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문 열자 뱀장어·숭어·점농어가 돌아왔다”
현 정부 들어서며 확대개방 계획 모두 취소
영남의 젖줄 낙동강
강원도 태백시에서 발원한 낙동강은 한반도에서 압록강 두만강에 이어 세 번째로 긴 강이며 유역 면적은 남한에서 한강에 이어 두 번째이다. 발원지 부근을 제외한 대부분 유역이 경상도에 있어 영남의 젖줄로 불린다.
낙동강은 물길의 경사도가 매우 완만하여 태백시에서 발원하는 최상류 지역은 경사가 가파르지만 조금만 내려가면 물길의 경사도는 대부분 1만분의 3 이하로 떨어진다고 한다. 특히 하류 160 km 구간의 경사도는 거의 0에 가깝다. 이로 인해 고대로부터 내륙 수로가 발달했으며 대구는 평양 강경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경강으로 상권이 발달했다.
그러나 하류 구간은 강물이 잘 흐르지 않아 홍수가 잦았고 바닷물이 내륙 깊숙이 올라와 기수역이 넓게 펼쳐졌다. 강 하구의 조차는 3m 이하로 서해안에 비해 조차가 낮은 편이어서 강 하구에 쌓이는 토사를 썰물 때 먼바다로 내보내기 어려워 삼각주가 발달했다. 김해평야는 이러한 삼각주를 바탕으로 펼쳐진 비옥한 충적평야이다.
하굿둑 완공으로 기수역 생태계 사라져
한편 하류 일대에 펼쳐지는 기수역에는 다양한 어족자원과 함께 수산업이 발달했으며 철새들의 먹잇감이 풍부해 세계적인 철새도래지였다. 그 중심에 을숙도(乙淑島)가 있다. 새가 많고 물이 맑아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을숙도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서 철새들의 번식 및 월동지로서 기후가 알맞아 하류 일대가 1966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이러한 삼각주 지대를 연결하여 낙동강 하구를 가로막는 하굿둑이 1983년 9월에 착공하여 1987년 11월에 완공됐다. 총길이는 2.4km이며 하단동과 갑문이 있는 을숙도 사이의 수문부 길이는 0.5km로 여기에 주수문 6개와 조절 수문 4개, 어선의 통행을 위한 운하식으로 된 폭 50m의 갑문 1개와 어도 2개소가 있다.
1573억원을 투입한 하굿둑의 완공으로 바닷물의 역류 현상을 막아 낙동강의 하류 지역과 부산 시민의 식수를 비롯한 생활용수와 농업용수, 그리고 주변의 울산광역시, 경상남도 창원시·김해시 등의 공단 등에 공업용수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강과 바다가 남남이 된 하굿둑 완공 이후 기수역 생태계는 완전히 사라졌다. 뱀장어, 농어, 양태, 밴댕이, 고등어, 참서대, 멸치, 주둥치, 도화망둑 등 수많은 어종들이 자취를 감추었다. 다른 지역보다 씨알이 굵은 재첩 채취 모습도 사라졌다. 재첩은 부산의 대표적인 해장국 재료였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어업에 종사해온 사람들은 “하굿둑 막은 이후 어선이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며 “낙동강 하구의 어업이 죽어버렸다”고 말하고 있다. 하굿둑은 하구 일원의 농업에도 영향을 주었다. 하굿둑이 없을 때에도 짠물 섞인 물로 벼농사도 배추, 상추 등 채소 농사도 지었는데 수질만 나빠졌다는 것이다.
민관 협치로 하굿둑 개방 선언
하굿둑 완공 이후 20년이 지난 2007년부터 ‘낙동강 하구를 열자’는 목소리가 환경단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여기에 언론이 호응하여 기획기사를 내고 국내외 토론회가 열렸다.
2012년에 이르자 개방 목소리는 더 커졌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가 있던 해였고, 문재인 후보와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은 ‘낙동강 하굿둑 수문 개방’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민주당이 대선과 총선에서 모두 패배하면서 공약은 지켜지지 못했다. 그러나 바로 이 해에 60여 개 시민·주민 단체로 이뤄진 ‘낙동강하구 기수생태계 복원협의회’가 발족했다. 하굿둑 개방 운동의 핵심 연대단체이다.
이처럼 시민단체와 지역 주민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자 2013년 낙동강유역환경청, 2014~2015년 환경부가 두 차례 연구해 보고서를 냈다. 결국 2015년 9월 새누리당 소속 서병수 부산시장은 낙동강 하굿둑을 개방하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부산시는 낙동강살리기추진단을 출범시켰다. 환경단체와 주민, 야당의 요구를 여당 시장이 받아들인 보기 드문 사례였다.
