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나눠 먹기
‘전어’나눠 먹기
  • 이후근 기자
  • 승인 2004.10.08 00:00
  • 호수 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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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어떤 행사든 이를 치르려면 이런 저런 의견이 오가고 또 서로 이해와 요구가 상충되는 부분에 관해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먼저 최선의 공익을 찾아 합의하고 서로 다른 이해들을 양보와 타협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서로의 이해만을 앞세워 이를 원만히 해결하지 못하면 지역공동체는 무너지고 ‘만인의 투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하물며 매일 같이 얼굴 맞대며 지내야 하는 이웃들끼리의 문제는 지켜보는 쪽이나 중재하는 쪽이나 매우 접근이 조심스러워야 한다.

이제 5년째를 맞이한 ‘홍원항 전어축제’는 그런 주민축제 중의 하나이다. ‘전어’라는 지역특산물과 주민축제를 성공적으로 결합한 행사이다”라는 일부의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발생됐다. “주민축제도 남는 장사일 수 있다”는 얘기가 퍼지자 너도 나도 하겠다고 나서는데서 발생한 문제이다. 쉽게 말해 남는 장사니 나도 한번 해보겠다는 것이다.

주민축제의 바른 의미를 찾는다면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를 발굴, 계승해내고 이를 통해 주민화합을 굳건히 한다는 것”일 것이다. 여기에 ‘주민소득 증대’라는 경제적 요구를 덧붙이기도 하지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는 법.

이번에 문제가 된 ‘춘장대해수욕장 강제철거사건’은 앞서 얘기한 모든 문제점이 고스란히 집약돼 있다. 초기부터 행사를 주도했던 서면개발위원회에서 행사를 주관했을 때는 서면주민 누구도 감히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지난해부터 홍원항 주민들의 요구에 의해 행사주관이 이양되면서 너도 나도 전어축제를 해야겠다고 나서게 됐다.

그들의 명분은 간단하다. ‘전어’라는 파이를 서면주민만이라도 나누자는 얘기이다. ‘홍원항축제추진위원회’도 서면주민이고 ‘춘장대추진위원회’도 서면주민 아니냐는 말이다. 당연히 먼저 시작한 홍원주민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하겠지만 당사자들은 인정 할 수 없다고 한다.

일면 일리도 있다. 공인된 행사라고 홍원주민들은 주장하지만 ‘계절영업’ 신고가 군에 의해 받아들여진 것, 행사장인 부두물량장 사용권을 해양수산부로부터 받아 낸 것 외에는 공인이라는 뚜렷한 증거는 없다. 법 규정의 미비이기도 하지만 모든 것을 그것에 의거해 해결 할 수는 없는 법이다.

또 5년 먼저 시작했다는 점을 들지만 그것이 어째 홍원주민들만의 노력으로 가능한 것이었겠는가. 군은 직접적인 지원은 200여만원에 불과하다고 얘기하지만 홍보비 등 간접지원은 이를 훨씬 상회하고도 남는다. 서울지하철에 LED동영상광고를 한다고 했는데 이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물론 주요 산지라는 점은 부인 못할 점이기는 하다.

이렇게 같은 파이를 나누자는 사람들과 한 조각도 떼어 줄 수 없다는 사람들의 이익이 상충됐을 때 이를 조정하고 중재해야 할 행정기관이 일방적으로 한쪽 편을 들어준다면 결과는 어떠하겠는가.

군은 춘장대행사장 철거과정에서 적법한 법 집행이었다고 주장하지만 기자는 아쉬운 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우선 예비비 예산을 써가며 용역회사 직원까지 동원해 강제철거를 할 수밖에 없었던 뚜렷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 ‘서부교통노조원’들의 파업으로 인해 많은 군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뚜렷한 대안조차 제시 못하는 군이 이번에는 엄정한 법집행을 얘기했다. 물론 행정기관인 군에게 주민들의 위법사실을 알고도 모르는 채 하라고 할 순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사전에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좀 더 적극적인 중재자의 면모를 보였어야 했다. 공권력 투입은 최후의 해결방법이 돼야 한다. 법 집행의 대상인 춘장대주민 또한 서천군민 아닌가.

어려운 문제일수록 최대공약수를 찾아 고민해야 한다. 현대적인 민주사회로 가는 첩경은 공익에 대한 구성원 간의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하는 것에 있다. 당사자는 자신의 이해만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차제에 ‘장사만 하는 축제’가 아닌 신명을 느낄수 있는 축제를 고민해야 할 시기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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