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공명이 천하에 부름 받은 나이는 무려 27세다. 그를 천하에 끌어들인 인물은 짚신장수 출신 유비다. 유비의 공부 이력을 본다면 후한말 대학자 정현鄭玄의 문도 중랑장 노식이 그의 스승이다.
당시 유비는 47세의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에 뜻을 세운다. 황제의 꿈을 키운 것이 그것이다. 물론 꿈을 꾼다고 해서 그 꿈을 다 이루며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되랴마는 유비는 그 꿈을 이룬 몇 안 되는 인물 중에 하나다. 그가 꿈을 이루기 위해서 제일 먼저 한 일은 도원결의桃園結義다. 장비는 이렇게 말한다.<비왈飛曰> “내 집 장원 후원에 복숭아밭이 있는데<오장후유일도원吾莊後有一桃園>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화개정성花開正盛> 내일 복숭아밭 중앙에서<명일당어원중明日當於園中> 천지에 제사를 지내고,<제고천지祭告天地> 우리 셋이 의형제를 맺어<아삼인결위형제我三人結爲兄弟> 힘을 합치고 마음을 함께 한<협력동심協力同心> 연후에<연후然後> 큰일을 도모하면 될 겁니다.<가도대사可圖大事>”
이렇게 해서 도원결의를 통해 천하대세를 논할 동지를 만들었다. 도원결의 말미는 이렇게 끝난다. 세 명이 분향한 뒤<삼인분향三人焚香> 두 번 절하여 맹세하였다.<재배이설서왈再拜而設誓曰>
“유비<념유비念劉備> 관우<관우關羽> 장비<장비張飛>는 비록 성씨는 다르나<수연이성雖然異> 형제를 맺은 즉<기결위형제既結爲兄弟> 한마음으로 협력하며<즉동심협력則同心協力> 어렵고 위험할 때 서로 도우며<구곤부위救困扶危> 위로는 나라에 갚고<상보국가上報國家> 아래로는 백성을 편안케 하며<하안여서下安黎庶> 같은 날 나지는 않았으나<불구동녕동월동일생不求同年同月同日生> 다만 같은 날 죽기를 원하니<단원동녕동월동일사但願同年同月同日死> 하늘과 땅의 왕이<황천후토皇天后土> 우리의 마음을 살피어<실감차심實鑒此心>의를 배반하고 은혜를 저버리는 자는<배의망은背義忘恩> 하늘과 사람들이 함께 죽일 것이다.<천인공륙天人共戮>”
이들의 나이를 따져본다면 유비 28세 관우 27세 장비 22세이며 유비는 장무 3년 서기 223년 63세로 죽었으며 관우는 건안 24년 서기219년 58세로 죽었으며 장비는 장무 원년 서기 221년 55세로 죽는다. 그렇다면 도원결의한 후원이 장비의 집 뒤뜰인 까닭은 천하에 뜻을 둔 자는 취미趣味가 없다. 취미를 갖는 순간 천하는 멀어지기 때문이다. 유비는 천하에 뜻을 둔 인물로 늘 논어가 협서서挾書書<옆구리에 끼고 다니며 틈날 때 마다 읽는 책>였던 것이다. 관우 또한 천하에 뜻을 둔 인물로 늘 춘추 책을 들고 다니며 읽었던 인물이다. 춘추는 천자에 관한 일이라고 맹자는 밝힌 바 있다. 곧 춘추를 읽음으로서 언젠가는 천자의 지위에 오르는 꿈을 꾸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훗날 그는 한나라 소열제<현덕 유비> 황제를 모시는 대장군의 지위에 오른다. 장비는 천하 따위에는 전혀 관심 없고 그저 잘 먹고 잘 사는 게 꿈이다. 그래서 집도 가꾸기도 하고 꽃나무도 심고 과일나무도 심고 했던 것이다. 거듭 밝히거니와 천하에 뜻을 둔 사람은 취미도 뭐도 잘하는 것도 아예 없다 오직 공부만 할 뿐이다. 그러다가 천하가 들어쓰지않으면 초야에 묻히는 거다. 그다음으로 있어야 할 것이 책사다. 책사는 어려서부터 공부를 많이 한 자로 경서는 물론이려니와 법가法家 형가刑家 모가謨家 합종연횡合從連橫을 비롯한 육도삼략六韜三略이며 손자병법孫子兵法에 이르기까지 공부를 하지 않은 것이 없어야한다.
어느 날 단복이라는 인물이 유비에게 사람을 한 명 추천하는데 그가 제갈공명이다. 그렇다면 단복은 왜 친구인 제갈공명을 추천했을까. 이는 그가 그렇게 공부했기 때문에 가르침 받은 대로 행동을 한 것뿐이다. 춘추곡량전 제10편 ‘소공昭公 십구년十九年 허許 도공悼公을 장사 지내다’ 라는 조항에 이렇게 기록한다. 공부에 마음을 두어 공부를 많이 했음에도<심지기통心志旣通> 천하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면<이명예부문而名譽不聞> 이는 벗의 죄이다.<우지죄야友之罪也> 곧 똑똑한 벗을 천하에 알려주지 못한다면 이는 곧 벗의 책임이라는 거다. 그래서 단복은 친구를 천하에 알리지 못한 죄를 범치 않기 위해서 현덕 유비에게 제갈공명을 소개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