면 열매는 동부 유럽이 원산지가 아니라는 건가? 추측건대, ‘잎과 줄기는다음에 식용하며를 빼먹었을 것이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은 잎과 줄기는 식용하며, 열매는 향료와 약재로 이용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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