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을 크게 보고
작은 것을 크게 보고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7.07.06 00:00
  • 호수 37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박서림 / 칼럼위원

산책을 하다가 공원 꽃나무 그늘에 감춘 검은 비닐 꾸러미를 발견했다. 쓰레기를 담아다 슬쩍 버린 것이었다. 매우 언짢았다.    

사소한 일로 눈을 감아버리면 그만인데?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나의 뇌리를 가득 채우는 흉물스런 영상(映像)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지난해의 강원도 지방의 수해, 그리고 강과 저수지를 가득 메웠던 쓰레기더미들. 그 쓰레기들을 버린 자들이 누구인가? 바로 공원에 꾸러미를 슬쩍 버린 그런 족속이다.

그는 무슨 마음으로 여기다 자기네 쓰레기를 담아 슬쩍 버렸을까? 쓰레기봉투 값이 아깝다. 들고 가기 귀찮다. 슬쩍 버리면 누가 아나? 이런 심보로 버렸을 것인데. 이런 작자가 산엘 가면 풀섶에 쓰레기 감추고, 개울에 가면 음식쓰레기 버리고, 바다나 낚시터에 가면 오물 쓰레기 마구 흩어 놓는 작자다.

이게 어찌 사소한 일일 수 있는가? 이 사회에 얌체, 위선자, 이기주의자가 왜 넘쳐 나나. 이게 모두 사회의 기초질서가 무너져서 그런다. 그들은 나 하나쯤 하겠지만 그 나 하나  나 하나가  모여서 그 꼴이 된 것을...

“큰 것을 작게 보고 작은 것을 크게 보라”는 말이 있다. 요란스런 사건이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 鼠一匹)”인 경우가 많고 눈에 안 보이는 바이러스가 조류독감으로 엄청난 조류들을 희생시키고 있다.

내가 버린 쓰레기 하나쯤 하는 얌체 이기주의가 바이러스처럼 만연되어 큰 재앙을 몰고 온다는 것을 각자가 인식했으면 한다.

옛날 한 등산가가 산에서 내려오다 실족하여 사망했다. 그의 배낭을 살피니 남이 버린 쓰레기가 기득하더란다.

"낚시꾼이 낚시꾼을 걱정하고 등산가가 등산가를 걱정한다"는 시 구절이 있다. 낚시나 등산도 도(道)인데  예절도 모르고 어설프게 나서는 무리가 많으니 진실한 조사(釣士)와 산악인이 사이비(似而非)를 걱정한다는 뜻일 게다.

비바람이 잦은 계절이다. 잡초가 무성한 때이다. 부지런한 농부는 잡초가 돋아나기 전에 순을 뽑아낸다. 기초질서를 무너뜨리는 악습(惡習)은 뿌리부터 뽑아내어 재앙 없는 여름이기를 빈다.


*칼럼은 본지의 논조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