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서천 사회
지속가능한 서천 사회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9.01.05 16:32
  • 호수 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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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아침 천방산의 봉우리들은 밤새 내린 눈으로 하얗게 덮여있다. 얼어붙은 대지에서 초목들은 생명활동을 멈춰버린 듯하다. 곤충이나 동물들도 어디에서 긴 동면을 하고 있는지 자취도 없다.

그러나 봄이 되면 다시 잎이 피어나고 온 세상을 다시 초록으로 물들이며 자연의 순환을 반복할 것임이 틀림없다. 종착점을 향하여 내닫지 않고 순환을 계속 한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순환은 바로 지속을 뜻하기 때문이다.

한두 집 차로 승부가 결정되는 미세한 바둑에서 순환패가 발생할 경우 그 바둑은 무승부가 된다. 모두가 승자인 것이다. 이를 ‘장생(長生)’이라 하는데 기성이라 불리는 오청원은 이러한 장생이 발생하면 팥밥을 지어 축하할 일이라고 했다고 한다. 장생은 곧 지속가능성을 뜻하기 때문이다.

사람도 자연의 살아가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사회는 생태계의 순환이 원활하게 진행될 때에만 가능하다. 생태계의 순환 질서 속에서는 어느 것 하나 독자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저것이 멸하므로 이것도 멸한다’는 화엄사상은 생태계의 순환 질서를 표현하는 진리이다.

그러나 인류가 산업화 사회를 시작하면서부터 생태계의 순환은 끊임없이 파괴되어 왔다.

1970년대에 들어와 본격적인 산업화를 시작한 한국에서는 짧은 기간 동안에 고도의 성장을 이루었다고 말하고 있지만 압축해서 생태계를 파괴했음을 뜻할 뿐이다.

불과 40년 동안에 서해안의 해안선을 간척공사로 밋밋하게 만들어버린 것이 지난 40년간의 우리의 역사이다.

산업화의 최종 단계인 고도대중소비단계에 접어들어 풍요로운 소비생활을 구가하는 것 같지만 분해되지 않는 폐기물과 쓰레기를 양산하여 순환의 고리를 차단하고 있을 뿐이다.

무한경쟁을 요구하는 신자유주의의 산업자본은 ‘세계화’를 내세우며 국경을 넘나들며 이윤추구에 나서고 있다. 이것이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이러한 다국적 자본은 오늘도 지구상에서 대규모의 자연 파괴와 함께 많은 마을 공동체를 황폐화시키고 있다.

한국에서 자본의 이윤추구는 한계에 달하자 정치와 결탁하여 강과 산을 허물고 있다.

더욱 심화된 형태가 ‘대운하 사업’이다. 이들이 내건 ‘지역 발전’이란 말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현혹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생태계의 순환질서를 파괴하여 공멸로 치닫는 길일 뿐이다.

이에 우리는 지역내에서 물질의 순환을 추구하는 일에서부터 대안을 찾고자 한다.

브라질의 커피 농장에서 지구를 반 바퀴 돌아 많은 석유를 소비하며 날아온 커피는 이 땅의 전통차 시장을 잠식하고 커피농장 농부들의 삶을 무역업자에게 종속시킬 뿐이다.

그러나 지역내에서의 먹을거리 체계를 확립하고 순환이 이루어지면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를 알 수 있게 되어 농약이나 제초제 사용이 줄어들어 땅이 되살아나고 생태계의 순환이 촉진되며 다양한 종류의 생산이 이루어져 일자리 또한 늘어난다.

서천은 지역내에서 자급자족을 할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산살림, 들살림, 갯살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실천에 옮기는 일만 남았다. 조례를 제정하여 서천산의 먹을거리만을 합교급식 식자재로 쓰도록 하는 조례를 제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서천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제도도 연구해봄직하다. 새해의 희망을 지역내에서의 순환형 사회에서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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