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동생을 지켜주세요.”
더불어민주당 나소열 후보의 딸 여원씨가 5일 보령시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장동혁 후보 측에 “자폐 스펙트럼을 앓고 있는 남동생이 집에서라도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사적 공간 노출만이라도 멈춰달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나 후보의 딸 여원씨가 긴급기자회견을 열게 된 것은 3일 보령시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진행된 TV 방송토론에서 국민의힘 장동혁 후보가 나 후보가 재산축소 신고 의혹을 묻기 위해 나 후보의 기산면 단독주택을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여원씨는 “자폐 스펙트럼을 앓고 있는 남동생이 어릴 적에는 잘 몰랐는데 성장할수록 증세가 심해지면서 엄마·아빠는 물론 가족 모두가 마음 아픈 시간이 더 많아졌다”면서 “정서적 발달장애로 인해 타인과 공감이 어렵고 사회성 발달이 잘 되지 않아서, 평생 오해를 견뎌내며 살아가야 해서 동생이 힘든 삶을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이어 “동생은 중학교 1학년 말부터 집 밖으로 나오는 걸 많이 힘들어했다”면서 “낯선 사람을 멀리하고 외부와 차단된 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공간에 집착했고, (동생이) 아파트에 살기 어려울 정도로 층간 소음도 발생시켰고, 불안증 등으로 인해 등교도 어려워 현재 중학교 2학년에 유예 중”이라고 밝혔다.
여원씨는 “3일 열린 후보자 TV토론에서 국민의힘 장동혁 후보가 한참 동안 들고 있던 우리 집 사진을 남들보다 조금 더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면서 “불안증이 높은 동생이 병원에서 퇴원해 돌아올 보금자리가 흔들릴까 걱정스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원씨는 “저희 집 바로 앞 도로에는 체험학습과 주변 관광을 위해 많은 관광객이 드나든다”면서 “동생 치료 목적으로 구입한 주택이 장동혁 후보에 의해 공개됨에 따라 많은 사람이 저희 집에 관심을 더 가지게 될 것이고, 오픈된 마당과 정원을 통행인들이 호기심을 갖고 들여다볼 수 있지 않을까 걱정됐다”고 말했다.
여원씨는 “낯선 외부인들과 되도록 접촉을 피하면서 동생의 불안증을 없애고, 정서적으로 안정을 위한 치료를 계속해야 하는 데 큰 장애물을 만난 심정이었다”면서 “높은 담장을 올리고 주변 시선을 막는 시설물을 설치해야 할까요, 아니면 아파트처럼 동생이 실내에서만 생활하도록 해야 할까요”라며 반문했다.
여원씨는 “엄마가 동생의 발달장애기 고령에 출산한 자신의 탓으로 생각하셔서 많이 힘들어하셨고, 동생에게 미안해서 최근 2년 동안 거의 웃음을 잃은 채 하루하루 버티면서 살고 계시는데 그런 엄마 아빠를 옆에서 지켜본 저 역시 매번 마음이 아파 울기도 했다”면서 장동혁 후보 측에 “SNS상에 떠도는 우리 집 모습만이라도 내려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그는 “앞으로 발달장애가 있는 제 동생이 집 밖으로 자유롭게 다니고,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사적 공간 노출만이라도 멈춰달라”라면서 “동생이 영원히 은둔형 외톨이로 자신만의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하며 사는 저와 엄마 아빠의 심정을 배려해 동생이 집에서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도록 사적 공간만 노출만이라도 멈춰달라”고 당부했다.
예원씨의 긴급기자회견에 함께했던 양금봉 전 도의원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울음을 터트린 예원씨를 끌어안고 위로한 뒤 “마음 아픈 가족의 사생활, 사적 공간은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나소열후보와 국민의힘 장동혁 후보가 재산 축소 신고 의혹을 제기하며 보령선거관리위원회에 맞고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