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사회, 쌀값 안정과 농가 소득 보장으로
공정사회, 쌀값 안정과 농가 소득 보장으로
  • 편집국 기자
  • 승인 2010.09.13 11:19
  • 호수 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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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종 갑 칼럼위원

▲ 현 종 갑 칼럼위원
다가오는 가을 기운 속에 어슬렁거리는 죽음의 그림자, 지독한 외로움과 상실감, 그리고 삶의 힘겨움을 버무려 최승자 시인은 조금은 거칠게, 그러나 아주 절박하게 가을을 노래했습니다. 지난 여름, 하늘과 함께 짓는 농사에 하늘은 협조하지 않고 징글징글하게도 비를 막 퍼부어 댔지요.

다행히 다른 농사와 달리 쌀농사는 또 풍작을 이루었지만 ‘개 같은’ 풍년이 농민들 마음을 이렇게 속상하게 할 줄을 누가 알았겠습니까.

농사로 벌어들이는 소득의 절반을 차지하는 쌀값이 해마다 떨어져도, 그리하여 드디어 올해 최고의 폭락을 기록하게 되었어도 실제로 효과가 있을지도 염려되는 정부 대책에 긴가민가하면서 꼼짝없이 풍년을 맞이해야 하는 농민들에게 올 가을은 유난히 힘겹지 않을까 싶습니다.

해마다 자신의 피땀과 하늘의 도움으로 이루어 온 풍년이 반갑고 고맙기는커녕 흉년 기원제라도 지냈어야 했냐고 묻고 싶은, 참 야속한 가을인 셈입니다. 도대체 얼마나 더 세월이 좋아져야 아무 근심걱정 없이 풍년 농사 한번 지어 볼까요.

정부는 지금 공정사회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한 셈입니다, 공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출세한 사람들을 더 높은 자리에 앉히려다 국민들의 속을 쓰리게 하기도 했지만 정부의 ‘공정사회’ 정책이 성공하면 한층 더 살기 좋아질 것이라 기대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하도 어이없고 불공정한 일들이 많이 벌어져 선뜻 믿기지 않으면서도 혹시나 해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정책은 정권이 서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선심정책이 아니라 정부가 좋아하는 법질서 지키기 차원에서 당연히 시행해야 하는 것입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우리 헌법은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제119조 ②항).’고 못 박아 놓고 있으며, ‘국가는 농수산물의 수급균형과 유통구조의 개선에 노력하여 가격안정을 도모함으로써 농·어민의 이익을 보호한다(제123조 ④항).’ 하여 쌀값 안정과 농가 소득 보장이 농민을 위한 생색내기 사업이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법질서 지키기를 통한 공정사회 실현의 길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법은 그런데 문제는 폭락하는 쌀값을 그냥 두고서는 식량 안보는 물론 공정사회 실현도 어림없다는 것입니다. 서천군농민회는 군 농업예산 확대, 경영 안정 직불금 확보, 농민이 참여하는 농업 정책 운영, 대북 쌀 지원과 4대강 예산의 농업 예산 전환, 지역농산물로 무상급식 실시 등을 주장했습니다.

이런 정책들이 공정사회 구현 차원에서 진지하게 추진된다면 1985년 도시민보다 많았던 농민 소득이, 도시민 소득이 100일 때 1993년 95.5, 2003년 76.2, 2009년 66으로까지 벌어진 격차를 조금씩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도 좀 잘 살아야겠다는 농민들의 생존권 싸움은 정당합니다. 어떻게 싸우면 더 좋을까 그것이 고민이겠지요. 폭폭한 심정이야 이해하지만 싸우는 사람들 다치지 않고, 지켜보는 사람들 안타깝지 않게 치고받지는 말고 말로, 법으로 싸웠으면 좋겠습니다.

헌법에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농·어민의 이익을 보호한다.’고 했는데 법을 지키지 않은 국가가 먼저 법을 지키라고 법에 호소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힘은 드시겠지만 ‘서천농업지키기 기원 3천배 투쟁’ 시작에 힘찬 손뼉을 쳐드리고 싶습니다.

농사형제 여러분, 풍요로운 가을이 되도록 부디 힘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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