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부는 그침 없이 꾸준히 하면 될 일이다
■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부는 그침 없이 꾸준히 하면 될 일이다
  • 뉴스서천
  • 승인 2024.04.13 23:01
  • 호수 1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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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영
송우영

인류에 가르침과 배움을 모두 실천으로 보여주신 분을 찾는다면 아마도 공자님을 비껴가기는 쉽지 않으리라. 공자님의 가르침이라는 것이 너무 고차원적이라거나 달을 보라는데 어찌 손가락만을 보냐는 식의 그러한 현학玄學에 가까운 물음도 아니다.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듣고 보고 실천할 수 있는 수기안인修己安人정도가 전부라 하여 그저 제 한 몸 바르게 잘 닦아서 남을 편안하게 해주는 데서 시작된다고 했다.

몸을 바르게 닦는다는 것을 주자와 그의 제자 유자징이 함께 편했다는 소학 책 초두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쇄소灑掃응대應待진퇴進退지절之節물뿌리고 마당 쓸며 응하고 대하며 나아가고 물러서며 하는 일들을 절도에 맞게 한다는 말이다.

물을 뿌리고 마당을 쓴다는 쇄소灑掃 교육은 옛사람이 자녀교육에 있어서 꽤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이다. 당시 주자의 문하에는 고관대작의 자녀들이 많이 들락거렸다. 저들은 부모의 지위와 가문이 주는 중량감으로 인해 평생을 물통은커녕 빗자루 한번 잡아볼 일 없는 그런 위치의 자녀들이었다. 그런 자녀들에게 주자께서는 글공부에 앞서 몸을 수고롭게 하는 수신의 공부로 쇄소灑掃를 가장 먼저 했던 것이다. 옛날 글방의 공부 과정 중 하나가 청소이다. 청소를 하루에 네다섯번 정도 하는데 글방이라야 여느 훈장이 다 그러하듯 규모가 크지를 않아 마당도 있는 둥 마는 둥, 방이라야 한 두어 번 비질하면 끝나는 정도의 크기지만 새벽에 일어나 한 번 청소하고 매 식사 후 또 청소하고 잠들기 전에 또 청소한다.

이러한 청소가 공부하고 무슨 상관이 있냐고 하겠지만 삶을 변화하고 싶다면 청소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횡거 장재 선생은 제자들에게 밝히신 바 있으시다. 청소하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에는 경전을 펴 놓고 글공부를 한다.

일찍이 공자님께서는 자신의 공부관을 밝히셨는데 논어 술이편7-19문장을 이렇게 기록한다. “나는 날 때부터 저절로 안 사람이 아니니라.<아비생이지지자我非生以知之者> 옛글이 좋아 부지런히 구해서 공부한 사람이니라.<호고민이구지자야好古敏以求之者也>”

이 문장을 논어 계씨편 16-9문장은 이렇게 풀어 기록한다. 자님 말씀에<공자왈孔子曰> 날 때부터 아는 자가<생이지지자生而知之者> 으뜸이요,<상야上也> 공부해서 아는 자가<學而知之者> 다음이며,<차야次也> 곤경을 당해봐야 그때 깨달아 공부하는 것도<곤이학지困而學之> 또한 그 다음이며,<우기차야又其次也> 곤경을 당해 봐놓고도 여전히 공부하지 않나니<곤이불학困而不學> 이는 백성으로서 가장 아랫니라.<민사위하의民斯爲下矣>”

이를 공자님의 손자 자사는 좀 더 따뜻한 말로 이렇게 위로한다. “혹자는 나면서부터 알기도 하고<혹생이지지惑生而知之> 혹자는 공부해서 알기도 하고<혹학이지지惑學而知之> 혹자는 애써 공부한 뒤에야 알기도 하나니,<혹곤이지지惑困而知之> 결국에 가서는 알아진다는 점에서는 다 똑 같다.<급기지지일야及其知之一也>”고 했다. 그러니까 다소의 똑똑유무는 있겠으나 끝까지 그치지만 않고 공부한다면 종국에 가서는 다 알아진다는 말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사실 공부라는 것은 똑똑유무가 있는 게 아니다 혹자는 말하길 일머리, 공부머리 이런 식으로 말하기도 한다마는 일머리가 좋으면 그 일머리 틈으로 공부하면 되는 거고 공부머리가 좋으면 그 공부머리 틈으로 일도 해가면서 또 공부하면 더 좋은 거고...

어떤 식으로든 공부를 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주자의 벗 여조겸은 공부의 때를 크게 둘로 구분했는데 어려서의 공부와 노년에 이르러서의 공부가 그것이다. 어려서의 공부는 뭔가를 이루기 위한 시작의 공부라 했고 노년에 이르러서의 공부는 그간의 삶을 정리하기 위한 마침의 공부라 했다. 이를 정관정요 군도편에서 위징은 이렇게 말한다. “처음 시작을 잘하는 사람은 많으나<유선시자실번有善始者實繁> 끝을 맺는 이는 실로 드므니라.<능극종자개과能克終者蓋寡>” 비록 일람첩기一覽輒記<한번만 봐도 모두 기억해 내는 총기>의 능력은 아니어도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이라 했듯이 공부는 넉넉한 여유로이 꾸준히 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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