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산단 추진 ‘새만금’과 너무나 닮았다
장항산단 추진 ‘새만금’과 너무나 닮았다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7.01.26 00:00
  • 호수 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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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관변단체 전면에 나서며 ‘제2의 새만금’으로...

관변단체 - 데모 앞세운 여론몰이
정치인 - 표심으로 중앙정부 압박
지역언론 - 알권리 막는 편파보도

충남에서 장항산업단지 추진세력의 움직임이 전북의 새만금사업 추진세력과 너무나 닮은 양태를 보이며 장항산단 문제는 ‘제2의 새만금’으로 치닫고 있다. 관변단체, 정치·관료집단, 지역언론으로 대표되는 이들 추진세력은 장항갯벌 매립이 지역주민들에게 미칠 영향은 돌아보지 않고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일자리 창출’을 내세우며 정치적 이슈로 몰아가고 있다. 이들의 활동을 새만금의 경우와 견주어 해부한다. <편집자 주> 지난 해 12월 20일 충청권의 일부 사회단체들이 ‘장항국가산업단지 즉시착공 범도민비상대책협의회’를 구성하였다. 이에 속한 단체들은 바르게살기협의회, 충청남도새마을협회, 대전충남재향군인회, 한국자유총연맹도지부, 서천군비상대책위, 충남기업인연합회, 충남북부상공회의소, 대전상공회의소, 생활체육협의회, 여성단체협의회, 농업경영인충남도연합회, 여성경제인연합대전충남, 충남이통장연합회, 충남발전협의회 등이다. 이들은 장항산단이 착공되는 그 날까지 대정부 투쟁을 행동으로 할 것을 결의하고, 만약 즉시착공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장항산단의 착공을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여 대정부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6일에는 이들 단체장 40여명이 국무조정실, 해양수산부, 환경부등을 항의 방문하여 조속히 착공될 수 있도록 촉구하기도 했다. ▲ 지난 8월 7일 ‘장항산단조기착공 위한 군민궐기대회’에 공무원들이 동원돼 군청은 텅 비어 있었다.<사진/이강선 객원기자>
상경투쟁 벌이는 관변단체들

여기에서 주목되는 단체는 충남기업인연합회, 충남북부상공회의소, 대전상공회의소 등이다. 이들 단체의 회원으로 가입한 기업들은 대부분 건설관련 기업들이다. 이들이 ‘범도민’을 내세우며 장항산단 조기착공 투쟁의 전면에 나선 것이다. 이미 서천 사람들로 구성된 ‘장항국가산업단지조속착공추진위원회’가 군수의 지원을 받으며 공무원과 주민들을 동원하여 데모를 벌이는 등 ‘활약’을 하였지만 정부의 방침이 바뀌지 않자 이들 상공인들이 직접 가담하며 세력을 확대하여 중앙정부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전북에 새만금사업추진전라북도범도민협의회, 전북애향운동본부, 강한전북일등도민자원봉사단체협의회, 새만금완공도민총연대 등과 같은 관변단체들이 있다.

이들 단체에는 언론사 사장이나 전주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총재나 이사 등으로 참여하고 있어 말이 민간단체이지 사실상 상공인들과 한 몸통이다.

문규현 신부, 수경 스님, 김경일 교무, 이희운 목사 등 성직자들의 3보1배단이 경기도 과천에 들어설 무렵이던 2003년 5월 22일 전북 도청 앞에서는 ‘강한전북일등도민추진자원봉사자단체협의회’의 주도로 ‘새만금논쟁종식도민총궐기대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는 새만금 살리기 3보1배의 전국민적 여론화와 정부의 신구상기획단 구성계획에 따라 새만금 사업에 대한 재논의 분위기가 높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에서 위기감을 느낀 새만금 찬성세력이 사업지속추진을 주장하며 전개하던 상경투쟁과 함께 장외집회투쟁 중 하나로 치러졌다. 이 날 참가한 단체 회원들은 ‘새만금사업 반대행동 일삼는 환경부, 문화부, 해양수산부 장관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는데 ‘강한전북일등도민~’ 송기태(전주상공회의소 회장), 유유순 공동대표는 “도민의 숙원사업인 새만금 사업을 중단시키려 한다면 200만 도민의 이름을 걸고 정권퇴진운동도 불사하겠다”며 중앙정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 지난해 12월 9일, 장항산단 착공 연내 결정을 촉구하며 단식투쟁하다 입원한 나소열 군수를 찾은 이완구 충남도지사.<사진/충남도>
선봉에 선 도지사 중앙정부 압박

