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약한 아이와 식은땀
허약한 아이와 식은땀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5.09.02 00:00
  • 호수 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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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땀을 많이 흘린다. 더운 여름철에는 당연히 더 땀이 많다. 진찰을 하려고 웃옷을 걷으면 몸은 축축하고 이마와 머리는 머리를 감고 온 것 마냥 땀을 흘린다. 엄마들은 아이가 건강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닌가 걱정스런 질문을 한다. 이미 허약한 상태라고 단정을 짓고 보약을 먹여야 할 지를 묻기도 한다.


사람의 몸에는 200만개나 되는 땀샘이 있다. 땀은 몸의 체온을 조절하고 체내 노폐물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아이들은 어른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부 면적당 땀을 더 많이 흘리는 특성이 있다. 특히 땀샘이 많은 머리, 손바닥, 발바닥은 조금만 뛰어 놀거나 힘이 들어도 쉽게 땀이 맺히게 된다. 아이들은 조절 생리의 능력이 미숙해 땀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기도 한다. 어떤 때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도 땀을 흠뻑 흘리고 잠을 잘 때 베개가 땀으로 젖기도 한다.


의학적으로 땀을 많이 흘린다고 허약한 아이라고 걱정할 이유는 없다. 날씨가 덥거나, 옷을 많이 입었다거나, 병이 나서 열이 올랐다거나 하는 원인 때문에 땀을 흘리는 것이 대부분이다. 아이들마다 체질의 차이는 있다. 땀이 적은 아이가 있고 땀이 유난히 많은 아이가 있다.


물론 질병으로 인해 땀을 많이 흘릴 수는 있다. 선천성 심장질환이나 결핵, 갑상선 기능 이상과 같은 심각한 병이 생기면 땀을 많이 흘린다. 그러나 이러한 병이 생겼다면 땀을 많이 흘리는 것 말고도 다른 증상이 우선 문제가 될 테니 식은땀으로 건강 걱정을 할 일은 아니다. 의사의 진찰을 받고 이상이 없다는 권고를 받았다면 아이들의 식은땀으로 건강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건강과 질병에 대해 막연한 사고를 하는 습관이 있다. 똑같은 증상은 똑같은 병에 의해서 생기는 것으로 생각해서 다른 사람의 한 개별적인 경험을 보편화 시켜 전혀 다른 상황에도 그대로 적용하려고 한다. 또 질병에 관한 판단을 의료 전문가에게서 구하기보다는 주변 사람이나 자신의 경험에서 의존하려는 경우가 흔하다.


식은땀을 흘리는 것은 몸이 허해서 생기는 건강의 적신호이니 무엇을 먹어야 좋다고 습관처럼 알고 있다. 오랫동안 구전되어온 민간요법 탓이겠지만 의약품이 귀했던 과거 시절이라면 몰라도 이제는 지난날의 풍속일 뿐이다. 무엇을 먹으면 아들을 낳는다는 그 많은 영험한(?) 방법을 지금까지 믿는 사람은 없지 않는가.


가을이 오면 여름내 땀을 많이 흘려 아이들의 건강이 많이 허해졌다고 많은 엄마들이 또다시 걱정을 할 지 모르겠다.

땀을 많이 흘린다고 허약한 아이는 아니다.


<서해내과병원 소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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