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낫과 관련한 낱말을 소개한 김에 이번에는 호미와 관련한 낱말을 알아볼까 한다. 방금 ‘소개한 김에’라고 했는데, 여기에 쓰인 ‘김’과 동음이의어로 ‘논밭에 난 잡풀’을 뜻하는 ‘김’이 있다. 이 잡풀을 제거하는 걸 ‘김을 맨다’라고 하며, 이때 사용하는 도구가 호미이다.
서양 사람들 사이에 호미 열풍이 불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온라인 상품업체 아마존닷컴에서 한국 호미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으며, 화단이나 정원 가꾸기에 호미가 안성맞춤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덕분에 사양길로 접어들던 전통 대장간이 살아나고 있다는 말까지 들리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낫에 여러 종류가 있듯이 호미 역시 마찬가지다. 용도에 따라 논호미와 밭호미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논호미는 국어사전에 표제어로 올라 있지만 밭호미 항목은 없다. 호미라고 하면 대부분 밭에서 사용하는 농구를 가리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지역별로도 다양한 형태의 호미가 존재하는데, 그건 지역마다 토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황토가 많은 남도 지역과 돌이 많은 강원도 등 산간 지역에서 사용하는 호미를 같은 형태로 만들어 쓸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바닷가에서 조개 등을 채취할 때 쓰는 호미도 따로 있다.
그중에서도 특이한 건 왼호미라는 물건이다. 다른 도구들은 왼손잡이냐 오른손잡이냐에 상관없이 두루 사용할 수 있지만 호미만큼은 왼손잡이가 사용하기에는 매우 불편한 형태를 하고 있어서 그렇다.
호미는 땅에 골을 내거나 김을 맬 때 사용한다. 그러자면 흙을 긁어내거나 파내서 뒤집어야 한다. 이때 호미로 떠 낸 흙을 호밋밥이라고 한다. 삽으로 푹 퍼낸 것보다 양이 적을 수밖에 없어 적은 분량의 흙을 뜻하는 말로도 사용한다. 이때 호미로 떠 낸 흙덩이의 크기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따로 있다.
맹꽁이덩이: 김맬 때 호미로 떠서 덮은 흙덩이.
벼락덩이: 밭에서 김을 맬 때 호미로 크게 떠서 뒤집어엎은 흙덩이.
맹꽁이를 끌어들여서 만든 말이 재미있게 다가온다. 맹꽁이덩이라는 말을 만들어 낸 까닭은 호미로 떠 낸 흙덩이 모양을 생각할 때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으나 벼락덩이라는 말은 왜 그렇게 이름 지었는지 아리송할 따름이다. 논에서 김을 맬 때에 호미로 모 포기 사이를 길게 파서 당겨 수수의 잎과 같은 모양의 덩어리로 넘기는 흙을 수숫잎덩이라고 한다는 것도 함께 알아두면 좋겠다. 하지만 이런 낱말들은 호미의 재발견에도 불구하고 거의 사어처럼 변해서 농민들 사이에서도 잊히는 중이다. 사정이 그러하니 아래 낱말들이야 일러 무엇하겠는가.
꺾어쟁이: 호미로 파낸 흙을 먼저 파낸 자리에 엎어 덮는 애벌 김매기.
비켜덩이: 김을 맬 때 흙덩이를 옆으로 빼내는 일. 또는 그 흙덩이.
세섯덩이: 김맬 때에, 떠서 앞으로 엎는 흙덩어리.
아우거리: 김맬 때에 흙덩이를 푹푹 파 넘기는 일.
수수미틀: 김맬 때 흙덩이를 떠서 들다가 반을 꺾어 누이는 일.
제구멍박이: 김을 맬 때에 흙덩이를 떠서 도로 그 자리에 덮는 일.
호미모: 논에 물이 적어서 흙이 부드럽지 못할 때 호미로 파서 심는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