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벼농사 위기-해법은 없나
┃특집┃ 벼농사 위기-해법은 없나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0.10.11 11:09
  • 호수 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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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재고량 149만톤-적정 비축량 2배
의무수입물량 해마다 늘어 올해 32만 7천톤
정부, 대북 쌀지원 “북한의 변화 지켜보겠다”

2008년 이후 20% 가까이 폭락하면서 쌀값 대란이 이어지고 있다. 1인당 소비량은 줄어들고 대북 지원마저 중단되면서 쌀 재고량은 적정 수준의 두 배에 이르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월 말 예상 소비량을 초과하는 생산량을 전량 시장에서 격리키로 하는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쌀값 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위기에 처한 벼농사의 실태를 알아보고 위기에 처한 벼농사에 대한 해법을 알아본다.

 

▲ 본격적인 추수가 시작됐지만 쌀값 하락으로 농민들의 시름은 깊다. 지난 1일 한산면 들판의 추수 모습.

 

◆ 쌀 생산·수입량 추이
쌀 생산량은 지난 2005년 476만 톤에서 2006년 468만톤, 2007년 440만톤으로 감소했지만, 2008년 484만톤으로 급증한 뒤 2009년에는 491만톤으로 두 해 연속 증가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10년산 쌀 생산량이 전년 대비 7.1~9.8% 줄고 쌀 가격도 14만~14만4000원선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쌀 생산량은 지난 2005년 476만 톤에서 2006년 468만톤, 2007년 440만톤으로 감소했지만, 2008년 484만톤으로 급증한 뒤 2009년에는 491만톤으로 두 해 연속 증가했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10년산 쌀 생산량이 전년 대비 7.1~9.8% 줄고 쌀 가격도 14만~14만4000원선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여기에다 쌀 관세화 유예에 따른 최소시장접근(MMA) 물량이 매년 늘어나면서 전체 공급물량을 확대하고 있다. MMA물량은 지난 2005년 22만여톤을 시작으로 2006년 24만여톤, 2007년 26만여톤, 2008년 28만여톤, 2009년 30만여톤, 올해 32만 7311톤 등으로 매년 2만톤 이상 늘어나고 있다.

1995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당시 쌀 관세화를 한 차례 유예한 뒤, 2004년 협상에서 이를 다시 10년간 연장하는 조건으로 2005년부터 2014년까지 5%의 관세로 의무수입물량을 매년 2만톤 가량씩 늘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쌀 재고량
농림수산식품부는 올해 쌀 예상 이월 재고량을 149만톤으로 보고 있다. 적정 비축량인 두 달 치 쌀 소비량(72만t)의 두 배에 가깝다. 재고미는 2009년산 89만톤, 2008년산 28만톤으로 대다수를 차지하지만, 2005년산도 11만톤에 이른다.
더구나 올해 예상 신곡 소비량이 생산량(467만~482만톤)에 비해 크게 떨어진 426만톤에 그치면서 쌀 재고량은 이보다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소비 감소와 대북 지원 중단
시장에 공급되는 물량은 이처럼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데 비해, 쌀 소비량은 식생활 패턴의 변화에 따라 급속히 줄고 있다. ‘2010 양곡연도’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73㎏가량으로 예상된다. 지난 2005년 이후 5년 만에 무려 10%가량 적게 소비하고 있는 셈이다.
시장에 쌀이 남아도는 데에는 대북 쌀 지원 중단에 따른 것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대북 쌀 지원은 지난 2000년부터 매년 40만톤 가량 이뤄졌지만, 현 정부 들어 완전히 중단됐다. 이재오 특임부 장관은 지난 5일 “우리가 주는 쌀이나 식량이 ‘독’이 돼 우리에게 되돌아올 수 있다”면서 “북한의 변화를 지켜보며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밝힘으로써 유보적 입장을 나타냈다.

