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물떼새의 서식지 서천갯벌
봄이 시작되면서 서천갯벌에서 먹이를 먹고 휴식하기 위해 찾아오는 새들이 있다. 이 새들이 도요물떼새다. 우리나라에서 관찰되는 도요물떼새는 62종이나 된다.
서천갯벌을 포함한 한국의 갯벌은 수많은 조류를 포함한 도요물떼새들에게 중요한 서식지이다. 특히 한국의 갯벌을 서식지로 이용하는 도요물떼새들은 여름철과 겨울철에도 관찰할 수 있지만 봄철과 가을철에 중간기착지로 이용하는 도요물떼새들이 더 많다.
이같은 도요물떼새들이 어디에서 한국의 갯벌로 이동해 왔다가 어디로 이동해 가는지, 그리고 같은 개체가 매년 한국 갯벌에 도래하는지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도요물떼새들의 이동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조사자들이 다리에 유색가락지와 링을 부착하거나 글씨가 새겨진 유색가락지를 부착해 연구를 시작했다. 이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 도요물떼새 대부분은 뉴질랜드, 호주, 동남아시아에서 월동기(비번식기)를 지내고 러시아와 중국 동북부, 미국 알레스카를 번식지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최근에는 기술의 발달에 따라 지오로케이터(Geolocater)나 위치추적기(Transmitter)를 부착해 이동 연구를 하고 있다.
2012년 봄철부터 2023년 가을철까지 12년 동안 금강하구의 갯벌(서천갯벌과 군산갯벌)을 비롯한 여러 지역의 갯벌에서 가락지를 부착한 도요물떼새를 조사한 결과, 매년 금강하구의 갯벌을 비롯한 여러 지역의 갯벌을 중간기착지로서 반복적으로 찾아와 서식지로 이용하는 도요물떼새들을 확인했다. 또한 어떤 해에는 금강하구의 갯벌을 중간기착지로 이용했다가, 다른 해에는 다른 지역의 갯벌을 중간기착지로 이용하는 도요물떼새도 관찰하기도 했다.
특히 위치추적기를 부착한 큰뒷부리도요가 매년 반복적으로 금강하구의 갯벌을 중간기착지로 이용하는 것을 관찰하기도 했다. 위치추적기를 부착한 뉴질랜드의 ‘푸코로코로 미란다 도요물떼새 센터’가 보내준 이동경로를 확인해 보면 갯벌이 드러나는 썰물 때에는 금강하구의 갯벌에서 먹이를 먹고, 바닷물의 수위가 높아진 만조 때는 서천 해안의 모래톱이나 자갈밭, 그리고 새만금갯벌과 준설토 투기장(금란도)으로 잠시 이동하는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먼 거리 이동하는 큰뒷부리도요
이 도요물떼새 중에서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 살아가는 종이 ‘큰뒷부리도요’다. 이 큰뒷부리도요가 시기에 따라 어느 장소로 이동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13년 전부터 서천갯벌에서 조사를 해왔다. 이 중에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 동안 봄철마다 관찰된 새가 있다. 그 새는 바로 꼬리에 위치추적기와 다리에 유색 가락지를 매단 큰뒷부리도요(W4BBRW)이다. 이 새에게 연구 목적으로 위치추적기를 매단 곳은 뉴질랜드의 ‘푸코로코로 미란다도요물떼새센터’이다. 그동안 이 단체에서 조사 활동을 하고 있는 아드리안 리겐(Adrian Riegen)씨와 이 새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았다.
이 큰뒷부리도요(W4BBRW)는 큰뒷부리도요 중에서도 아종인 ‘바우에리(baueri)’에 속한다. 이 ‘큰뒷부리도요 바우에리(baueri)’라는 아종은 남반구인 뉴질랜드에서 비번식기인 9월 하순부터 3월 하순까지 머무르다가 이동 시기가 되면 북반구를 향해 북상하기 시작한다. 중국과 러시아 동북부 지역의 시베리아, 미국의 알래스카에 있는 툰드라 지역을 번식지로 이용하기 위해서다. 북상하는 도중에 우리나라의 서해안과 중국 동해안에 있는 황해갯벌, 일본의 갯벌을 중간기착지로 이용한다. 큰뒷부리도요(W4BBRW)의 이동 연구 결과를 보니, 뉴질랜드에서 서천갯벌까지 총 8일 동안 한 번도 쉬지 않고 곧장 날아왔다. 이곳 중간기착지에서 대략 짧게는 15일, 길게는 40일 넘게 먹이활동을 하면서 휴식을 취한 다음 번식지로 향한다. 번식을 마친 큰뒷부리도요는 7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다시 월동지(비번식지)를 향해 남하하는데 북상했던 이동 경로와 달리 하와이 근처의 태평양 상공을 가로질러 곧장 월동지인 뉴질랜드로 이동을 했다. 이렇게 1년 동안 총 이동거리가 대략 2만 9000km 이상이 되었다.