이어 2017년 문재인 정부는 낙동강 하굿둑 개방을 국정과제로 선정했으며 2018년 물관리 일원화 법률들이 처리되면서 환경부가 물 관련 업무의 대부분을 맡게 되자 낙동강 하굿둑 개방은 급물살을 탔다. 2019~2020년 세 차례 하굿둑 개방 실험을 했고, 2021년에도 네 차례 시범 개방했다. 2021년 낙동강 하구 통합 운영센터가 문을 열었다.
결국 2022년 2월 낙동강유역 물관리위원회는 역사적인 ‘낙동강 하구 기수생태계 복원 방안’을 의결했다. 그 내용은 첫째, 대조기마다 바닷물이 하굿둑 상류로 올라올 수 있게 1개 수문을 개방한다. 둘째, 염분 피해 방지와 안정적 용수 공급을 위해 하굿둑 상류 최대 15㎞까지 기수역을 조성한다. 셋째, 상류의 대저수문(상류 15㎞)과 운하천(상류 23㎞)을 정비해 기수역 구간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다른 하구(금강·영산강)의 복원 사업을 지원하며, 주요 강 하구 복원을 입법한다는 것이었다.
하굿둑 열자 돌아오는 물고기
지난해 11월 16일 서천군조류생태전시관 회의실에서 열린 ‘국가하구 생태복원을 위한 2023전국토론회’에서 낙동강기수생태복원협의회 최대현 사무처장은 2019년 6월 배수갑문 첫 시험개방과 이후 2020년 3차례의 하굿둑 개방 실증실험, 2021년 장기 수문개방 운영 등의 결과에 대해 발표했다.
낙동강하구기수생태복원협의회는 2020년 6월 3차례에 걸쳐 수문개방 실증실험을 했으며 2021년에는 계절별로 4차례에 걸쳐 장기 수문개방을 실시했다. 2020년 6월 실증실험에서 주낙을 설치한 결과 누치, 블루길, 뱀장어, 강준치 등을 포획됐다.
2021년 1차 장기 수문개방은 4월 26일부터 5월 21일까지 29일간이었으며, 이 기간 동안 8회에 걸쳐 해수를 유입시켜 상류 12km까지 이르게 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계절별로 총 4회에 걸쳐 각각 25일에서 29일간 해수 유입량을 달리하여 상류 12km까지 유입시키는 수문 개방을 운영했다. 그 결과 소상 어류는 뱀장어, 점농어, 숭어, 학꽁치, 문절망둑, 웅어(우여) 등이 돌아온 것을 확인했다.<표 참조>
또한 최 사무처장은 생물다양성 회복을 위해 낙동강 주요 회유성 어종 및 기수생물종 방류를 관계기관과 주민 참여를 통해 실시하고 있으며, 2022년도에 ▲은어 치어 4만미 ▲연어 치어 30만미 ▲기수재첩 치패 40만미 ▲동남참게 치게 10만미 등을 방류했다고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며 확대개방 중단
그러나 2022년 3월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낙동강 하구 기수역 생태계 복원 계획은 더 이상 추진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2023년 8월 윤석열 정부는 전임 문재인 정부가 결정한 금강·영산강의 보 처리 방안을 모두 취소해버렸다. 현재 환경부는 낙동강 하굿둑의 개방 확대 계획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환경단체에서는 “모든 수문을 완전히, 상시 개방해서 평소에 바닷물이 하굿둑 상류 18㎞ 정도까지 올라가게 해야 한다. 현재처럼 상류 12㎞까지로 바닷물 유입을 제한하는 방식으로는 기수역 생태계가 온전히 복원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모든 수문을 완전히, 상시 개방하면 바닷물이 물금, 매리 취수장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대조기 때는 일시적으로 하굿둑 수문을 닫아 바닷물이 상류 20㎞ 이상으로 올라가지 못하게 하면 된다”고 말한다. 즉 현재의 배수갑문을 이용해 바닷물의 상류 도달 거리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환경단체들은 앞으로 낙동강 하구 기수역이 더 확대되면 하굿둑에서 21km 상류에 있는 양산낙동강교 부근에서 시작하여 대저수문 바로 아래 서낙동강으로 흐르는 운하천을 활용해 김해평야가 있는 서낙동강에 민물을 공급할 수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
현재 부산시는 낙동강 하굿둑을 거슬러 올라간 바닷물이 농지가 많은 서낙동강으로 흘러들지 않도록 대저수문을 개선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어민들은 “하굿둑만 열어서는 안 된다. 4대강 사업으로 만든 8개 낙동강 보를 모두 열어야 한다. 그래야 물고기가 상류로 올라가서 알도 낳고 다시 바다로 나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