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산단 착공이 ‘만병통치약’인가
장항산단 착공이 ‘만병통치약’인가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7.02.16 00:00
  • 호수 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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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소열 군수 “장항산단 아니면 어떤 대안도 거부”
류근찬 의원 “대통령 결단으로 무조건 착공하라”

▲ 대정부 상경규탄대회에서 서천군민들이 지속가능위, 환경부, 해양수산부의 화형식을 하고 있다. 장항산단 착공 여부에 대한 국무조정실의 최종발표를 앞두고 나소열 서천 군수와 류근찬 서천·보령 국회의원이 장항산단 착공 대정부투쟁의 선봉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장항산단 외에는 서천군이 살아갈 방법이 없는 것인 양 선동에 가까운 주장을 폄으로써 주민들의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지난 9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 열린공원에는 “장항산단 아니면 서천군민 다 죽여라”라고 붉은 바탕에 노란색 글씨를 쓴 커다란 펼침막이 펼쳐져 있었다. 서천에서 80여대의 전세버스에 나눠타고 올라온 2천 5백여명의 서천군민들이 모인가운데 ‘장항산단착공을 위한대정부투쟁 비상대책위원회’의 주관으로 ‘장항산단 즉시착공 범서천군민 상경규탄대회’가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 대정부 상경 규탄대회에서 연단에 오른 나소열 군수와 류근찬 국회의원
‘충청권 홀대론’과 연결

첫 번째로 무대에 오른 나소열 군수는 단식투쟁의 후유증을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라면서도 “한 사나이가 뜻을 굳게 뭉치면 나라를 감동시키고 서천군민이 뭉치면 하늘을 움직입니다.”라며 힘차고 단호한 어조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서천의 인구가 매년 2000명씩 준다. 젊은이들이 몰려들고 사람 사는 서천군을 만들고 싶다. 18년 동안 참아왔으니 더 이상 우롱하지 말고 착공을 하라.’는 내용의 연설을 하였다. 또한 그는 “장항산단 아니면 정부의 어떠한 대안도 거부하고 죽기를 각오하고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며 정부를 향해 직격탄을 날리고 서천군민들의 단결을 호소하였다.

이어 류근찬 의원이 나섰다. 그는 “76대의 버스를 타고 올라온 여러분들을 뵈니 심정이 착잡하다.”며 국무총리나 장관을 만나 압력을 넣은 사실을 설명하면서 이러한 자신의 노력이 먹혀들지 않는 것을 ‘충청권 홀대론’으로 연결시켰다. “전라도에는 22조원을 쏟아붓겠다고 했는데 충남인들의 염원인 장항산단을 18년이나 끌어오면서 1조원도 쓰지 않겠다.”는 것을 보고 “충청도가 너무 초라함을 느꼈다”며 “우리는 더 이상 멍청도가 아니다. 굳게 뭉쳐 단결하자.”고 호소했다.

또한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2월에 장항에 와서 “장항에 와보니 철새도 없고, 조개도 없고, 사람도 없다.”라고 말했는데 최근 말을 바꾸었다며 이는 대통령과 코드가 맞지 않는 장관들 때문이라면서 해수부 장관과 환경부 장관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술적 경제적 검토도 필요 없다.”며 “대통령의 결단으로 무조건 착공하라.”고 주문했다.

▲ 지난 9일 서울 광화문 앞 보도에 내걸린 펼침막 주민공청회 한번도 없어 나소열 군수가 장항산단 착공문제를 두고 그동안 주민공청회 한번 열지 않은 채 상경단식투쟁을 벌이거나 군민들을 향해 강경일변도의 선동적인 연설을 하는 것은 군정을 책임지고 있는 자신의 본분을 망각한 행위일 뿐만 아니라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주의 원칙을 무시라는 처사이다. 군수가 이처럼 직접 전면에 나서자 현재 서천에서는 갯벌매립을 반대하는 일체의 목소리도 나오지 않고 있다. 갯벌을 생계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어민들마저 주눅이 들어 숨을 죽이고 있다.나소열 군수는 정부가 제시하는 대안 투자도 거부하며 오직 장항산단만이 서천을 살리는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여론을 몰아가고 있다. 또한 장항산단에 대한 자신의 굳은 의지를 내보이며 서천 군민들이 대정부 결사투쟁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산업화 과정에서 개발에 소외되었다고 생각하는 많은 주민들이 장항산단을 신앙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황우석 사태’에서 보듯 서천군민들의 집단적인 정신적 패닉현상마저 불러올 위험성을 안고 있다. 검은거래 의혹마저 일어 류근찬 의원의 발언 또한 표심만 잡으면 된다는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한 행태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기술적 검토나 경제적 검토는 필요없으니 대통령의 결단으로 무조건 착공하라’는 발언은 나라살림을 맡은 국회의원으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말이다. 또한 환경부나 해양수산부의 차분한 대안 제시를 깔아뭉개고 장관을 물러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장항산단을 찬성하는 사람들에게는 듣기 좋은 말이지만 합리적 이성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국회의원으로서 수준 이하의 발언으로 들릴 뿐이며 ‘건설자본과 검은 거래가 있지 않나’ 하는 의혹마저 들게 한다.이들은 또한 장항산단이 18년 동안 참아온 숙원사업임을 내세웠다. 18년 전의 경제성장기에는 장항산업단지가 필요했을 수 있으나 지금은 이 시기에 행한 환경파괴가 부메랑이 되어 우리 가슴에 꽂히고 있는 시대이다. 숲의 파괴를 부른 석상만들기에 몰두하여 결국 섬 전체의 몰락을 부른 이스터섬의 이야기를 되새겨 정부에서 제시하는 대안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정부는 환경부 3,000억원, 해수부 4,000억원 규모의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나소열 군수와 류근찬 의원은 군민들을 더 이상 극단적인 투쟁으로 내모는 것을 중단하고 차분하게 실익을 챙겨야 할 것이다.<글 허정균 프리랜서> 장항갯벌 매립과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거대 석상 만들기에 몰두숲 사라지자 섬 전체 몰락서해 갯벌 파괴한 방조제한국판 모아이 석상으로 ▲ <이스터섬의 모아이라 물리는 석상>
남미의 칠레에서 서쪽으로 3,700km 떨어진 남태평양 한가운데 제주도의 10분의 1 정도 되는 크기의 이스터섬이 있다.

