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지역에 근원을 두고 이어온 옛날 판소리를 중고제라 하며 이를 집대성한 사람이 강경의 김성옥이다. 그의 아들 김정근이 서천으로 와서 이동백과 김창룡을 가르쳤다. 두 명창은 일세를 풍미한 대명창으로 중고제를 꽃피웠으며 근대 5명창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두 명창은 1933년에 조선성악연구회 창립에 주도적 역할을 했으며 일제 치하에서 우리의 소리 계승 발전에도 큰 역할을 했다.
이처럼 서천군은 근대판소리 5대 명창이자 중고제 판소리의 대가인 이동백 ,김창룡을 보유하고 있으나 선양사업이 부족했고 문화 상품으로 끌어올리는 데에도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군은 지난해 ‘명창 이동백·김창룡 자료 종합 조사 및 선양사업 기본 구상’에 대해 연구 용역을 수행하기도 했다.
용역을 맡은 충남역사문화재단은 이동백, 김창룡에 대한 자료 종합조사와 선양사업 발굴을 통해 두 명창과 중고제 판소리를 서천군의 대표 문화 브랜드로 육성하는 데 목표를 두고 연구 용역을 수행해 지난 12월 최종발표회를 가진 바 있다.
그러나 정작 서천 주민들이 중고제 소리를 향유하지 않는다면 중고제 소리는 박물관의 유물처럼 되고 말 것이다.
중고제 소리를 직접 배워 ‘살아있는 서천의 문화’로 자리매김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서천군문화예술창작공간(미곡창고)에서 매주 목요일 저녁 박성환 명창으로부터 중고제 소리를 배우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군이 후원하는 ‘중고제 우리 소리 한마당’ 프로그램에는 모두 20여 명의 주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총 10회의 강습을 목표로 지난 23일 6회까지 진행됐다. 이들이 배우는 소리는 단가인 백발가와 이동백의 새타령 등이다.
이들 중에는 지난해에 처음 개설된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 10월에 서천에서 열린 ‘제2회 중고제 소리축제’에서 창극 공연에 출연해 큰 역할을 맡았던 사람들도 있다.
지난 23일 소리를 배우러 온 임동범 화백을 만났다. 그는 종천면 화산리 이장으로 종천면주민자치회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동백 명창이 종천면 도만리 분인데 종천 사람들이 먼저 배워야 하지 않겠는가”
그는 종천면주민자치회에서 이동백 생가지에서 용굴(이동백 명창의 득음처)까지 ‘이동백 소리길’을 조성하기 위해 논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빠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대부분은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옛날 소리가 우리 정서에 맞을가?”라며 의문을 표시할 수도 있다.
이에 박성환 명창은 “판소리는 오랜 옛날부터 우리 정서 깊은 곳에 자리잡은 문화 예술이며 중고제 소리는 충청인의 혈관 밑바닥에 면면히 흐르고 있어 금세 빠져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