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에서 구경꾼으로 살다
서천에서 구경꾼으로 살다
  • 편집국 기자
  • 승인 2010.11.15 13:05
  • 호수 54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선희 칼럼위원

구경이라 함은 무언가에 흥미를 가지고 보는 일을 말한다. 그리고 단풍구경, 영화구경, 달구경처럼 자신의 생활과 시간 여유에 따라 마음 편히 구경하는 사람을 구경꾼이라 말한다.

그런데 요즘 나는 오히려 마음이 불편해지는 구경꾼이 되고 있다. 생활하면서 고쳤으면 하는 일에 뒷짐 진 채 구경만 하고 변화를 시도하지 못한다. 원칙이 우선하는 세상 만들기에 노력하지 않는 구경꾼이다.
인도를 걸어갈 때 지나치게 인도까지 점령한 상가의 물건을 본다. 이것은 너무한데 주인한테 말할까 하다 참는다. 인도를 안전하게 확보하고 걸어야 교통사고로부터 우리의 생명을 지킬 수 있음에도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며 물건을 구경하는 꼴이다.

어린이보호구역내에 주·정차 된 차량들을 보고도 운전자에게 말하지 못한다. 경찰이 나와서 단속하는 것을 구경한다. 횡단보도에 차를 세우는 것을 보고도 선뜻 운전자에게 다가가 다른 곳에 차를 세워줄 것을 요구하지 못한다. 어쩌다 말 하면서도 저 사람이 나보고 뭐라하면 어쩌지 겁난다. ‘모두가 지키면 편리하다’고 말하기를 주저하고 있다.

홀수, 짝수 일에 따라 주·정차하게 된 시내 도로에서도 홀, 짝일을 지키지 않고 주·정차하는 것을 본다. ‘뭐 금방 볼 일 보고 가려나보다’하고 생각하고 만다. 비좁은 시내도로지만 넓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도입된 일에 있어 나만 지키면 된다 생각한다. 같이 지키고 따를 때 쾌적한 도로가 될 일에, 주인 된 시민의식으로 ‘같이 고쳐갑시다’ 말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딴 동네 일처럼 구경한다.

길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도 때로 보고 그냥 지나칠 때가 많다. 머리로는 깨끗한 서천을 만들자 하면서도 몸소 실천할 의지가 부족하다. 깨끗한 서천의 거리 내 집 앞, 내 가게 청소, 내 손끝에서 시작되는 데 쉽고 간단한 일을 하지 못할 때가 있다.

‘어메니티 서천은 생활쓰레기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는 일부터’라는 글을 보았다. 생활쓰레기 분리수거는 우리 주부들이 마음먹고 나서면 제대로 정착이 될 일인데 꼼꼼히 살피지 못하고 버리는 경우가 있다. 우선 편리함만 찾는다. 그리고는 함부로 버려진 쓰레기를 보고 눈살만 찌푸리며 말로만 환경을 떠든다. 가뭄에 콩 나듯 하지만 장바구니 들고 시장을 보는 주부의 모습을 물끄러미 구경할 뿐 자신은 장바구니 들지 않는 알뜰함이 부족한 구경꾼이다.

아파트나 주택 문에 수시로 붙는 각종 광고지. 원래 이런 식의 광고는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지나간다. 지정된 게시대 외에 걸려있는 현수막도 마찬가지로 걸 수 없음을 알지만 오랫동안 관행처럼 해 왔으니까 잘못을 묵인하는 구경꾼이 되고 만다.

구경꾼으로 사는 일은 위에 열거한 것 빼고도 많다. 때로 불편한 진실 앞에서 침묵하고 나 아니라도 누군가가 대신 정의와 법을 지키는 일을 향해 발 벗고 나서겠지, 조용히 생활하면 싫은 소리 듣지 않고도 지금보다 편리하고 자유롭게 살 수 있겠지 한다. 상대에게 싫은 소리했다가 앙금이 남은 사이 될까봐 어쩌면 계속 구경하는 사람이 되어가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처럼 구경꾼으로 사는 사람은 서천에서 나 하나뿐일까 생각한다. 이제 서로 구경꾼에서 벗어나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살아보자 말하고 싶다. 가령 몰라서 지키지 못하는 것이라면 자연스레 다가가 알려주고 도와주는 마음이 필요하다. 구경만 해서는 우리가 원하는 질서 있고 원칙이 통하는 사회가 되는 때는 오래 걸릴 것이다.

예를 들어 주정차 단속은 경찰이나 단속요원만으로는 부족하니 길을 지나다 혹시 모르는 분이 있거든 ‘내가 주인이다’하는 생각으로 정중히 안내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을 불쾌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라 모두가 살기 좋은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한 일이니 웃으면 받아들이는 자세도 필요할 것이다.

구경꾼에서 벗어나 잘못된 일을 고쳐나가며 주변의 평판에 연연하지 않고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목소리 내고 실천하는 사람이 늘어날 때 편리하고 윤택한 생활 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소리새 2010-11-18 18:04:58
가슴아픈 서천의 모습을 지적해 주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