이로부터 10여일 후인 2003년 6월 3일 전북 출신 정치인과 공무원, 어민 등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새만금사업논쟁종식 전북도민궐기대회’를 갖고 “새만금 사업에 대한 논쟁을 끝내고 조속히 사업을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표심을 앞세워 중앙정부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이날 대회에 참석한 강현욱 전북지사는 새만금 사업의 조기 완공’을 촉구하며 삭발했다. 이러한 전북 도민의 표심에 중앙무대의 정치인들은 전북에만 오면 ‘새만금 찬가’를 노래하고 서울로 올라갔다.

이완구 충남 지사가 이러한 전례를 그대로 밟고 있다. 이 지사는 작년 7월 나소열 서천군수와 함께 ‘장항국가산업단지 조속 착공을 촉구하는 합동성명서’를 발표한 이래 중앙정부를 향한 발언의 강도를 계속 높여왔다. 그는 지난 22일 대전일보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5차 지역정책포럼에 참석한 자리에서 “충남의 이익을 침해하는 정치세력 및 정치인과는 싸울 수밖에 없다. 그 선봉에는 도지사와 시장, 군수가 서 있어야 한다”며 스스로 선봉에 나설 것임을 다짐하고 있다.

이러한 도지사의 행보에 서천군 의원들도 보조를 같이 했다. 지난해 11월 21일에 서천군의회는 ‘서천군 국책사업 유치활동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즉 군수가 장항산단 유치운동을 하는 단체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내용상 군수가 발의해야 할 사안이었지만 공청회 등의 주민의견수렴 절차를 피해 의원 3명의 공동발의로 상정됐다.

새만금사업을 두고 전북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발생했다. 2005년 6월 30일 전북도의회가 새만금사업을 찬성하는 단체에 예산을 지원할 수 있는 조례를 만들어 통과시킨 것이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상당수가 건설업자임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벌이고 있는 국책사업 새만금사업이라는 거대한 공사판을 유지시켜 여기에서 나오는 ‘검은 커넥션’의 의혹을 떨칠 수 없었던 사건이었다. 또한 지방의회가 주민들의 고통은 돌아보지 않고 강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하수인 노릇을 자처함으로써 풀뿌리민주주의 역사에 커다란 오점을 남겼으며 도의회 스스로가 각종 비리의 온상임을 증명해 준 사건이었다. 장항산단이라는 국책사업을 놓고 서천군 의회에서 똑같은 일이 재연되었다.
 

편파보도 일삼는 언론 알권리 봉쇄

새만금사업 추진의 전면에 전북의 지역언론이 있다. 전북의 지역언론은 대부분 그 자체가 건설업, 유통업 등을 모기업으로 하는 개발세력의 핵심 구성원이거나 이러한 세력과 밀접한 연대를 맺고 있다. 새만금사업의 시행청인 농업기반공사나 상공회의소, 그리고 여러 관변단체들은 자신의 입장을 이러한 언론을 통해 외부로 드러낸다.

현재에도 전북에는 11개의 일간지가 발행되고 있지만 이들 사이에 차별성은 찾기 힘들고 하나같이 성장 위주의 개발이데올로기만을 선전하며 반대 여론은 축소보도 하거나 아예 보도를 하지 않는 방법으로 지역주민들의 눈과 귀를 막아왔으며 ‘새만금=지역발전’이란 등식을 도민들에게 각인시켰다.

장항산단을 두고 충남의 언론들도 이와 똑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 금강유역환경청이 발표한 환경영향평가협의의견서를 두고 충남발전연구회가 ‘갯벌의 가치는 부풀리고 경제효과는 축소했다’는 주장을 약속이나 한 듯이 크게 보도하고 반대 의견에는 침묵을 지킨 것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이들 언론에 의해 어느덧 서천군 주민들 뿐만 아니라 충남 도민들에게도 ‘장항산단=지역발전’이라는 등식이 성립되게 되었다.

이들은 관변단체와 장항산단 찬성측의 주장은 여과 없이 크게 보도하지만 반대편의 주장은 축소보도하거나 아예 보도하지 않음으로써 편파보도를 일삼고 있다. 더구나 객관적인 입장에서 갯벌 매립을 통한 장항산단 조성의 실효성이나 타당성을 검증해보려는 시도도 없어 주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인 어민들의 입장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글 / 허정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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