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은 1만년 역사 이래 벼농사를 지으며 살아왔으며 지금도 100여만 ha의 논에서 3800만톤의 쌀을 생산하여 주곡의 자급을 이루고 있다. 그렇다면 논은 쌀 생산 기능만을 담당할까.
우리나라 기후는 여름 한 철에 강우량이 집중되어 우기와 건기가 뚜렷한 아시아 몬순기후에 속한다. 아시아 몬순지역에 맞는 농사는 벼농사이며 세계 쌀 생산량의 92%가 아시아 몬순기후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매년 여름이면 집중호우로 가옥과 농경지가 침수되는 피해를 겪고 있다. 수리 시설의 문제도 있지만 난개발로 인해 논 면적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논은 국민의 주식인 쌀을 생산할 뿐만 아니라 여름철 홍수를 막아주고 지하수를 함양하며 대기와 수질을 정화한다. 또한 토양유실을 막아주며 푸른 공간을 제공하고 생태계를 보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교역이 가능한 재화를 직접 생산하지 않지만 인간에게 두루 이로운 이러한 기능을 비교역적 기능 또는 공익적 기능이라 한다.
논둑은 저수지처럼 일시적으로 빗물을 가둬 하천으로 흘러들어가는 시간을 지체시켜 주는 홍수 조절 기능을 한다. 홍수가 발생하는 시간을 3일로 계산해 홍수 시기에 논 1ha당 저장 용수량은 2378톤으로 이를 우리나라 전체 논 면적에 적용하면 춘천댐의 18.5배에 이른다 한다.
이처럼 논이 가두어 놓는 물은 지하수를 함양하는 데 매년 54억 5천톤의 물을 지하수로 저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1년간 전 국민이 사용하는 물 68억 7000톤의 약 80%에 해당하는 양이다.
또한 논이 저장하는 물은 한여름 적당량이 증발되면서 대기의 온도를 낮춰주며 논에서 자라는 벼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연간 1028만톤(1ha당 연간 9톤 정도)의 산소를 발산하여 대기를 맑고 신선하게 한다고 한다.
또한 경사지에서 빗물과 함께 쓸려오는 토사를 담아줌으로써 하천으로 곧바로 떠내려가는 것을 막아준다. 이러한 토양유실 방지 기능과 홍수 조절 기능은 엄청난 재산적 피해와 환경파괴를 방지하고 있다.
이처럼 논은 쌀의 생산뿐 아니라 환경적으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다원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논의 형상이 유지되는 것만으로도 전체 국민이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혜택을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만약 논의 이러한 기능이 사라졌을 때 돌아오는 피해를 생각하면 짐작이 갈 것이다.
지난 5일 화양면 금당리에서 애써 지은 벼를 갈아엎는 농민들의 시위가 있었다. 이러한 농민들의 절규를 정치인들은 외면하지 말고 농촌에서도 젊은 청년이 미래를 설계하며 살 수 있도록 쌀값을 보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