1722년 유럽인들이 이 섬을 처음 발견했을 때 섬 사람들은 누추한 갈대 오두막이나 동굴에서 기거하며 전쟁으로 날을 지새고 있었다. 워낙 식량이 부족하여 인육을 먹기도 하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러나 유럽인들은 이 섬 주민들의 야만스러움에도 불구하고 한 때 번성했던 사회가 있었던 흔적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해안을 돌아가며 2백 개가 넘는 거대한 석상들이 서 있었던 것이다. 모아이라고 불리는 이 석상 중에 큰 것은 높이가 10m, 무게가 80t이나 되었다. 채석장에서 석상이 있는 해안까지는 수km에 이르지만, 섬에는 석상을 제작하거나 운반하는 데 쓰일 큰 나무나 튼튼한 덩굴도 없었고 닭보다 큰 동물도 없었다.

47개나 되는 신전과 제단의 흔적, '롱고롱고'라 불리는 문자의 사용, 하지, 동지 등의 날에 떠오르는 태양의 각도에 맞추어 세운 300여개의 '아후'라 불리는 제사 장소 등을 본 유럽인들에게 이스터섬은 하나의 미스테리였다. 갖가지 설이 난무하였다. 심지어 우주인들이 와서 건설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최근에 와서야 탄소 방사성 동위원소 분석에 의한 고고학, 고생물학적 연구로 이 섬의 신비가 밝혀지게 되었다. 이 섬은 원래 여러 가지 나무가 울창한 아열대 숲이었다.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키가 20m가 넘는 야자수가 과거에는 가장 흔한 나무였다.

지상낙원과도 같은 이 섬에 서기 500년경에 폴리네시아인들이 이주해왔다. 자연이 주는 풍요 속에서 인구는 점차 늘어 2만여 명까지 늘었는데 나름대로 독자적인 문명을 쌓아가며 가계와 씨족을 이루고 각각 고유의 종교의식을 갖게 되었다. 부족 통합을 위한 종교의식을 강화하기 위해 각 씨족은 경쟁적으로 거대한 석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를 운반하기 위한 수단으로 나무를 베어내기 시작하였다.

이들은 나무 둥치를 잘라 깔고 그 위로 석상을 굴려 운반하였다. 또한 인구가 늘면서 난방과 조리를 위해 나무를 베어냈다. 씨족 간에 조각상 세우기가 경쟁적으로 벌어졌다. 그 결과 1600년 경에 섬에 있는 모든 나무가 사라졌고 채석장 주변에는 많은 미완성 조각품이 남아있게 되었다.

나무가 줄어들자 집 짓는 것을 포기하게 되었고 갈대로 된 오두막에 살게 되었으며 멀리 나가 고기잡이를 할 카누도 만들 수 없었다. 먹을 것이 날로 줄어들자 씨족 간에 전쟁이 일기 시작했으며 한 때 나름대로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던 사회는 파멸의 길로 치닫기 시작했다. 이들에게 '저 석상이 어디에서 온 것이냐'고 묻자 저 산 너머에서 걸어서 왔다고 대답하며 조상들마저 까맣게 잊고 말았다.

이스터섬의 이야기는 환경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주는 과거로부터의 메시지이다. 사람의 거주지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이 섬을 지구의 축소판으로 대치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화 시대로 접어들며 본격적인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지구온난화로 지구는 현재 파멸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줄이기 위해 국제협약이 맺어지고 있는 시대에 우리가 그동안 쌓아온 서해안의 거대한 방조제들은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으로 되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갯벌을 매립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숲의 파괴로 인한 섬 전체의 공멸을 눈앞에 두고도 석상을 만들자고 주민들을 다그치는 이스터섬의 추장의 목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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