큰뒷부리도요는 3년생부터 번식을 할 수 있다. 태어나서 남하하는 첫해를 제외하고 3년생부터 번식지까지 왕래하는 장거리 비행을 시작하는데 수명이 평균 20년 정도 된다고 하니, 17년 동안 비행한 총 이동거리는 대략 49만 3000km 이상이 된다고 계산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대략 40만km) 보다 더 먼 거리를 평생 동안 날아서 이동한다는 것이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랍고도 대단한 비행이다.
큰뒷부리도요(W4BBRW)가 2020년에 이동한 경로를 보면, 뉴질랜드를 출발해 8일 동안 평균 시속 60km 정도로 한 번도 쉬지 않고 날아서 먼저 순천만 갯벌에 도착했다가 서천갯벌로 이동을 했다. 이 지역의 갯벌에 47일 동안 머무르면서 갯지렁이를 먹으면서 생활을 했다. 2021년 봄철에 서천갯벌에 머무를 때는 새만금 신공항과 수상태양광 발전 시설 건설 예정지를 가로질러 이동한 기록도 나와 있다.
서천갯벌에서 에너지 비축하고 번식지로
큰뒷부리도요(W4BBRW)는 서천갯벌에서 에너지를 충분히 비축하고서 다시 서천갯벌에서 출발해 5일 동안 쉬지 않고 날아서 알래스카로 이동을 했다. 이곳에서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우기 위해 112일 정도 머물렀다. 다시 남하하는 시기가 되어 남쪽을 향해 9일 동안 최대 시속 88km, 평균 시속 54km의 속도로 한 번도 쉬지 않고 비행을 해서 뉴질랜드의 미란다갯벌에 도착했다.
2020년과 2021년, 2022년, 2023년 가을철에 알f래스카로부터 뉴질랜드로 남하해 이동한 경로, 그리고 2021년과 2022년, 2023년 봄철에 뉴질랜드로부터 우리나라로 북상해 이동한 경로가 약간 다르긴 했으나 생존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그림 1>)
그런데 더욱 놀라운 일은 그 해에 태어난 큰뒷부리도요 어린새가 어느 정도 비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되면 부모인 어른새들이 먼저 남쪽을 향해 장거리 이동을 해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린새는 장거리 비행을 할 정도의 에너지를 충분히 비축할 때까지 더 머무르다가 부모가 이동한 경로를 따라서 1∽2주 후에 남쪽을 향해 장거리 이동을 한다. 한 번도 비행하지 않은 경로를 부모가 안내해주지 않는데도 말이다. 우리 사람으로서 이해할 수 없는 이동에 대한 특별하고 놀라운 능력을 보여준다 하겠다.
몇 년 전 뉴질랜드의 미란다갯벌을 찾아가기 위해 비행기를 이용한 적이 있다. 당시 인천공항을 출발해 오클랜드공항까지 이동하는 데 11시간이 걸렸다. 엄청난 연료를 사용하면서 비행한 것이다. 기후변화를 악화시키는 이산화탄소과 같은 온실가스를 엄청나게 배출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 큰뒷부리도요(4BBRW)는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어떠한 물질도 배출하지 않으면서 오로지 자신의 능력만으로 이렇게 장거리를 이동한 것이다. 정말 위대하고 대단하지 않은가. 봄과 가을이 되면 서천갯벌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 큰뒷부리도요를 포함한 도요물떼새가 기다려지고 이들을 내 눈으로 관할하면 너무도 반갑고 기쁘다.