◆폭락하는 국내 쌀값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쌀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정곡 80㎏을 기준으로 한 전국 산지 평균 쌀값은 2008년 8월 16만 2029원에 이르렀지만, 1년 뒤인 2009년 8월 15만 2728원으로 떨어졌다. 쌀값은 올 들어서도 하락을 거듭하면서 9월 현재 12만원대로 떨어졌다.

◆ 서천의 벼농사 실태


 

▲ 서천읍 사곡리에 있는 다랭이논. 논은 토양유실 방지, 지하수 함양 등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1ha 이하 소농 전체농가 70% 이상
쌀 80kg 1가마 12만원대…생산원가에도 못미쳐

서천의 농가 인구는 2009년 19,615명으로 전체 인구의 33%(전국 6.4%)에 해당하며 농가는 10,431가구로 전체 가구수의 약 31%(전국 7.1%)를 차지하고 있다.<표1>
이처럼 농업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커 대체로 서천 주민들의 삶의 질은 농업에 달려있다고 할만하다.

최근 군청 친환경농림과에서 농지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체 농가의 약77%가 1ha의 농지를 경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 관계자의 말대로 조사 결과의 오차가 크다 하더라도 대다수의 농가는 경작 면적 3천평 미만의 영세한 소농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농업 인구의 고령화로 이러한 소농들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이다. 이러한 소농들이 전업농인지 아닌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는 실정이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총가 4천 가구 정도가 임차농이라 한다. 농가의 상당수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경지 외에 타인의 경지를 임대하여 벼농사를 짓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며 연령이 낮은 층에서 주로 임차농을 짓고 있다 .

현재 80kg 쌀 한가마에 12만원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서천군농민회 박대수 사무국장은 “임대료, 농약값, 기름값, 농기계 대여료 등을 빼면 인건비를 넣지 않더라도 생산원가에 못미친다”고 말했다. 논 30마지기면 대학생 두 명은 충분히 가르쳤다는 옛날에 비하면 농촌이 얼마나 피폐해졌는지 알 수 있다.

선불로 지급하는 임차료는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1마지기(200평)당 보통 80kg 두 가마 이상이다. 그러나 현행 농지법에 따르면 소작농은 금지되어 있으며, 농어촌공사 농지은행 사업에서 농지를 매입 또는 임차하여 전업농 등에게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 역시 대농 위주의 농업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영농 형태가 정책을 실행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낳고 있다고 군 관계자는 말했다. 군의회 의원을 지낸 한 농업인도 “농민들을 위해 제도를 만들려 해도 이해관계가 달라 어느 계층에 맞추기 어려워 정책 입안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대다수 소농들을 위한 정책을 펴기에 앞서 정확한 농지이용실태 조사부터 필요하다.

한편 농어촌사회문제연구소 권영근 소장은 강대국이 주도하는 자유무역만이 강조될 것이 아니라 자주성에 기초한 ‘무역의 자유’도 동시에 확보하여 자립적 국민경제 형성을 위한 농업정책이 국가적 차원에서 우선 실행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 지난 9월 8일 서천군농민회 회원들이 군청사 마당에 모여 3천배를 올리며 농정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 정부의 농업정책


‘영농의 규모화’ 정책 농업구조 반영못해
 현정권, 대농위주 농정에 기업의 논리 가미

‘세계화’를 국정 지표로 삼은 김영삼 정부 이후 우리의 농업정책의 기조는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고 대신 대농을 육성해 규모를 키워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농업개방 국면에서 ‘구조조정만 한국농업의 살길’이라는 데 언론도 한 목소리를 내왔다.

현재 한국 농가의 평균 경작 면적은 가구당 1ha(3000평)를 조금 넘는다. 일본 1.5ha, 대만 1.2ha와는 비슷한 수준이지만 대규모 기계 영농을 하는 미국(120ha)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일반 국민들에게는 규모화는 시장 개방의 대응논리로 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규모화는 “이미 폐기된 논리”라며 무책임한 대응책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개방을 전제로 한 단순논리라는 것이다. “개방을 한다>경쟁력을 갖춰야 한다>왜 경쟁력이 없나>영세해서 그렇다>그렇다면 규모를 키워라”라는 식이다.

