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소설집 발간한 정의연 작가
7인소설집 발간한 정의연 작가
  • 허정균 기자
  • 승인 2022.12.23 02:10
  • 호수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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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의 깊은 상처 '그가 아직 살아있는 이유'

박영한의 <머나먼 쏭바강>, 황석영의 <무기의 그늘>, 안정효의 <하얀전쟁>, 이윤기의 몇몇 단편 이후 한국과 한국문학에서 베트남전은 낡은 이야기로 치부되고 있었다. 그 작가들은 모두 그 전쟁의 참전군인들이었다.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쓴 것이다. 그래서 다른 작가들은 엄두를 못내는 것일까?”

▲정의연 작가
▲정의연 작가

위 글은 최근에 출간된 7인소설집 <그가 아직 살아있는 이유>에 수록된 정의연(필명 강물)의 단편소설 <그가 아직 살아있는 이유> 가운데 나오는 화자인 의 독백이다. 소설에서 는 작가 자신이다. 소설가 정의연은 교사생활을 하다 7년 전 그가 태어나 자란 비인 장포리로 돌아와 베트남전을 소설로 형상화하는 데 전력을 쏟고 있다. 그동안 베트남을 3회 방문해 그곳 사람들을 만났다 한다.

2020년에는 베트남전을 소재로 중편 <그 여자>를 발표했으며 그해 현진건문학상 추천작으로 선정돼 문단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정의연 작가는 2004년 소설 동인 무크지 <뒷북> 창간호에 단편소설 <다락방과 나비>, <풀벌레의 집>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단편소설 작품집 <스캔>이 있다.
뒷북창간호는 이렇게 시작한다.

소설의 전성시대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소설을 즐겨 읽었다. 대학가든 뒷골목 술집이든 소설은 중심화제의 하나였다. 어떤 소설이든 출간되면 출판사가 밑지지는 않았다. 전쟁에서부터 집안일까지 소설은 다양한 제재를 담아 창작되었다. 우리의 담론들은 소설에서 시작되고 재해석되었다. 소설가는 열심히 쓰고 독자는 살뜰하게 찾아 읽었던 시대였다. 최소한 80년대 중반까지는 그랬다.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을 지나면서 소설은 시위대와 전경이 한바탕 격전을 치른 거리처럼 황폐해졌다.

...(중략)...

우리는 아직도 우리의 목소리를 다 내지 못했다. 같은 세대 몇몇 주자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우리의 목소리를 내보기도 전에 시대의 격랑에 휩쓸렸다. 이제 우리는 그 모든 격람과 부침과 의기소침을 뒤로 흘려보내고 새로운 파도를 맞으려 한다. 우리 가슴을 치고 가는 물결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새롭고 의미 있는 소설로 거듭나게 하리라 다짐하며 여기 징검돌 하나씩 놓는다.우리의 소설은 이제 시작이다.

▲7인소설집 '그가 살아있는 이유' 표지
▲7인소설집 '그가 살아있는 이유' 표지

이들 뒷북 동인들 가운데 한 사람인 정의연 작가는 단편 그가 아직 살아있는 이유에서 베트남 전쟁의 깊은 상처가 우리 사회에 깊숙이 박혀있음을 주인공 박동수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세월이 더 흐르면 아픈 상처는 다 치유돼 잊게 될까. 지구상에 전쟁은 또다시 벌어지고 있다. 이같은 전쟁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위해서 우리는 과거를 곱씹어 역사를 재해석한다. 여기에 소설만큼 적합한 장르가 있을까.

7인소설집 <그가 아직 살아있는 이유>에 나오는 7인의 작가들은 땀흘려 쓰고 피 토하며 세상과 격하게 맞딱뜨리자고 다짐하고 있다.
20228월 도서출판 나무와 숲에서 출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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