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갯벌 매립은 시대착오적 사업
장항갯벌 매립은 시대착오적 사업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7.02.09 00:00
  • 호수 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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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협약’에 적극 대응하는 산업구조 개편 시급
온난화 부추기는 국가로 국제사회 낙인찍힐 우려

갯벌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는 지구의 허파로 불린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구적 재앙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장항갯벌 매립은 기후변화협약에 가입한 우리나라로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아본다. <편집자> 호주와 하와이 사이 태평양에 위치한 섬나라 투발루 정부는 2001년 11월 지구온난화로 인해 높아지는 해수면 상승 때문에 국토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9개의 작은 섬에 9천여명이 사는 이 나라 총리는 잘 사는 나라 중 가장 가까운 호주에 더 많은 사람들의 이민을 받아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한다. ▲ “해수면 상승” 최병수 작, 컴퓨그래픽/문현정
해수면 상승으로 가라앉는 나라
 
기후변화로 인한 생존 위기를 호소한 나라는 투발루 뿐 만이 아니다. 인도양에 위치한 섬나라 몰디브의 대통령은 1987년 10월 유엔총회연설에서 “3만 1천여명이 살고 있는 우리나라는 해수면 상승 때문에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다”고 호소했다. 1,196개의 조그만 섬으로 이루어진 몰디브의 평균 고도는 겨우 2m밖에 안된다고 한다.

이처럼 기후변화에 의한 재앙이 점점 가시화 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일 유엔 ‘기후변화 정부간 위원회(IPCC)’는 프랑스 파리에서 기후변화과학 분야에 대한 제4차 평가보고서 요약본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에 따라 21세기 말의 지표면 평균 온도는 20세기 말에 비해 1.8~4.0℃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인류가 지금처럼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생활을 지속할 경우 이번 세기 후반이면 여름철에 북극 바다에서 얼음을 볼 수 없게 되면서 해수면도 최대 59㎝ 높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영구동토층 메탄가스 시한폭탄

한편 미국 알래스카 페어뱅크스대의 케이티 월터 박사가 이끄는 국제조사단은 작년 9월 6일자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시베리아 북부지역의 영구동토층에서 방출되는 메탄가스가 지구 온난화를 급격하게 가속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구동토층이란 지표 밑의 온도가 2년 이상 연이어 0℃ 이하인 지역을 말하며 북극해 주변 북반구 지표면의 약 24%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시베리아 북부지역은 4만년 전 빙하기 때 수많은 동식물을 가둔 거대한 냉동고이다. 최근 지구온난화로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묻혀있던 식물과 동물 시체가 부패해 메탄가스를 방출하고 있다. 조사단이 추정한 시베리아 북부지역 영구동토층에서 방출되는 메탄가스의 양은 매년 380만톤으로 1974~2000년 사이 시베리아 북부지역에서 기온 상승으로 인해 녹은 호수 지역이 14.7% 증가했으며 그로 인해 메탄 방출은 58%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이 양은 매년 화석연료가 타며 배출되는 메탄가스 4억1,000만~6억6,000만톤에 비하면 적은 양이지만 그 양이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수십 년 안에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서 수십억 톤의 메탄가스가 발생할 것으로 경고하면서 월터 박사는 시베리아 동토층의 현재 상태를 지구온난화에 불을 붙이는 ‘째깍거리는 시한폭탄’과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고는 이전부터 있어왔지만 인류는 뒤늦게야 해결책을 모색하게 되었다. 1992년 5월 ‘리우협약’이 채택되고 94년 3월 ‘기후변화협약’이 발효된 것이다. 목적은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이산화탄소, 이산화질소, 메탄 등)의 방출을 제한하여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고자 하는 데에 있다.

그러나 이는 전세계 국가들이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선언일 뿐 누가, 얼마만큼, 어떻게 줄이는가에 대한 결정을 두고 난항을 겪게 되었다.

국가간 협상과정에서 국가이익을 우선하는 국가주의적 아집과, 차별화된 국가간의 부, 전혀 다른 환경 등의 요인으로 협약 목적달성을 위해서는 좀더 정리되고 강력한 의정서가 필요하게 되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교토의정서’이다.


세계 9위 이산화탄소 배출국
 
‘교토의정서’는 최대 온실가스배출국인 미국이 자국의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고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들이 의무감축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반대 입장을 표명하자 그 실효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마침내 2004년 11월 러시아가 비준서를 제출함에 따라 발효조건이 충족되어 정해진 규정(의정서 25조)에 의해 2005년 2월 ‘교토의정서’는 발효되었다.

153개국이 비준한 ‘교토의정서’는 선진 24개국과 동구권 11개국을 부속서 1국가로 규정하여 2008년부터 2013년까지 1990년도에 배출된 이산화탄소량보다 5% 감축하는 것을 의무화 하고 있다. ‘부속서 1국가’는 산업혁명당시부터 석탄과 석유 등의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 신흥개도국보다 많기 때문에 조기에 감축의무를 지게 된 것이다.

2002년에 비준한 우리나라는 산업화가 늦게 시작되었다는 이유로 OECD국가 중 ‘부속서 1국가’에서 제외되었다.

‘기후변화협약’에서는 모든 당사국들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국가전략을 자체적으로 수립, 시행하고 이를 공개함과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량 및 흡수량에 대한 국가 통계와 정책이행에 관한 국가보고서를 작성하여 당사국 총회에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1998년에 1차보고서를 2003년에 2차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 장항읍 송림리 앞 갯벌.<사진/공금란 기자>
세계가 주목하는 장항갯벌

이 같은 의무규정에 의해 제출된 제2차 국가보고서의 내용을 보면 연안습지의 실태와 보호 증진 등에 관한 조사연구 자료가 전혀 들어있지 않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3%를 점하는 2800km²의 연안습지 즉, 갯벌이 있다. 갯벌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여 지구온난화를 막는 지구의 허파와 같은 구실을 하는 곳이다. 이러한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2차 국가보고서에서는 이를 누락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갯벌의 보호와 보전을 강화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매립, 훼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향후 우리나라가 ‘기후변화협약’의 실행당사국이 되었을 때 우리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매우 중요하고 핵심적인 항목이 될 수 있다.

장항갯벌 매립문제를 세계가 주목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새만금갯벌에 이어 장항갯벌마저 매립한다면 우리나라는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나라로 국제사회에서 낙인찍히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 9위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이다. 즉 2차 공약 기간인 2013년에는 어쩔 수 없이 온실가스 의무감축에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국가산업의 구조와 틀을 기후변화협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조정해나가는 일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장항산단 조성은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인 사업이다. 갯벌 매립이 아닌 대안 찾기가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허정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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