규모화의 논리대로라면 땅값이 미국의 10배이고 호주의 20배인 실정에서 도저히 경쟁력이 될 수 없고 농사를 짓지 말아야 맞다. 그럼에도 농사를 지어야 하는 이유는 농업에는 다양한 공익적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매년 약 9조원의 쌀이 생산되지만 농사로 인한 지하수 함양, 대기 정화, 홍수 조절 등의 비교역적인 공익기능을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93조원 이상의 가치를 형성해준다.

선진제국이 왜 농업을 시장에 맡겨두지 않고 이를 유지하고자 애쓰는지는 바로 그 공익적 가치가 국가공동체에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즉 결국 농업의 비교역적 가치는 농업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와 농업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이유 및 농업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국가가 나서서 보조를 해주어야 하는 이유를 매우 상식적인 수준에서 깨우쳐 주고 있는 것이다.

2005년 미국의 농업생산액 대비 농업보조금 지원 규모가 약 15%인데 우리나라는 5%였다. 미국은 대농인데도 이처럼 많은 지원을 해주니 우리의 소농에게는 그보다 더 많은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농업을 유지할 것인가와 이를 위해서 어느 정도 보조를 할 것인가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며, 국력의 크기에 영향을 받는다. 이것은 정치적 결정이며, 아직도 우리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함을 시사한다.

참여정부 출범 후 정부는 ‘규모화와 이용효율을 극대화하는 농지 유동화 체제를 구축한다’며 역대 정부가 추진해온 영농규모화 사업을 승계하였다. 농가 평균 1ha(헥타아르. 1ha = 1만㎡) 수준인 농지 보유로는 늘어나는 도시-농촌 소득격차를 줄일 수 없다고 보고 오는 2013년까지 쌀 전업농 7만호를 육성하고 이들의 영농규모를 호당 평균 6ha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것이었다.

2008년 2월 25일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개방에 취약한 농업·농촌·농민을 위한 대응책 마련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농림수산업을 더 이상 1차산업이 아닌 유통·서비스·경영이 결합된 경쟁력 있는 2·3차 산업으로 발전시키고 농림수산물의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노력할 것을 강조했다. 대농 위주의 농정에 기업의 논리를 가미한 것이다.

이러한 농정방향은 현재까지도 그대로 유지, 지속되고 있으며 일부 결과물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민간자본과 인력을 유치해 농수산물의 생산과 가공·저장·유통시설을 갖춘 대규모 농업회사와 전문경영체제를 갖춰 시장교섭력을 제고하고 직거래를 통한 유통비용을 감소시키겠다는 취지의 시군 유통회사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 농업의 구조가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대농의 형태를 취할 수 없는 중소농이 중심인 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규모화, 조직화의 농정방향만 강조되면서 중소농의 쇠퇴를 불러오고 그 반작용으로 영세농만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농촌사회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심각한 농업 내부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5년간의 추이를 보면 농지규모화 사업에 1조 9000여억원을 투입했으나 지난해 경지 규모별 농가 분포는 2000년과 비교해 1ha미만 농가 비율이 59.2%에서 64.7%로 급증한 반면 중규모 농가인 1~2ha농가 비중은 25.4%에서 20.1%로, 2~3ha농가는 8.2%에서 6.7%로 각각 줄어 양극화만 초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영농의 규모화’로 불리는 대농 위주의 정책 목표는 우리 농업의 구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세계 농정의 흐름과도 어긋나는 것으로 판결이 난 셈이다.


■ 논의 공익적 가치

논의 가치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홍수조절·토양유실방지·지하수 함양·대기정화

우리 민족은 반만년 역사 이래 벼농사를 지으며 살아왔으며 지금도 100여만 ha의 논에서 3천500만 섬의 쌀을 생산하여 주곡의 자급을 이루고 있다. 그렇다면 논은 쌀 생산 기능만을 담당할까.

