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이(1)
수영이(1)
  • 뉴스서천
  • 승인 2002.04.18 00:00
  • 호수 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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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친구 수영이 얘기 한번 해볼까요?
정말 친한 친구예요. 키는 저만하구요, 몸은 저보다 뚱뚱해요. 학교에서는 여자아이들이 수영이 보고 꽃돼지라고 놀려요. 언젠가 수영이가 입고 온 옷에 꽃을 단 돼지 그림이 있었는데 그걸 보고 그러는 거예요. 하지만 우리 할머니는 수영이가 저보다 훨씬 건강해 보인다며 부럽다고 하셨어요.
수영이와 저는 똑같이 3학년이에요. 그것말고도 똑같은 건 아주 많아요. 우린 같은 학교에 다니고요, 같은 아파트에 살고요, 같은 학원에 다녀요. 1101호 우리집 문을 열면 1102호 수영이네 집 문이 보여요. 그러고 보니 문도 똑같아요.
수영이와 전 같은 어린이집에 다녔었는데, 어느 날 수영이가 가방 속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 나에게 주면서 우린 친해지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도 같은 아파트로 이사오게 된 거예요. 엄마 아빠도 아주 친하게 지내세요. 지난 여름엔 수영이네와 같이 바닷가에도 다녀왔어요.
수영이 엄마 아빠, 두 분 모두 늦게 퇴근하시는 날엔 우리 집에서 같이 밥도 먹어요. 우리 집엔 할머니가 계시거든요. 할머니는 수영이와 우영이가 와서 같이 놀 때면 전쟁터 같다고 얼굴을 찡그리시지만요 며칠동안 수영이네가 여행을 가서 안보이면은 “고녀석들 또 엄마 말을 얼마나 안 듣고 까불고 있을꼬?” 하시며 궁금해하세요.
얼마 전엔 아파트 앞에서 개구리를 잡았어요. 풀숲에서 수영이가 개구리를 발견했는데 아마 겨울잠에서 막 깨어난 개구리였나 봐요. 우린 개구리에게 놀이동산에 있는 놀이기구를 태워주자며 다리에 실을 묶어 바이킹도 태워주고, 뱅글뱅글 도는 회전목마도 태워줬어요. 그런데 잘 돌아가던 개구리가 갑자기 실이 풀리면서 우리 동에서 제일 사나운 902호 아줌마 차 앞유리에 털썩 떨어져 버린거예요. 우린 유리가 깨진 줄 알고 놀라서 막 도망갔어요. 집에 한 시간 정도 숨어 있다가 궁금해져서 다시 나가보니 유리는 괜찮은데 개구리가 죽어있었어요.
“우리 묻어줄까? 할머니가 동물 함부로 괴롭히면 나중에 지옥에 가서 벌받는다고 하셨어. 자기가 동물한테 한 것처럼 똑같이 그 동물한테 괴롭힘을 당한대.”
“뭐? 그럼 개구리가 우리한테 바이킹을 태워준다고? 그것 참 재밌겠다.”
수영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면서 말했어요.
“넌 걱정도 안 돼? 아무튼 난 묻어줄래. 불쌍하잖아. 겨울동안 잠만 자서 배도 고팠을 텐데….”
결국 우리는 아파트 뒷산 한 구석에 개구리를 묻어주었어요. 그리고 잠시 고갤 숙이고 “미안하다. 개굴아. 네가 죽을 줄은 몰랐어. 나중에 죽어서 우리 만나도 괴롭히지 말아줘. 우린 그래도 묻어주긴 했잖아.”하고 사과도 했어요.
그 날 나는 수영이네 집에 가서 일기를 썼는데 제목은 ‘개구리’ 이었어요. 그걸 보고 수영이도 따라서 썼는데 못 보게 해서 잘 읽진 못했지만 마지막 부분에 이렇게 써 있었어요.
“…… 정말 재미 있었다.”
<계속>

<함께읽는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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