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과 활용
이용과 활용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8.05.05 00:00
  • 호수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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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식
우송정보대교수

지난해 12월 7일, 충남 태안군 만리포 북서쪽 10km 지점에서 유조선 허베이 스피릿호와 해상크레인이 충돌, 원유 1만 2,547㎘가 유출된 사건이 있었다. 이는 과거 10년 동안 발생되었던 3,915건의 전체 유출량보다 더 많고 최대 사고였던 1995년 시프린스호 사건보다는 2.5배 많았다고 한다.

이로 인해 태안군 8개 읍면은 물론 서산과 보령, 당진과 홍성 그리고 서천지역까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었고 기름이 덩어리져 굳어버린 ‘타르 볼’은 멀리는 제주도의 추자도 해안까지 퍼져나갔다 한다. 아무튼 이 사건은 분명한 인재(人災)이자 엄청난 해양오염 사고임에는 분명하다.

동시에 이 사건은 사고발생 한 달 사이에 50만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주었던 기록도 가지고 있다. 비록 최근에는 그 수가 많이 줄었다고는 하나 성금참여와 함께 실로 놀라운 현상이었다. 하지만 근래에 사고지역을 직접 다녀오면서 생각해 보니 피해복구는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돌아오는 길에 2가지를 생각해 보았다. 나는 무엇 때문에 봉사활동을 다녀왔고 진정 지역주민들의 고통이 무엇일까라는 것이었다. 혹여 다들 무용담처럼 일삼는 주제에서 소외되기 싫어 다녀오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하루아침에 희망을 잃어버린 그들에게 단 하루의 움직임으로 과연 봉사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인지?

분명 그들에게는 따스한 봄볕만큼이나 엄청난 원망이 밀려들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선진국에서는 블랙(black)이나 그리프(grief)와 같은 단어를 붙여 슬픈 재난을 거울삼는 여행형태까지 등장하였다고 한다. 또한 자원봉사활동(volunteer)과 병행한 관광활동도 늘어나고 있다 한다.

즉, 원치 않는 재난과 재앙을 발판삼아 교훈적 교육가치로 탈바꿈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남을 돕는 기쁨을 목적으로 여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글쎄, 이러한 모습이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할까? 그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해 본 결과가 바로 ‘이용’과 ‘활용’이다.

우리는 필요에 따라 자신의 이익을 채우기에 급급한 이용중심형 삶에 익숙해져 있는 듯싶다. 충분히 살펴보고 편리하게 응용하는 활용중심형에는 많이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어찌 보면 다분히 말장난 같겠지만 여기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어 보인다.

실제적으로 자신이 남에게 이용당했다는 느낌은 상당히 불쾌해 보인다. 하지만 자신이 남에게 활용되었다는 느낌은 왠지 희생이라는 단어까지도 연상되는 분위기다. 그렇다! 삶을 유지해 나가다 보면 여러 형태의 희노애락(喜怒哀樂)이 있을 것이다. 특히, 위험한 기회도 많을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자기 자신만의 특성을 잘 활용해 위기를 극복해 나아가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남에게 의존하고 동시에 남을 이용만 하지 말고 스스로의 상황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현재가 나의 미래를 결정짓게 하지 말고 미래의 목표에 맞춰 지금을 변화시켜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가 크게 보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안에서 문고리를 걸어 놓고 손님을 맞이하지는 말아야겠다. 배부른 자의 옆에 서 있다고 해서 결코 배부르지는 못할 것이다. 지나친 배타성은 고유성이 아니라 고립이자 퇴보를 일컫는다. 갑자기 구동존이(救同存異)라는 뜻과 반면교사(反面敎師)라는 문구가 새삼 떠오르고 있다.

 * 칼럼은 본지의 논조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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