우리나라 기후는 여름 한 철에 강우량이 집중되어 우기와 건기가 뚜렷한 아시아 몬순기후에 속한다. 아시아 몬순지역에 맞는 농사는 벼농사이며 세계 쌀 생산량의 92%가 아시아 몬순기후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매년 여름이면 집중호우로 가옥과 농경지가 침수되는 피해를 겪고 있다. 수리 시설의 문제도 있지만 난개발로 인해 논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논은 국민의 주식인 쌀을 생산할 뿐만 아니라 여름철 홍수를 막아주고 지하수를 함양하며 대기와 수질을 정화한다. 또한 토양유실을 막아주며 푸른 공간을 제공하고 생태계를 보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교역이 가능한 재화를 직접 생산하지 않지만 인간에게 두루 이로운 이러한 기능을 비교역적 기능 또는 공익적 기능이라 한다.
논둑은 저수지처럼 일시적으로 빗물을 가둬 하천으로 흘러들어가는 시간을 지체시켜 주는 홍수 조절 기능을 한다. 홍수가 발생하는 시간을 3일로 계산해 홍수 시기에 논 1ha당 저장 용수량은 2,378톤으로 이를 우리나라 전체 논 면적에 적용하면 춘천댐의 18.5배에 이른다 한다.

이처럼 논이 가두어 놓는 물은 지하수를 함양하는데 매년 54억 5천톤의 물을 지하수로 저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1년간 전 국민이 사용하는 물 68억 7천톤의 약 80%에 해당하는 양이다.
또한 논이 저장하는 물은 한여름 적당량이 증발되면서 대기의 온도를 낮춰주며 논에서 자라는 벼는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연간 1천28만톤(1ha당 연간 9톤 정도)의 산소를 발산하여 대기를 맑고 신선하게 한다.

또한 경사지에서 빗물과 함께 쓸려오는 토사를 담아줌으로써 하천으로 하천으로 곧바로 떠내려가는 것을 막아준다. 이러한 토양유실 방지 기능과 홍수 조절 기능은 엄청난 재산적 피해와 환경파괴를 방지하고 있다.
이처럼 논은 쌀의 생산뿐 아니라 환경적으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다원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논의 형상이 유지된 것만으로도 전체 국민이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이다.

2008년 경남 창원에서 열린 제10차 람사르 총회에서 논이 ‘놀랄만한 아시아의 습지’로서 주목을 받으며 주요의제로 부상하였다.
2005년 일본 카부쿠리 논이 최초로 람사르 습지에 등록된 바 있으며, 창원 총회를 앞두고 매화마름 군락지인 강화도 논이 람사르 습지로 공식 등록됐다. 또한 ‘논 습지 결의안'이 상정되는 등 논이 새롭게 주목받았다. 논이 쌀의 생산 공간이라는 인식을 넘어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습지로서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논에서는 송장헤엄치게, 게아재비, 연못하루살이, 좀잠자리 등 수서곤충들도 살아간다. 논에서 번식하는 뜸부기, 호사도요, 장다리물떼새등을 통해 물새 서식지로서의 가치와 인간과의 공존을 전달한다.
이처럼 논은 조류와 어류, 파충류, 양서류, 절지동물, 연체동물, 미생물, 식물체 등 다양한 생물체의 중요한 삶의 터전이며 큰기러기와 청둥오리 등 철새가 잠시 여정의 피로를 푸는 중간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회ㆍ경제적 변화로 인해 논의 면적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한국에서 논 습지는 1988년 135만8천㏊에서 2007년 107만㏊로 20년 동안 전체 면적의 21.2%인 28만8천㏊가 줄었다. 해마다 논 1만4천400㏊가 사라지는 것이다. 2013년이면 논 습지 면적이 처음으로 100만㏊ 미만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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