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민의 협치로 이루어낸 울산 태화강 재자연화
울산광역시를 관통해 동해로 유입하는 태화강은 1987년 토사유입 방지를 위해 1987년 하류에 수중보를 건설했습니다. 이로 인해 물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수질이 급격히 악화돼 2006년 수중보를 철거하자 수질이 개선돼 현재 1급수를 유지하고 있고, 강의 재자연화 작업을 통해 생태계가 살아나며 지금은 국가정원이 조성돼 울산 시민들의 활력소로 거듭 태어났습니다. 뉴스서천 취재팀이 다시 살아난 태화강을 살펴보았습니다.<편집자>
수중보 막으며 수질 급속히 악화
태화강 하구에 있는 장생포는 근래에까지 고래잡이 어선들의 기항지로 유명했다. 장생포에는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가 있으며 고래문화마을도 있다.
약 6000여년 전 장생포 앞바다에서 고래잡이를 하던 선사시대인들은 강 상류의 암벽에 그들이 잡은 고래들을 암벽에 새겨놓았다. 이것이 울주군 언양읍에 있는 국보 제285호로 지정된 ‘반구대암각화’이다. 태화강은 선사시대인들이 고래잡이를 위해 오르내렸던 강이었다.
1970년대 들어 울산이 산업도시로 급격히 팽창하며 태화강은 수질이 악화되기 시작했고 1987년 명촌교 일대 태화강 하류에 길이 600m, 폭 0.6m, 높이 1m 규모의 수중보를 건설했다. 울산항으로 밀려드는 토사를 막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수중보는 조수의 흐름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며 태화강의 수질은 더욱 악화됐다. 1962년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된 울산은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산업을 통해 한국의 경제 성장을 견인한 대표적인 산업도시이다. 90년대만 해도 공장 오·폐수는 정화조를 거치지 않은 채 태화강으로 흘러들었고, 해마다 물고기 수만 마리가 떠오르기도 했다. 물고기가 살 수 없는 죽음의 강으로 변한 것이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역겨운 냄새에 창문을 열지 못했으며 태화강은 ‘똥강’으로 불렸다.
10년 기한의 ‘태화강 마스터 플랜’ 시행
이에 울산시는 2004년 ‘에코폴리스’를 선언하고 지속 가능한 생태도시를 위한 ‘태화강 마스터 플랜’을 수립했다. 10년 기한의 장기 프로젝트였다.
수중보가 물 흐름을 막아 수질을 악화시킨다는 지적에 따라 2006년 4월 마침내 수중보를 철거했다. 수질이 급속히 개선되기 시작했다. 1991년 생물학적 산소요구량이 11.7ppm으로 물고기가 살 수 없을 정도로 오염됐으나 수중보 철거 이후 2006년 3.7ppm, 2007년 2.0ppm 개선됐다.
오염물질이 포함된 강바닥의 흙, 오니를 긁어냈으며, 집집마다 하수관을 설치하고, 동시에 하루 20만 톤을 처리할 수 있는 언양하수종말처리장, 방어진하수처리장까지 새로 설치했다. 이후 60% 안팎의 전국 최저 수준이던 하수처리율을 90%로 끌어올렸다 한다.
깨끗하게 처리된 하수 가운데 4만 톤은 매일 다시 흘려보내 강물이 마르지 않도록 했고, 수중보도 철거한 뒤 나무, 흙, 돌 등 천연재로 하천을 손질했다. 강 중류에는 물고기 길을 만들고, 하류에는 축구장 28배(20만 3409㎡) 면적의 둔치에 갈대와 억새를 심어 철새 서식지를 조성했다. 10년 동안 태화강 수질 개선에 투입된 시 예산은 9723억 원에 달했다.
기업체와 민간단체는 하천별 담당구간을 정해 ‘1사 1하천 가꾸기’에 나섰으며, 시민들도 자발적으로 수중 쓰레기와 어망 제거 등 정화 활동을 전개했다. 한때 아파트가 들어설 뻔했던 태화들판은 십리대숲, 대나무 생태원, 실개천과 초화단지가 어우러진 생태 공간으로 거듭났다.
1급수 달성하며 생물다양성 풍부
이러한 노력 덕분에 1997년 광역시 승격 당시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11.3㎎/ℓ)이 급수 외 판정을 받았던 태화강은 2014년 1등급(1.5㎎/ℓ)을 달성했다. 연어가 회귀하고 바지락 재첩 등 저서생물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먹이가 풍부해지면서 조류와 야생동물도 다시 나타났다. 이미 2014년 생물 종 지표조사에서만 어류 73종, 조류 146종, 식물 632종, 포유류 23종, 양서·파충류 30종 등 1000여 종의 서식이 확인됐다. 멸종위기 190종 가운데 31종도 관찰됐다.
2019년 7월 문재인 정부 때 태화강 국가공원으로 지정을 받았다. 최근에는 네덜란드 유명 작가의 자연 공원이 들어서 품격을 높혔다. 많은 시민들이 낮에는 자전거를 타며 운동을 하고 정원 곳곳에 세워진 정자에 앉아 담소를 나누며 밤에는 태화강 공원과 태화강 주변을 걷는다. 또한 타지 관광객들이이 찾아오는 명소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태화강 생태계 복원과정
- 2004년 에코폴리스 울산 선언
- 2005년 태화강 마스터플랜 수립
- 2006년 수달 서식 확인
- 2009년 삵, 흰목물떼새, 큰고니 서식 화인
- 2010년 잔가시고기(멸종위기2급) 서식 확인
- 2012년 너구리 서식 확인
- 2014년 재첩 부활
- 2014년 바지락 조업 재개
- 2019년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
- 2020년 노란목도리담비 서식 확인
- 2021년 호사비오리 서식 확인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