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시대
불안한시대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9.08.03 14:43
  • 호수 47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승국 컬럼위원
불안이란, 자기에게 나쁜 일이 지금은 일어나지 않지만 언젠가 일어날지 모른다고 생각될 때 생기는 감정이다. 대상이 분명하지 않아서 회피하거나 예방조치를 취할 수 없는 무력감을 동반한다. 

 

이러한 무력감이 만연한 현대를 ‘불안한 시대’라고 일컬을 수 있다. 불안한 시대는 문명ㆍ체제의 전환기에 다가온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에 팽배해 있는 가운데 신자유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최악의 경제상황 속에서 삶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할 대안이 떠오르지 않는 ‘불안한 시대’. 무한경쟁의 시장에서 탈락하여 도시빈민이 되거나  노숙자로 전락하는 불안한 시대.

‘청년실업 대란’이라는 말이 의미하듯이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얻지 못하여 부평초처럼 떠다니는 불안한 시대. 40대 중후반이 되면 언제 회사로부터 쫓겨날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불안한 시대. 유망한 중소기업이 흑자도산하거나 빚에 쪼들린 중소기업 사장이 자살하는 불안한 시대. 미국산 유전자변형(GMO) 식품이나 중국산 저질식품이 먹거리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불안한 시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공포’에 맞선 촛불시위를 통해 국민 건강권을 주창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쇠고기가 대량 유통되면서 우리의 식탁을 위협하는 불안한 시대. 토건국가를 지향하는 이명박 정권의 속도전을 국민들이 따라잡지 못하며 허덕이는 불안한 시대. 현 정권이 들어선 뒤 그 동안 쌓아올린 민주주의의 금자탑이 무너져 사회 곳곳에 ‘아노미(Anomie) 현상’이 벌어지는 불안한 시대. 국민들을 절망상태로 모는 정치권의 행각, 의회의 기능마비, 법치의 과잉, 공권력의 남발, 인권개념의 실종 위기에 놓인 불안한 시대.

용산 참사에서 공권력의 과잉진압으로 사람이 죽었는데 ‘죽임의 공권력’은 면죄부를 받고 철거민들이 테러리스트로 내몰리는 가치전도의 불안한 시대. 도심의 상가에 세든 자영업자 누구나 ‘졸지에 철거민이 되어’ 공권력ㆍ용역깡패와 싸우다가 억울하게 개죽음 당할 불안감이 있으며, 죽은 뒤에도 테러리스트의 누명을 뒤집어 쓸 개연성이 있는 불안한 시대. 걱정이 태산 같은 세입자들의 마음이 조마조마하여 ‘나도 곧 저렇게 참사를 당할지 모른다’고 마음 졸이는 불안한 시대. 세계화ㆍ신자유주의의 모순이 신체 속에 축적되어 심신이 고달픈 민초들이 아우성치는 불안한 시대. 현 정권의 신자유주의 개발독재가 ‘만악(萬惡)의 근원’을 이루는 불안한 시대. 

이처럼 정치ㆍ경제ㆍ사회적으로 총체적인 난국인데도, 이에 대한 감각이 없는 집권층의 불감증으로 나라의 발전이 지체될 가능성이 높은 불안한 시대. 진보ㆍ보수 가릴 것 없이 총체적인 난국을 돌파할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불안한 시대.

이렇게 불안한 시대에 평화를 생각하는 것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지만,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려는 노력 속에 난국을 돌파할 대안이 내재해있을 것이다. 내재해있을 것으로 믿는 대안을 찾아 나서기 위해서는, 불안한 시대의 현상을 드러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어 불안한 시대상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규명하는 가운데 불안한 시대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 불안한 시대의 실체를 인지한 뒤 이를 지양할 평화의 대안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한 수순인 듯하다. 

<평화활동가/전 ‘말’지 편집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