도요물떼새 서식지 보전·복원에 적극 나서야
큰뒷부리도요처럼 비교적 큰 새들은 한 번에 쉬지 않고 장거리를 이동하지만 이보다 작은 새들은 짧은 거리를 날아서 여러 지역을 징검다리 삼아 이동을 한다. 아무튼 모든 새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매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비번식지(월동지), 중간기착지, 번식지 모두가 중요하고, 특히 먹이활동을 하는 먹이터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휴식지, 잠을 잘 수 있는 잠자리 등의 서식지와 이 서식지를 왕래하는 이동경로도 아주 중요하다. 이 같은 서식지와 이동경로가 잘 유지되고 보전되어야 만이 갯벌을 이용하는 도요물떼새들이 온전히 살아갈 수 있다.
새를 대상으로 직접 사냥을 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새들의 생존에 꼭 필요한 서식지가 무분별한 개발로 파괴되거나 이동경로 상에 풍력발전기와 송전탑, 대형 건물 등 인공적인 구조물이 들어섬으로써 새들의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더욱이 기후변화가 심해져 기상 상황이 예년과 달라져 바람의 방향과 속도가 바뀌거나 먹이가 되는 생물의 서식 상황이 바뀌면서 새들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금강하구의 갯벌(서천갯벌과 군산갯벌)에 도래하는 도요물떼새들이 잘 서식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먹이터로 이용하는 이 지역의 갯벌을 잘 보전해야 하고, 일부 지역이라도 갯벌로 복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만조 때 휴식지로 이용하는 준설토 투기장(금란도)과 새만금갯벌을 잘 보전해야 한다. 준설토 투기장(금란도) 개발과 새만금 신공항 건설을 계획한 대로 추진한다면 도요물떼새들이 생존하는 데 치명적인 위협이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같은 개발계획을 철회하고, 오히려 준설토 투기장(금란도)과 아직 남아있는 새만금갯벌을 서천갯벌처럼 세계유산으로 추가 등재하여 보전과 관리하기를 바란다. 더 나아가 만조 때 새들이 유부도와 대죽도에 위치한 폐염전 부지를 휴식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폐염전 부지내의 바닷물 수위가 어느 정도 이상으로는 올라가지 않게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한편 금강하구의 갯벌은 모래가 많은 모래펄갯벌이었던 것이 점점 뻘이 많은 펄갯벌로 바뀌고 있고, 갯벌 표면에 쌓이거나 바다로 유입되는 유기물이나 염양염류가 적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유는 연안에 도로나 제방 등 인위적인 시설이 건설된 것도 한 원인이지만, 금강하굿둑 건설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판단한다. 금강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유기물과 퇴적물이 바다와 갯벌로 어느 정도라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와야 금강하구의 갯벌과 바다가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기에 좋다.
따라서 금강하굿둑을 일부라도 개방하여 금강하굿둑 내외측의 일부 구역이나마 해수유통이 이루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다른 지역의 갯벌과 해양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도 갯벌 복원(역간척)과 방조제의 수문이나 하굿둑의 수문을 일부라도 개방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강과 하천의 하구에서 계절에 따른 강수량의 변화에 맞게 강물의 유량 변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계속적인 조사 활동, 생태관광으로 연계해야
앞으로 한국의 갯벌에 도래하는 모든 조류의 종과 개체수 조사를 진행하는 것과 함께, 가락지와 위치추적기를 부착한 도요물떼새에 대한 이동 연구를 통해 도요물떼새의 종 보전과 먹이터인 갯벌, 휴식지, 번식지 등 서식지, 그리고 이동경로를 보다 더 잘 보전되기를 바란다.
갯벌이 보전되면 도요물떼새와 다른 조류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것뿐 아니라 결국 갯벌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지역 주민들의 생업활동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연구자와 사진작가, 탐조객들이 도요물떼새를 비롯한 많은 새들을 위협하지 않고잘 관찰할 수 있는 밀폐형 탐조대를 설치가 필요하다. 지역주민들이 갯벌 보전의 주체가 되고, 갯벌 보전을 통한 경제적 혜택이 지역주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생태관광, 지속가능한 관광과 같은 현명한 이용 방안을 보다 엄밀하고 체계적으로 준비해 진행해야 한다. 이를 실천하는 것이 결국 생물다양성 증진과 기후변화 저감 또는 탄소중립 실현, 인류의 문화다양성 증진, 지속가능한 지역 활성화에도 기여하게 된다.
<주용기 시민기자, 전북대학교 연구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