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달팽이의 경고
■ 모시장터 / 달팽이의 경고
  • 장미화 칼럼위원
  • 승인 2024.06.20 17:06
  • 호수 11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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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화 칼럼위원
장미화 칼럼위원

얼마 전 조사 목적으로 울릉도에 다녀왔다. 울릉도를 대표하는 종이자 멸종위기 2급으로 분류된 울릉도달팽이를 찾기 위해서였다. 울릉도에 서식하는 다른 달팽이와 달리 울릉도달팽이는 울릉도에서만 발견되는 특산종이다. 2016년까지만 해도 발견되었던 울릉도달팽이가 최근 조사에서는 일부 폐각만 발견될 뿐이라는 정보를 가지고 서천에서 출발했다.

조사를 위해 차량을 선적해야 했기 때문에, 울릉크루즈 승선 마감 1시간 전에 포항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요즘 울릉도 여행 시즌인지라 이미 많은 사람들이 대기를 하고 있었다.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려 배가 뜰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오히려 이런 날씨라면 울릉도달팽이를 찾기에는 조금은 유리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들었다. 다행히 6시간 30분 동안 달려 울릉도에 무사히 입도하였다. 도착하자마자 34일 동안 새벽과 밤을 가리지 않고 조사 정점을 기준으로 울릉도달팽이를 찾아다녔지만, 결국 아쉽게 찾지 못하고 돌아오게 되었다.

비가 오는 날이나 안개가 낮게 깔린 새벽녘에 집 앞만 나가도 달팽이를 종종 볼 수 있었던지라, 울릉도에서도 날씨환경과 서식지만 잘 찾는다면 발견할 수 있으리라 자만했던 것 같다. 이번 경험을 통해 울릉도달팽이든, 우리 집 앞 달팽이든 그들의 존재가 새삼 다르게 느껴졌다.

4일간의 일정이 고되었는지, 평소 체력이 그다지 좋지 않은 편이라 이틀간 누워있을 정도로 지쳐 있었다. 누워서 곰곰이 드는 생각이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과 리비히의 법칙과의 연관성이었다. 리비히의 최소량 법칙(Law of Minimum)은 식물의 성장에 필요한 필수 영양소 중 성장을 좌우하는 것은 넘치는 요소가 아니라 가장 부족한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론이다. , 식물이 성장하는 데에는 탄소, 수소, 질소, 산소, , , 칼슘, 마그네슘, 망간 등 10여가지 원소가 필요한데, 만약 이 가운데 마그네슘이 필요량에 미치지 못한다면 다른 9종류의 필수 원소가 아무리 많이 있어도 식물은 성장할 수 없다는 말이다.

미국 생태학자 하워드 토머스 오덤은 리비히의 최소량 법칙을 모든 생물군에 확대 적용했다. 생물 성장에 필수불가결한 조건으로 에너지 흐름, 물질 순환, 온도 등 환경조건과 생물간 맺는 상호 관계성을 들었다. 이중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생물은 살아갈 수 없다는 의미이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이를 생물뿐만 아니라 대상을 넓혀 사고에 응용했다. 예를 들면 모닥불을 피우려고 했는데 불이 붙지 않는다면 연료, 산소, 발화점을 필요한 인자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장작이 젖어서 발화점 이상으로 열을 낼 수 없다거나, 태우려고 한 연료가 불연성 합성수지였다는 식으로 실패의 원인을 알아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어떤 현상에 불가결한 인자를 전부 알고 있을 때는 문제가 간단하지만, 생태계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그 불가결한 인자를 쉽게 알아채기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그는 정치든, 경제든, 사업이든 성공하고 싶다면 성공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인자를 추출해야만 하고, 그것을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이 리비히의 최소량 법칙이 알려준 가르침이라고 말했다.

서천의 멸종위기종은 국립생태원에서 발간한 멸종위기 야생생물통계 자료집(2023)에 의하면 멸종위기 17(포유류 1, 조류 6)과 멸종위기 225(포유류 1, 조류 24)으로 총 32종에 달한다. 그때는 흔했던 생물들이, 지금은 보기 어렵게 되고, 미래에는 사라지게 되는 아쉬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을 반복해야 할 만큼 우리는 어리석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리비히의 최소량 법칙이 알려준 가르침대로 모든 생물이 잘 살아가는 데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부족함이 없도록 자연에 대한 무책임한 개발과 탐욕을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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