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때면 외로움은 두배”
“명절 때면 외로움은 두배”
  • 최현옥
  • 승인 2002.09.19 00:00
  • 호수 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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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마 시달리며 홀로사는 최경철 할아버지
수확의 계절을 맞이하는 우리들의 마음은 풍성하기만 하다. 들판은 황금색으로 물들어 가고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을 맞는 우리의 마음은 어느새 고향에 있다. 고향에 다다른 우리는 저녁에 햅쌀로 빚은 반달 송편을 먹으며 연중 달빛이 가장 좋다는 추석 달을 보고 가족 애를 나눈다.
그러나 주변에는 풍요로운 세상 속에 빈곤을 느끼며 소외 받고 살아가는 이웃이 너무나 많다. 화양면 금당리에 쓰러져 가는 집을 홀로 지키며 살아가는 최경철할아버지(72) 역시 병마에 시달리며 쓸쓸한 추석을 맞고 있다.
최씨의 집에 들어서자 반기는 것은 홀로 살아가는 이의 쓸쓸함과 여자의 빈자리였다. 곳곳에 쳐진 거미줄과 오래된 벽지와 장판 등은 그의 마음을 더욱 병들게 하고 있다.
또한 방에 들어서자 언제 빨았을지 모르는 이불과 방구석에 밀어놓은 밥상은 최씨가 기초적인 생활마저 안 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증명했다.
"내가 설하고 추석 만 되면 마음이 착잡해서 아침밥 먹다가 울다가 그려"
기자의 방문에 오랜만에 누군가 자신을 찾아준 기쁨에 최씨는 목을 놓고 그동안 쌓인 한을 풀어놓는다.
그가 폐가에서 생활하게 된 것은 같이 살던 형이 12년 전 숨을 거두면서다.
최씨는 "형만을 믿고 살아온 나였는데 이제 끈 떨어진 두레박 신세가 되었다"며 신세타령을 한다.
그의 한달 생활비는 국가에서 나오는 15만원이 전부다. 그러나 "척추장애를 앓고 있어 약값만 해도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는 그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구입하는 반찬 역시 마음놓고 살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슬하에 자식하나 없는 최씨를 위해 일년에 한 두 번 형수와 조카딸이 찾아왔지만 지금은 자기 생활에 바빠 찾아오는 횟수가 줄고 이웃의 도움으로 살아간다.
"이럴 때 먼 친척보다 이웃 사촌이 더 낮다는 말을 실감한다"는 최씨는 이웃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크단다.
최씨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가끔 노인정에 나간다. 그러나 자식 자랑을 늘어놓는 친구들을 볼 때 부러움에 마음이 착잡함을 느낀다며 고개를 떨군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낮에는 텃밭에 배추며 고추를 키우고 밤에는 텔레비전을 보지만 혼자 방에 누워 있으면 서러움이 밀려온단다.
그래서 서로 의지하며 살아갈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최씨는 몸이 아플 때 더욱 서러움이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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