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문화가 바뀌고 있다
병영문화가 바뀌고 있다
  • 공금란 기자
  • 승인 2006.10.13 00:00
  • 호수 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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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대대 장병이 맞이한 추석
농어촌마을, 들 그리고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비인면 뒷산에 8361부대 1대대가 자리하고 있다. 충남에 주둔해 있는 8361부대 중 가장 경관이 좋다는 곳이다. 이 곳에 1대대가 주둔해 있다. 그래서 ‘서천대대’가 애칭이다.10월 6일, 서성문 대대장(42세)부터 막내 백원호 이병(19세)까지 300여 장병들이 추석날 아침을 맞았다. 민간인 신분이라면 당연히 제각기 가족들과 함께 맞이할 추석 아침을 타향에서 전우들과 맞이한 것이다.오전 8시 45분, 도착한 서천대대에선 6명의 전역식이 거행되고 있었다. 군 생활을 한 사람들은 경험했을 병영에서의 추석이지만 기자에게는 색다르기만 하다. 짧은 방문에서 말로만 듣던 ‘요즘 군대 좋아 졌어’라는 사실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예전과 달리 군대의 3D병과라는 취사병들이 새벽잠을 설치고 준비한 차례상이 제법이다. 뽀얗게 깍은 밤, 참하게 담아낸 숙주와 무우나물, 그리고 고기와 두부를 다져서 지져내어 산적을 대신한 요리사적 감각까지.대대장을 필두로 중대장, 경계근무나 통신병을 제외한 병사들, 질서 정연하게 들어왔다 나갔다 하면서 모두 차례를 지냈다.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음복(飮福)의 시간. 차례음식을 안주 삼아 청주 두병, 장병들의 수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음식이지만 이 것도 역시 “안주는 한 사람 당 꼭 한개 씩만 집어 가도록!”이란 상명과 함께 시작된 음복. 많은 수에 적은 음식 때문에 ‘이럴 줄 알았으면 떡이라도 한말 해오는 건데, 군대를 갔다 왔어야지’하면서 내심 걱정했는데 놀랍게도 빠진 사람 없이 모두 음복에 참여했다. 실로 군대는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다는 말이 실감났다.

추석 연휴기간 동안 4개 중대별로 다양한 경기를 하고 있었다. 이래서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가 나왔겠다 싶은 축구, 전날은 축구에서 우승한 팀원들이 포상으로 서천읍내 모 사우나를 맛보고 갔단다. 그리고 추석날, 워낙 혈기왕성한 젊은이들 이다보니 자칫 승부욕이 위험수위까지 갈 것을 우려해 한번도 안 해본 농구를 시도하고 포상으로 읍내 PC방을 보낼 계획이라고 했다. 이밖에도 육체미 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계획 중이었다. 정말 병영문화 많이 달라졌다.

몇 년 전만 해도 서로 하겠다던 취사병은 물론, PX근무병이 상대적으로 개인시간이 적어 지금은 인기가 없어졌다고 한다. 군이나 사회나 먹는 것이 최우선이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변했다는 뜻이다.

군에서의 개인시간, 딱히 근무시간이 아니면 개인시간을 갖고 오후 5시 이후엔 대부분 자유 시간을 갖는단다. 부대 안에서라는 전제 조건이 달려있기는 하지만, 점호도 예전처럼 차렷 자세로 줄서서 하지 않는 단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군대말로 ‘머리수 만 확인’으로 간단히 하고 있다.

AFKN반 CNN반… 자유시간에 하는 일이다. 영어가 좀 되는 장병이 병사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 군의 변화와 혁신 바람의 영향이다. “병사들이 진정한 지휘관을 따른다. 면담 등을 통해 상황을 파악해 휴가나 면회를 적절히 이용하며 상호존중 하는 배려가 필요하다”는 게 서상문 대대장의 말이다.

매서운 훈련을 통해서 군 조직의 힘을 만들어가기도 하지만, 함께하는 스포츠를 통해서 상호 우의와 조직력을 다지고 있다.

이렇다고 보면 ‘놀고먹는 게 군대?’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천만에 말씀이다. 경계근무 중 가장 어렵다는 해안경계, 눈이오나 비가 오나 부사방조제부터 장항앞바다까지 서천의 해안을 24시간 지키고 있다.

여기에 주민과 해당지역 자치단체와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 중 하나이다. 지금은 군대가 주민들 위에 군림하는 시대가 아닌 민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란다.

PX 앞 정자나무 그늘에 둘러앉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 하는 도중 기자방문에 대한 상부의 확인전화가 몇 차례 걸려왔다. “옛날 같으면 일개 병사가 편한 자세로 대대장 앞에 선다는 것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이게 어딘가, 힘없는 지역신문 기자가 군부대를 방문 취재할 수 있다는 게 말이다.

갓 스무살 내외의 피 끓는 젊음들을 포용하고 있는 병영이 어디까지 달라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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