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일환의 낱말여행 / (87)꽃나비
■ 박일환의 낱말여행 / (87)꽃나비
  • 박일환 시인
  • 승인 2024.04.12 13:13
  • 호수 11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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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부르고 춤추는 아이
박일환 시인
박일환 시인

꽃과 나비는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그래서 꽃에 내려앉은 나비는 시와 그림의 소재로 자주 등장한다. 이럴 때 대체로 꽃은 여자를 나비는 남자를 상징한다. ‘꽃 본 나비 담 넘어가랴라는 속담이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이 속담의 뜻을 그리운 사람을 본 이가 그대로 지나쳐 가 버릴 리가 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했다. 이보다 더 강한 감정을 실은 꽃 본 나비 불을 헤아리랴라는 속담도 있다. 이 속담에는 남녀 간의 정이 깊으면 죽음을 무릅쓰고서라도 찾아가서 함께 사랑을 나눔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는 풀이가 달렸다. 그렇다면 꽃과 나비를 합친 아래 낱말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꽃나비: <민속> 조선 시대에, 궁중의 잔치 때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던 아이.=무동.

동의어로 제시한 무동(舞童)’은 궁중에서 쓰인 용어가 분명하고, 여러 자료에 그렇게 나와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1432(세종 14)에 외빈(外賓)을 위하여 베풀던 궁중 잔치에 관노 출신의 8살에서 10살 정도 되는 남자아이 60명을 뽑아 춤과 노래를 담당하도록 한 게 시초라고 한다. 그런데 남자아이들에게 기예를 가르쳐 웬만큼 실력을 발휘할 정도가 되면 체격이 커지는 바람에 새로 뽑아야 하는 문제가 생겨 폐지와 부활을 반복하곤 했다. 그래도 조선말까지 궁중 잔치에 무동이 동원되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건 궁중의 무동보다는 민간에서 행한 연희에서 활동한 무동의 존재다. 국어사전에도 궁중 무동과 함께 농악대ㆍ걸립패 따위에서, 상쇠의 목말을 타고 춤추고 재주 부리던 아이라는 풀이가 나란히 실려 있다.

지금은 보기 힘들지만 옛날 사당패 등의 공연에서 어린 남자아이가 어른의 목 위에 올라타서 양팔을 흔들며 춤을 추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다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 무동놀이항목을 찾으면 나이 어린 소년을 뽑아 여장을 시켜 남자 어깨 위에 올라서서 연행하는 민속놀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그러면서 지방에 따라서 꽃받기’, ‘꽃나비’, ‘꽃나부풍장등으로 불린다는 말을 덧붙였다. ‘꽃나비와 함께 꽃받기도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려 있다.

꽃받기: <민속> 농악대, 걸립패 따위에서 행하는 놀이의 하나. 무동이 상쇠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재주를 부리는 놀이이다.

민간에서 연희를 행할 때 무동꽃나비’, ‘꽃받기는 같은 의미를 지닌 말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과연 궁중 연희에서도 꽃나비라는 말을 썼을까? 내가 찾아본 바로는 어떤 자료에서도 궁중에서 꽃나비라는 용어를 썼다는 걸 확인하지 못했다. 궁중 연희와 민간 연희는 구성 방식과 내용이 다르거니와 궁중에서 활약한 무동은 어른의 어깨 위에 올라가 춤을 추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므로 궁중에서 둘을 같은 의미로 썼을 거라고 짐작하기는 어렵다. 국어사전 편찬자가 민간에서 무동과 꽃나비가 같은 뜻으로 쓰인 걸 보고 무리하게 꽃나비를 궁중에서 활동한 무동과 동의어로 연결시키지 않았을까 싶다. 같은 선상에서 표준국어대사전에 동구리라는 표제어를 올리면서 역시 궁중의 무동과 같은 의미로 풀었는데, 동구리 역시 민간 연희에서 꽃나비를 이르던 말이다.

민간 연희에서 사용한 꽃나비라는 말은 남사당패 놀이에서, 나비가 날아가면서 두 날개를 펄럭이며 앉을 듯 말 듯 하는 동작을 추는 춤사위를 뜻하는 나비춤에서 갈라져 나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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