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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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9.03.28 13:27
  • 호수 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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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장환 칼럼위원
‘나폴레옹’하면 유럽근세사 나아가 프랑스사에서는 중요한 인물이다. 그의 역사적 공과는 학자들이 계속 연구할 일이지만 약 200년 전 유럽의 황제였던 나폴레옹과 은둔하던 ‘조용한 아침의 나라’ 조선이 간접적으로 접촉했다는 사실은 상당히 호기심이 가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그 인연은 조선 충청도의 한 말단 관리와의 인연이었다. 이곳 모시장터에 마량진첨사 조대복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때 언급한 영국군함 ‘라이러’호 함장 바실홀이 귀국길에 세인트 헬레나 섬에서 유배중이던 나폴레옹을 만났다. 유배중이었지만 한때 유럽을 호령하던 황제였기에 알현하는데도 시간이 걸리고 까탈스러웠다. 또한 그를 대하는 나폴레옹의 태도는 별로 시덥잖다는 표정이었다.

마침 함장 부친이 나폴레옹과 교전한 적이 있었고 부친 역시 나폴레옹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부친의 이야기로 실마리를 풀어 나갔다. 그러자 나폴레옹은 호기심이 발동하여 영국군측의 지휘관들에 대한 촌평부터 시작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화제를 돌려 함장이 최근 탐험하고 돌아 온 조선과 그 인근지역에 대해 설명하자 나폴레옹은 자신이 가보지 못한 미지의 땅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하여 이것 저것 여러 가지에 대하여 질문을 퍼부었다.

마침 함장은 자신이 탐험한 곳과 회담한 상황, 현지 관리의 모습 등을 삽화로 스케치를 하였기 때문에 그림을 보여 가면서 자세하게 설명을 하였다.-물론 그 삽화에 등장하는 조선인의 모습은 약간은 아랍풍으로 조금 어색하였고 또 관리의 갓도 너무 크게 그려 조금 이상해 보인다- 나폴레옹은 전장의 지휘관답게 무기상황은 어떤지, 방어태세는 어떤지 등에 대해 질문하였다.

함장이 그날 나폴레옹과 면담한 내용은 자세하게 기록하지는 않았지만 나폴레옹의 지적 호기심으로 추측하건대, 또 과거의 황제였지만 일개 유배자로 전락하여 시간이 무료한 정황상 자신이 상륙하고 면담한 현재의 충청남도 비인면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러한 인연으로 나폴레옹과 조선이 간접적으로 조우를 하였다. 우리와 전혀 상관없을 것 같던 나폴레옹이 200년 전에 충청도 비인과 인연이 있었을 줄이야! 그렇게 생각하니 평범한 우리네 인생사의 인연이란 것도 소중한 것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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