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면
그랬었지
화롯불이 피어나고 군불
따뜻한 할머니 방
연탄불이 활활 타올라
짤짤 끄는 어머니의 방
어린 시절의 겨울의
방을
눈이 내리면 그리운
가슴을 내어 놓듯 생각했었지
천사의 미소를 보는 것
같은 눈이 내린 아침
가파른 언덕을
오르다
침묵 같이 말을 잃은
연탄재를 밟으면
사람이 사람을
지켜내려는
보이지 않는 손들을 볼
수 있지
연탄재처럼
뜨거웠던
자신의 가슴을
내어주고
또다시 인간의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
그런 것들이 어떤
것일까 생각한 일이 있었지
그럴 때면 소가
생각났으며
그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던 짧은 시간들
눈이 오면 연탄재와
소가 떠올라
길모퉁이를 돌아 바라
본 길이
더 멀어지고 길어
마음을 가다듬을 수 없어
회색빛 하늘이려니 하며
바라봤던 하늘에
파란하늘이 펼쳐져
있으면
내 나이 마흔
아홉
아직도 하늘을 다 품은
듯한 가슴
주체 할 수 없어
눈물이 솟곤 하지
곱디고운 눈이 오시는
날이면
그런 가슴으로 살 순
없는 것인가 묻고 싶으며
눈이 내리는
날에는
그래 그럴 수 있다는
반듯하고 하얀 대답을
자신에게 들을 수
있으면 하지
이제 눈이 내리는
날에는
할머니의 방 어머니의
방은 아늑하지만
긴 그리움 속으로 더
멀리 넣어두고
좁게만 느껴지는 내
가는 길이 간혹 보여도
연탄재를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남아있는 길을 갈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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