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이사하야 간척 통해본 장항갯벌 매립 결과
<심층분석> 이사하야 간척 통해본 장항갯벌 매립 결과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6.12.15 00:00
  • 호수 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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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적조발생과 김양식 궤멸

▲ 아리아케해 전역에 드리운 김발 일본, 아리아케해 갯벌 사라지며 연이은 김흉작 일본의 규슈에 있는 아리아케해는 하구둑으로 막히지 않은 강이 흘러드는 만으로 어업 생산력이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높은 바다였다. 특히 대규모 김 생산지로 유명하였다. 일본 전체 김 생산량의 40% 가량이 이곳에서 생산되었다.
조류 느려지며 적조 발생

김을 양식하는 어민들은 봄부터 사상체 관리, 초가을의 포자 착생과 김발 설치, 겨울의 김수확과 가공으로 분주한 한 해를 보내며 높은 소득을 올렸다. 겨울에 아리아케해 전면에 퍼지는 김발은 장관을 이루었다.

영양염류가 풍부한 아리아케해에서 김은 빨리 자랐으며 아리아케해를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빠른 조류는 적조의 발생을 막아왔다. 1997년 간척사업으로 이사하야만이 닫히자 이러한 장관은 사라지게 되었다. 전에 없던 적조가 자주 발생하였으며 그 기간도 해가 갈수록 길어졌다. 이로 인해 김 흉작이 이어지고 있다.

적조는 바닷물의 부영양화로 질소, 인 등 무기염류들이 증가하여 미생물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되어 붉은 색을 띠는 플랑크톤 등의 생물체가 이상 증식하여 이로 인해 바닷물이 붉게 보이는 현상이다.

생활하수가 다량 유입되고 저층에 퇴적된 영양물질이 용출되는 폐쇄성 내만이나 연안에서 발생하곤 한다.

적조가 발생하면 대량 번식된 플랑크톤의 분해를 위하여 산소가 많이 소비되므로 산소부족으로 어패류의 대량폐사가 발생한다. 또 대량 번식된 플랑크톤은 물고기의 아가미에 붙어서 물고기를 질식시키기도 하며, 편모조류인 코콜리디니움은 독을 내뿜어 물고기를 죽이기도 한다.

김도 적조 플랑크톤도 성장하기 위해서는 영양분인 질소나 인 등의 영양염류가 풍부해야 한다.

아리아케해의 빠른 조류는 하천으로부터 흘러드는 영양염류를 확산시키면서 양식 김에 공급하였다. 그 때문에, 해중의 영양염류 양이 많아도 적조 플랑크톤이 발생하기 어렵고, 적조가 발생했을 경우에도, 빠른 흐름에 의해 신속하게 해소되었다.


적조 플랑크톤 김양식에 타격

간척사업으로 이사하야만이 막히자 이러한 일련의 시스템이 무너지기 시작하였다. 근본 원인은 조석간만의 차가 약해졌고 조수의 흐름이 느려진 데에 있다. 이로 인해 염분 농도가 높은 무거운 바닷물은 아래로 가라앉고 강에서 유입되는 영양염류가 풍부한 가벼운 물은 상층에 떠있는 성층화 현상이 나타났다.

예전에는 높은 조석간만의 차와 빠른 조수가 바닷물을 뒤섞어 놓아 이런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런데 성층화로 인해 하천으로부터 흘러드는 물에 포함되는 영양염류가 상층에 집중하여 오래 머물게 되자 이를 먹이로 하는 적조플랑크톤이 대량 번식해 양식 김의 먹이를 빼앗으며 김의 탈색이나 흉작을 일으키게 된 것이다. 또한 방조제 안에서도 적조가 발생하여 영양염류가 극히 적은 물이 방류됨으로써 김 흉작의 원인이 되었다.

한편 바닷물의 성층화로 상부에 있는 산소를 많이 포함하고 있는 물이 해저로 전달되지 않아 빈산소층이 형성되며 저서생물의 사멸을 불러왔고 여기에 더해 침전한 적조 플랑크톤의 시체가 분해되며 산소를 소비하여 저서생물의 사멸과 적조 발생을 재촉하였다.


   
▲ 아리아케 적조발생 상황변화
갯벌, 바다가 살아 숨쉬는 ‘들숨날숨’

간척사업으로 인한 이러한 인과관계를 정리한 것이 아래의 그림이다. 이를 보면 장항갯벌을 매립했을 때 어떤 결과를 낳을지 예측할 수 있다. 세계 최대의 새만금갯벌이 사라진 현재 그나마 장항갯벌이 있어 금강 하구 일대의 해역은 숨통을 트고 있다. 매립하려는 374만평의 장항갯벌에 들고 나는 바닷물은 바다가 살기 위해 숨쉬는 ‘들숨날숨’이다.

갯벌을 매립하려는 측에서는 이미 장항갯벌은 죽었으니 매립하자고 한다. 지난 10월 29일 노무현 대통령이 장항갯벌을 방문했을 때 충남 지역 언론은 당시 노 대통령이 월포·옥남리 갯벌에 들어가 세 군데를 파보았으며, 서천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조개도 없고 철새도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지난 4월 장항갯벌을 찾은 KBS 환경스페셜팀은 이곳 장항갯벌에서 하루 3~4만 마리의 도요새를 관찰하였다고 했다.

호주에서 월동을 하고 시베리아로 가는 도중 서해갯벌에 들르는 도요새는 20여일 이상 머무는데 이 때 갯벌에서 하루에 1,700여 개체의 갯지렁이나 칠게 등을 먹어치우며 몸무게를 두 배 가량 불린다. 어민들도 갯벌에 나가 백합, 동죽 등을 채취하여 하루에 5~6만원을 번다.

장항갯벌 주위에 대규모 김양식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충남 김 생산의 94%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국 김생산의 8.8%라 한다.

나소열 군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장항갯벌 주변으로 김 양식업 피해를 우려하는 어민들이 있지만, 어민 보상은 이미 1994년에 이뤄졌다.”고 말했다. 어민들의 삶은 안중에도 없는 참으로 무책임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1980년대 이후 발달한 토목기술을 앞세운 대규모 갯벌 매립으로 서해안 도처에 산업단지용 부지가 넘쳐나고 있다. 그런데 또 갯벌 매립인가. 갯벌 그 자체가 이미 훌륭한 산업단지이다. 비료를 줄 필요도 없고 농약을 칠 필요도 없이 거둬오기만 하면 되는 생산력이 매우 높은 공장이자 후세들의 지속가능한 삶을 약속하는 생명의 보고이다.

<글/프리랜서 허정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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