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건국가의 소돔화
토건국가의 소돔화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9.05.30 12:12
  • 호수 4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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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국 칼럼위원
지난 5월 16일 서울에 입성한 오체투지(五體投地) 순례단은 ‘서울 순례를 시작하며 드리는 글’에서 “세상이 잔인해지고 인간성이 무너진 이유는 정치권력이나 자본권력은 말할 것도 없이 국민 전체가 물신이라는 지독한 우상숭배에 빠졌기 때문”이라며 “생명 자체에 대한 성찰 없이는 그 어떤 묘수도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용산참사’를 떠오르게 하는 이 글은, 현대판 ‘소돔’인 서울에 입성한 오체투지 순례단이 서울 시민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이다. 소돔은 구약성서 중 창세기에 나오는 지명이다. 성서의 기록에 따르면 소돔과 그 이웃 성(城)인 고모라는 성적 문란 및 도덕적 퇴폐가 만연하였다고 전하여진다. 여호와는 당시 소돔에 거주하고 있던 롯에게 의로운 사람 10명만 찾아내면 멸망을 보류하겠다고 선언했으나, 그 10명의 선량한 사람을 찾아내지 못하여 롯이 소돔을 탈출하자마자 하늘에서 유황불이 내려 멸망하였다고 한다. 지금은 흔히 '죄악의 도시'를 뜻하는 비유어로 쓰이고 있다.

이 ‘죄악의 도시’ 서울에서, 창세기의 소돔에서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뉴타운 개발이 한창인 서울이 토건국가의 수도로 탈바꿈하고 있으며, 이는 창세기의 저자도 상상할 수 없었던 현상이다. 청계천 신화에 힘입어 집권한 이명박 대통령이 한반도의 천지인(天地人) 관계를 역변(逆變)시키려는 토건국가의 유령이 전국을 배회하고 있으며, 특히 서울은 이러한 토건국가의 수도로서 뉴타운이라는 토건사업이 대대적으로 진행 중이다. 뉴타운 개발의 경계지대인 세입자?땅주인의 셈법?득실 차이가 이윽고 ‘용산참사’를 낳는 원흉이 되었다.

유황불이 내려 멸망했던 소돔의 주민들도 생각조차 못한 부동산 투기의 이전투구(泥田鬪狗) 속에서 용산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땅 1평에 1억원(?)의 보상을 받은 땅 주인(지주)과 망루에 올라가 죽은 세입자의 경계지대는, 분단되어 억울한 이 나라 속의 또 다른 분단지역이다. 토건국가 안의 가진 자(지주)와 가지지 못한 자(세입자)의 분단으로 말미암아 "세상이 잔인해지고 인간성이 무너지고 있으며, 그 이유는 정치권력이나 자본권력은 말할 것도 없이 국민 전체가 물신이라는 지독한 우상숭배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생명 자체에 대한 성찰이 없이는 그 어떤 묘수도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생명의 차원에서 ‘토건국가의 소돔化(뉴타운 재개발?한반도 대운하와 같은 역변에 대한 하나님의 징계로 소돔처럼 대한민국의 문명이 멸망하는 것)’를 예방하는 길을 찾아야하며, 오체투지 순례단의 글도 이러한 당위에 부응한 듯하다. 그런데 오체투지 순례단의 글에 빠진 문구가 있다. ‘평화’라는 단어이다. 마지막 문단에 “생명평화 자체에 대한 성찰이 없이는 그 어떤 묘수도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밝혔으면 훨씬 빛나는 글이 되었을 텐데...

생명평화의 차원에서 이명박 정부의 토건국가化 정책(이 나라를 토건국가로 만들려는 각종의 정책)을 저지하는 운동은, 새로운 평화운동에 해당된다. 현대판 소돔, 부동산 투기판 소돔이 되어가는 이 땅을 평화의 마을로 부활시키는 평화운동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이 요구에 응하기 위해, 용산참사를 ‘평화’의 시각에서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용산참사가 평화와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항변(?)할 분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평화의 눈으로 본 용산참사 이야기’를 들려주어야할 것 같다.

<평화활동가·전 월간 말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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