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일환의 낱말여행 / (95)땅볼
■ 박일환의 낱말여행 / (95)땅볼
  • 박일환 시인
  • 승인 2024.06.13 09:46
  • 호수 11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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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환 칼럼위원
박일환 칼럼위원

도시 농부의 일상을 다룬 책을 읽다 부추낫이라는 낱말을 만났다. 국어사전 표제어에는 오르지 못한 낱말이다. 그런 낱말이 한두 개는 아니므로 부추낫이 국어사전에 없다고 해서 탓할 일은 아니다. 대신 같은 도구를 가리키는 톱낫톱날낫이 국어사전에 올라 있으며, 뜻은 날에 톱니가 있는 낫. 새끼를 자르거나 가마니 따위를 벨 때 쓴다라고 풀이해 놓았다. 부추낫 역시 날에 톱니가 있으며, 부추와 같은 채소를 벨 때 많이 쓴다.

농경 사회에서 낫은 호미와 더불어 매우 중요한 농사 도구이다. 요즘은 기계가 농사를 짓는다고 할 정도로 많은 부분을 기계에 의존하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낫과 호미는 농가의 필수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낫의 용도는 무척 다양하며 그에 맞게 다양한 형태의 낫을 만들어 썼다. 보통 낫보다 자루가 조금 더 긴 것을 황새낫, 그보다 자루가 더 길어 갈대 등을 베는 데 쓰는 것을 벌낫이라고 하며, 먼 곳에 있는 것을 걸어 잡아당기는 데 편하도록 만든 것을 거낫 혹은 걸낫이라고 한다. 보통의 낫보다 날의 길이가 짧은 건 버들낫, 방망이나 홍두깨 따위를 깎는 데 쓰는 건 깎낫이라고 했는가 하면 담뱃귀를 따는 데 쓰는 작은 낫은 담뱃낫이라고 불렀다. 담배 농사를 짓는 농가가 사라지면서 담뱃낫도 덩달아 사라졌다. 가장 특이한 낫이라고 하면 밀낫을 들 수 있겠는데, 날이 안쪽이 아니라 바깥쪽에 있도록 만든 다음 풀을 밀어서 깎는 데 쓰는 낫이다. 서서 작업할 수 있도록 자루를 길게 만들었다.

한편 낫의 종류를 크게 조선낫과 왜낫으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조선낫은 낫날이 두껍고 손잡이 속에 박히는 뾰족한 부분이 비교적 긴 재래식의 낫을 말하며, 나무를 베는 데 편리하다. 왜낫은 이와 반대로 날이 얇고 짧으며 자루가 긴 낫을 가리킨다. 요즘 시골에서 많이 쓰는 낫은 주로 왜낫이다. 조선낫을 설명하며 속에 박히는 뾰족한 부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 부분을 가리키는 용어를 아는 사람도 드물다. 낫이나 호미를 자루에 고정시키기 위한 것으로, 슴베라는 말로 불렀다.

낫을 이루는 구성 요소에 대해서도 각기 이름이 있는데, 낫날이나 낫자루, 낫등 같은 말은 들으면 어떤 부분을 가리키는지 바로 알 수 있다. 그런데 땅볼이라는 말이 낫과 관련이 있다고 하면 뜨악하게 여길 사람이 많을 줄 안다. 땅볼이라고 하면 주로 축구나 야구 따위에서, 차거나 쳐서 땅 위로 굴러가는 공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우리말 과 영어 ‘ball’을 합쳐서 만든 말이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낫질을 할 때 낫의 날이 땅 쪽에 닿는 면을 뜻하는 땅볼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땅에 닿는 부분을 볼이라고 표현한 게 재미있게 다가오는 말이다.

그렇다면 낫질을 할 때 땅의 반대쪽, 즉 하늘을 향한 부분은 하늘볼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하늘볼이라는 말은 국어사전에 없다. 이왕이면 짝을 이루도록 하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애초에는 하늘볼이라는 말이 있었다가 시나브로 사라졌는지도 모를 일이긴 하다. ‘땅볼이라는 말도 거의 사라진 셈이나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낫과 관련한 땅볼[땅볼]로 읽어야 할까, 아니면 [땅뽈]로 읽어야 할까? 국어사전에서는 된소리인 [땅뽈]로 읽어야 한다고 했다. 예전 사람들이 정말로 그렇게 발음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으나 내 느낌으로는 된소리를 내면 이 주는 부드러운 어감이 살아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축구나 야구에서 사용하는 용어인 땅볼은 또 어떻게 발음해야 할까? 국어사전에는 별도의 발음 표시가 없다. 표시가 없다는 건 그냥 예사소리인 []로 발음하라는 얘기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된소리를 적용시켜 [땅뽈]로 발음하고 있다. 국어사전 편찬자가 만든 규칙이 현실과 어긋나게 땅볼을 차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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