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관 건설현장, 400년된 팽나무 민가 덮쳐
자원관 건설현장, 400년된 팽나무 민가 덮쳐
  • 이미선 기자
  • 승인 2010.07.03 11:36
  • 호수 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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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토목공사…지반 약해져
안전조치 촉구 민원 무시한 결과

 

▲ 오늘(3일) 새벽 5시께 장항읍 송림리에 위치한 해양생물자원관 공사현장에서 400년 된 팽나무가 그대로 민가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나무 크기 비교를 위해 긴 장대우산을 대조 배치한 사진.

오늘(3일) 새벽 5시께 장항읍 송림리에 위치한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공사현장에서 400년 된 거목이 민가를 덮쳤다.

안전조치 촉구를 위한  주민들의  민원을 무시한 채 감행한 공사가 연일 내린 30mm 안팎의 장맛비를 감당하지 못한 결과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주택 안에서 혼자 잠을 자고 있던 노파는 땅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소리에 새벽부터 잠이 깨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이곳은 정부대안사업의 일환으로 국토해양부(장관 정종환)가 추진하고 있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공사현장으로 지난해 12월 3일 기공식 후 이달 1일부터 본격적인 토목공사가 시작된 곳이다. 

자원관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건설될 계획인 이 작은 모래언덕은 400년과  100년의 고목 두 그루를 제외한 거의 모든 나무가 올해 초 벌목되면서 벌거숭이 모래 산으로 변했다.

장마철이 다가오면서 토사가 휩쓸릴 것에 대비 시행사측이 방수덮개를 씌웠지만 대부분 모래질로 구성된 언덕에서 힘을 제대로 받을 수 없던 거목이 힘없이 인가로 쓰러졌다.

400년 고목은 그 둘레만 성인 3~4명의 아름으로, 뿌리로부터 올라온 굵은 줄기 한개가 성인 여성(키 163cm /몸무게 60kg 기준) 한명보다 훨씬 굵다.

착공 당시 송림리 주민들은 오랜 시간을 마을과 함께해 온 아름드리 팽나무의 훼손을 우려해 각별히 신경써줄 것을 군과 시행사측에 요청했다. 하지만 이를 등한시한 벌목업체와 시행사, 또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초래한 안일한 군행정에 대해 더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나무가 쓰러진 바로 앞 주택에서 잠을 자고 있던 한 주민은 "나무가 워낙 오래돼 언젠가부터 나무의 모양이 곧지 못했는데 이에 대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공사를 감행한 행정에 화가 난다"며 "다행히 주민들의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그에 못지 않은 마음의 상처를 남겼다"고 토로했다. 

또 한 주민은 "이번 일은 연일 내린 장맛비로 인한 토사 유출이 근본적인 문제지만,  미리 예견된 사고를 무관심으로 방치한  정부에 화가 치민다"고 한탄했다. 

새벽부터 현장에 나온 주민 10여명은 흥분되고 안타까운 상황에 시행사와 군 관계자를 상대로 한참 실랑이를 벌이는 등 마을 안녕에 대한 심한 불안함과 불쾌감을 여과없이 내보였다.

한편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1천537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오는 2013년 개관을 목표로 대지 33만㎡에 연건평 3.0만㎡ 규모로 오는 2012년 건립될 계획이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사건현장/이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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