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기 의약 칼럼
약 안 먹는 어린이
김성기 의약 칼럼
약 안 먹는 어린이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4.11.26 00:00
  • 호수 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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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낮에 진료를 받고 간 어린이의 엄마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몹시 근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가 3일치 약을 한 번에 먹어버렸다는 것이다. 아이들 중에는 달콤한 시럽향을 좋아해 이렇게 사고를 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행히 아이는 별 문제없이 잘 넘어갔지만 약은 아이들 손에 닿는 곳에 두어서는 안 된다.

반대로 약 한 번 먹이려면 전쟁을 치러야 하는 아이도 있다. 쓴 약은 물론이고 달콤한 약도 약이라면 한사코 안 먹으려고 한다. 강제로 입을 벌려 밀어 넣다시피 먹이고 나면 왈칵 토해버려 엄마가 울상이 될 때도 있다. 약 싫어하는 아이에게 수월하게 약 먹이는 방법은 없을까?

약을 강제로 먹이는 것은 좋지 않다. 한번 강제로 먹이기 시작하면 그 다음부터는 먹이기가 더 힘들어진다. 우선 약을 줄 때는 아이가 재미있고 맛있는 것을 먹는다는 느낌을 갖도록 해야 한다. 물론 엄마의 마음자세나 분위기가 중요하다. 아기와 놀이를 하거나 노래를 불러주고 즐거운 마음을 갖게 한 뒤 맛있는 것을 먹는다는 기분으로 약을 준다면 한결 수월하게 먹일 수 있다.  

하지만 워낙 약을 싫어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 약을 다른 음료에 섞어서 주는 것이다. 설탕물, 아이스크림, 요구르트 등에 약을 섞어서 먹이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그리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약을 너무 안 먹으려 할 때 쓸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약 중에는 우유나 주스 등과 함께 먹어서는 안 되는 약이 있기 때문에 의사나 약사와 상의한 뒤 특별한 지시사항이 있으면 지켜야 한다.

약을 조금씩 나누어 먹여 본다. 약을 한꺼번에 먹기 힘들어하는 아이는 5-10분에 걸쳐 조금씩 나누어 먹인다. 특히 약을 먹으면 자꾸 토하는 아이에게 효과가 있다. 물약과 가루약을 따로따로 먹여보기도 한다. 가루약은 설탕물이나 요구르트에 타서 찻숟가락으로 조금씩 떠 먹여주면 의외로 잘 먹을 수 있다.

약을 잘 먹는 형태로 바꿔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아이가 가루약은 잘 먹지 못하지만 물약이나 알약은 잘 먹는다면 의사와 상의해서 물약이나 알약으로 바꿔 먹인다. 시럽 가운데는 향이나 맛이 너무 진하거나 뒷맛이 써서 안 먹으려 한다면 물을 조금 타서 먹이면 좋다.

어린 아기에게 약을 먹일 때는 엄마가 손을 깨끗하게 씻고 손가락에 약 묻혀 빨리는 방법도 있다.약을 안 먹으려 하는 아이들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방법들이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에 대한 이해와 엄마의 노력이라 하겠다.

<서해내과병원 소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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