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용이 아저씨
현용이 아저씨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6.12.29 00:00
  • 호수 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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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선숙 칼럼위원

신약성서에 보면 성전 미문(美文)에 앉아 구걸하는 앉은뱅이가 나온다(사도행전3장). 그는 베드로 사도(使徒)를 만나 고침을 받는 기적의 주인공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교회에도 성전 미문의 앉은뱅이와 같은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1년 전부터 오기 시작했다. 50대 중·후반쯤 보이는데 주로 평일 교회 현관의자에 앉아 하루를 시작한다. 덥수룩한 머리와 거무스름한 피부, 허름한 옷차림이 첫 눈에 ‘노숙자’임을 알려준다. 따뜻한 차나 간식거리를 건 낼 때면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낚아채듯 받아먹는다. 잘생기고 건장한 체구임에도 추위 때문인지, 인생을 포기한 무게 때문인지 꾸부정하게 처진 어깨와 허리는 그를 더욱 불쌍하게 만든다.

또 한 사람, 어려서부터 지체장애를 갖고 있는 아저씨가 있다. 우리는 그를 ‘현용이 아저씨’라고 부르는데, 아주 오래전부터 교회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작은 키에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하며 말도 하지 못한다. 그는 주일 아침 9시가 되면 교회 현관 앞에 앉은뱅이가 앉았을만한 그 곳에 좌판(수세미, 때수건, 칫솔…)과 불우이웃돕기 성금함을 펴고 대리석 바닥에 앉아, 소리를 지르며(그의 인사법) 교인들을 맞이한다.

팔다리를 흔들며 위태로운 걸음을 걷고, 입언저리에는 항상 침을 흘리며, 괴성을 지르는 그를 대하는 교인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대부분 모르는 척 지나가고, 마지못해 인사하는 사람, 따뜻한 인사를 나누는 사람 등.

현용이 아저씨는 부지런하다. 평일에는 군산역과 시장 등지를 돌아다니며 생활용품을 판다. 물론 시중보다 비싸지만 무조건적인 동정을 바라진 않는다. 그렇게 판 이익금과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고아원이나 양로원에 기탁하고 1년에 한 두 번씩 사람들을 초대해 밥을 먹인다. 그래서 그의 선행은 방송에도 소개되고 군산시장과 대통령에게 표창장까지 받았다.

나는 처음에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난처했다. 잘해줬다가는 따라붙을 것 같고, 그렇다고 모른 척 하기엔 뒤통수가 따가웠다. 그런 애매한 모습 속에 “저 사람이 예수님이라면 지금처럼 행동했을까?” 라는 생각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성서는 우리에게 말한다.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나(예수님)에게 한 것이다” 베드로는 금과 은이 아닌 진정한 사랑과 사도의 능력으로 새 삶을 줄 수 있었는데 나(우리)는 그들에게 무엇을 주고 있는가?

어떤 이는 건강한 신체를 갖고도 일하지 않으며 구걸하여 살고, 또 어떤 사람은 자신도 주체하기 힘든 몸으로 불우한 이웃을 도우며 살기도 한다. 그 중 제일 부끄러운 모습은 고귀한 삶을 보면서도 깨끗하고 거룩한 척 바리새인의 옷깃을 세우는 내(우리)가 아닐까!

*베드로:예수님의 12제자 중 한 사람
*바리새인:유대나라 3대계파중의 한파로서 지나친 율법주의에 빠져서 참다운 사랑을 베풀지 못하는 자로 위선자를 비유하여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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