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인 박은식은 “국사가 망하지 않으면 국혼은 살아 있으므로 그 나라는 망하지 않는다”라고 했고, 역사학자 신채호도 “영토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있어도 역사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라고 했다. 역사는 현재와 미래에 연결되어 있으므로 역사를 잊으면 퇴보의 길로 갈 수 밖에 없다. 올해는 광복 79주년이다. 광복절을 맞아 일제 치하 조상들이 받은 핍박과 고통, 독립을 위한 지사들의 숭고한 희생 정신, 자주독립에 대한 의지와 열망을 생각한다.
일본은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과 진정한 사죄를 하지 않았다. 윤 정부는 주요 역사 기관 수장들을 일제의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역사관을 가진 사람들로 채웠다. 이들은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며 일본의 강제동원과 일본군 위안부 강제성을 부정해왔다. 1948년 건국절 제정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독립운동의 역사를 부인하고,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라 부르며 친일과 독재의 역사로 되돌리려 한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반발한 각계는 이번 광복절 행사에 불참할 예정이라고 한다. 광복회장과 5개 독립운동가 선양 단체로 구성된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항단연)과 이들의 뜻을 존중하려는 정계도 광복절 기념식에 불참하겠다고 한다.
해방 후 가장 시급한 과제인 친일 청산은 실패로 돌아갔다. 친일 부역자들의 반발도 있었지만미군정의 정부가 수립된 후 그들은 면죄부를 받았고, 일제 강점기에 누렸던 자리를 그대로 유지했다. 친일 세력과 그 후손이 지금까지 지배 세력으로 남아있는 이유이다. 그런 지배 세력이 역사적 사실마저 부정하는 일본의 후안무치에 동조하며 일본과의 관계 개선만 주장할 뿐, 과거사 책임도 묻지 않고 국익과 국민의 자존심을 저버리는 외교를 펼쳤다. 친일 역사가 청산되지 않는 한, 진정한 자유독립의지를 밝히는 빛의 날은 될 수 없는 것이다.
최근 국가의 리더와 기관장의 믿을 수 없는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터지고 있다. 지위와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서 권력에 영합하고, 이익을 위해서 못할 짓이 없는 언론과 공무원, 그리고 기업과 정치인의 행태도 심간을 불편하게 한다. 한 국가와 기관의 지도자가 품고 있는 정치의식과 역사의식, 철학과 가치관에 따라 한 국가와 민족의 존망은 순식간에 달라진다. 무소불위의 권력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괴로웠던 역사의 뒷배경엔 민초들이 있었고, 이름 없는 민초들의 항거가 역사를 이끌고 나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권력을 얻고, 사악한 방법으로 권력을 남용하다가 죽음에 이르는 역사적인 인물들도 많지만, 문학 작품의 대표적 인물은 윌리엄 셰익스피어 비극 속 주인공 ‘맥베스’이다. 승전의 날, 운명의 자매(마녀)들이 나타나 맥베스가 글래미스와 코도의 영주가 되고 왕이 될 것임을 예언한다. 마녀의 말대로 맥베스는 사이늘의 사망으로 글래미스의 영주가 되고, 코도의 영주가 대역죄로 죽어 코도의 영주가 된다. 예언대로 되어가자 맥베스는 야망이 발동하여 그 다음엔 대권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심장은 날뛰기 시작한다. 맥베스는 야심을 아내에게 편지로 알리고, 아내는 금관에 방해되는 것은 없애도록 도우겠다고, 맥베스보다 더한 야욕을 보인다. 그들은 자신의 성을 방문한, 자애로운 덩컨왕을 죽이고 왕과 왕비가 되었지만, 많은 사람들을 죽였고, 백성들에게 원망을 듣는 악한 정치를 한다. 남은 양심이 있었던지 왕비는 몽유병과 환상에 시달리다 자살하고, 왕은 불면과 환각, 환청에 시달린다. 백성과 지사들이 일어나고 전쟁을 치르게 되면서 맥베스는 맥더프 장군에게 살해된다.
역사 의식이 없는 권력은 심판대를 거치며 역사의 뒤안길로 무의미하게 사라진다. 국가의 수장과 기관장, 정치인은 되찾은 빛의 날의 의미를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