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규슈의 서해안은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매우 복잡하다. 오오무라만이나 야츠시로해 등의 만이 있고 그 안쪽에 후쿠오카, 사가, 쿠마모토, 나가사키의 네 현에 둘러싸인 수역면적 1,700k㎡의 큰 만이 아리아케해이다.
아리아케해 전체 평균 수심은 20m이며 만 내부는 후쿠오카현과 사가현에 접하는 수심이 얕은 해역과 나가사키현의 이사하야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최대 조석간만의 차가 6m가 넘는 이사하야만에는 수심 5m 이하의 해역과 드넓은 갯벌이 펼쳐지고 있는데 갯벌 면적은 약 3,500ha로 단일 갯벌로는 일본 최대이다. 이는 새만금갯벌의 10분의 1, 장항갯벌의 3배 정도이다.
이러한 이사하야만 갯벌에는 짱뚱어를 비롯한 풍부한 어패류가 서식하였으며 많은 철새가 날아오는 ‘생태계 보고’였다. 이사하야만에서 자란 어패류는 아리아케해 전역에 퍼져 아리아케해는 어업인들로부터도 ‘보물의 바다’라고 불릴 정도의 어획고를 자랑하고 있었다.
아리아케해에서의 생물종의 다양성은 하나의 불가사의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아리아케해에서만 볼 수 있는 빨강기수우렁이 등 특산종만 23종 이상이 알려졌으며, 일본에서 초밥의 원료로 많이 쓰이는 ‘타이라기’라 불리는 조개, 바지락, 키조개 등의 조개류와 게나 새우 등의 갑각류, 기타 어류 등 어족자원이 매우 풍부하여 일본에서는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어업생산이 높은 바다였다. 이는 배후지의 평야지대를 곡류 사행하며 유입되는 감조구간이 긴 강들과 높은 조차에 의해 드러나는 갯벌이 잘 발달하였기 때문이었다.
빠른 조류가 해수를 위아래로 혼합하여 공기 중의 산소를 바다 밑바닥까지 전달한다. 그러나 조석과 조류가 약해져 해수가 성층화하면 공기 중의 산소가 해저까지 충분히 전달되지 않아 산소 농도가 적은 층이 해저에 발생하였다.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이러한 빈산소층의 발생은 예전의 아리아케해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현상이었다. 이로 인해 저서생물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또한 예전에 나타나지 않던 적조가 빈발하였으며 그 기간도 길어져 어패류가 집단 폐사했다.
개체수가 증가한 몇몇 이매패류도 있었는데 이는 빈산소에 강한 종으로 빈산소화로 인해 다른 동물이 멸족한 후에 일시적으로 재빨리 증가하는 현상을 보이며 이러한 이매패류 조개의 격증은 갯벌의 악화를 반영할 뿐이라고 아리아케해의 변화를 연구하고 있는 일본의 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저서생물의 사멸은 먹이사슬관계에 의해 연쇄 반응을 일으켜 해면어업의 급속한 축소를 불러왔다. 방조제를 막기 직전에 연간 8~9만톤에 이르던 어업 생산량이 방조제 끝물막이 공사가 끝나던 1997년에는 2만 3,000여톤으로 3분의 1로 급감했으며, 2000년에는 1만 톤에도 미치지 못하여 예전의 10분의 1 규모로 줄었다. 약 8만 8천 톤인 어패류의 연평균 어획량도 약 2만 5천 톤으로 줄어들어 심각한 흉어가 계속되고 있다.
흔전만전 주꾸미도 안잡힌다
▲ 새만금방조제 밖의 폐사한
백합 <사진/부안21 제공>
현재 새만금방조제 밖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작년 9월 부안군은 백합 양식 종패지원 명목으로 총 사업비 1억 2천만 원 가운데 절반인 6천만 원을 지원하여 위도와 변산면 연안 갯벌에 종패를 뿌렸다. 이들이 방조제에 인접한 해역에서부터 폐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흔전만전하던 주꾸미마저 잡히지 않아 어민들은 일손을 놓았다.
어업생산량도 아리아케해에서와 비슷한 비율로 줄어들었다. 해양수산부의 자료에 따르면 전라북도의 어업생산량은 방조제 공사 직전인 1990에 15만 234톤이던 것이 끝물막이 공사(2006년 4월) 직전인 2005년도에는 5만6,558톤으로 거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방조제 공사가 완성된 후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이처럼 새만금갯벌이 죽은 상태에서 서해 연안의 중간 지점에 있는 장항갯벌은 이제 서해갯벌의 심장부로 남아있다. 이마저 사라진다면 서해 연안생태계는 허리가 완전히 잘려나가며 수산자원이 고갈되는 국가적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다.
<허정균 프리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