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선생님께
김인규 선생님께
  • 뉴스서천
  • 승인 2002.04.25 00:00
  • 호수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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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면도에서 보내는 편지에 대한 답장 -
김인규 선생님의 근황을 지면으로나마 접할 수 있어서 매우 기뻤습니다. 참으로 서천을 사랑하는 선생님의 마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고 그래서 남아있는 자로서 부끄러움도 느껴집니다. 선생님과 ‘문화Partizan’의 대원이 되어 서천문화를 가꾸고 싶어하는 뜻에 미력이나마 보태고 싶었는데 결국 떠나시고 말았습니다.
선생님의 글을 보면서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라는 책 속에서 홍세화 님의 프랑스 망명시절 올 수 없는 조국에 대한 그리움들이 겹쳐졌습니다. 제겐 아직도 이런 것들이 울분을 갖게 합니다. 홍세화 님을 별 이유 없이 자기들의 방식으로 밀어냈던 박정희 정권, 김인규 선생님을 밀어낸 기준도 정확히 알 수 없었던 지역주민들의 생각들 말입니다.
선생님 어떻게 된 건가요. 성 윤리에 문제가 많다는 선생님이 떠난 서천은 -아마도 서천 뿐만은 아니겠지요- 제가 사는 시골 마을까지 성 윤리가 바닥을 치닫고 있습니다. 친구의 아내를 범하고 일족의 아저씨에게 몸을 맡겼다는 사건들, 이런 것들을 그저 가십거리로 여길 뿐 선생님의 정죄하던 그 빳빳한 잣대는 볼 수가 없습니다. 반성은 커녕, 점점 확산되어 가는 듯 합니다. 참으로 아이들에게 무엇을 말해 줘야할지 난감하기만 합니다. 다는 아니지만 이런 사람들이 정죄라는 이유로 선생님의 등을 떠밀어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께서는 서천을 그리워하십니다. 서천에 쏟고 싶으셨던 예술 혼을 그 곳 안면도 주민들과 아름다운세상을 만드는 일,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일을 하고 계십니다. 솔직한 심정은 서천에서 그런 일 해야하는 건데 하고 질투가 납니다. 그리고 선생님을 지켜드리지 못한 송구함이 있습니다. 왜 우리 서천은 일꾼들을, 참 서천 인을 품어내지 못하는지 답답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선생님 우리 소망을 가지기로 하지요. 작은 것에 감동하며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손뼉치고 어린아이처럼 흥분하는 순수한 예술가 김인규 선생님 같은 분이 계시고 또 그런 분들의 활동을 고대하면 기초부터 수선하고 있는 몇몇 사람들이 아직 서천을 지키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빛을 발하겠지요. 꼭 그런 날이 와야하겠습니다.
광주에 가봐야겠습니다. ‘광주비엔날레’에 초대받은 서천사람 김인규 선생님의 작품을 보고싶습니다. 안면도에도 가봐야겠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꽃박람회를 구경하고파서가 아닙니다. 서천사람 김인규 선생님이 그곳, 순수한 그곳 안면도 사람들과 만들어낸 흔적들을 보고싶어서 입니다.
<공금란 / 마산면 이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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