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에서 용 난다?
개천에서 용 난다?
  • 편집국 기자
  • 승인 2010.11.22 15:28
  • 호수 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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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복 칼럼위원

▲ 권기복 칼럼위원
필자가 책상에 앉아서 펜대를 붙잡고 있는 시간이 마침 2011년 대입수능 시험 시간이다. 올해에는 71만 여명이 응시하여 예년보다 3만 5천 명 정도가 늘었다고 한다. 대입수능 시험을 대학 입시의 등용문이라고 하는 만큼, 용이 되기 위한 71만 여명의 각축전이 치열한 시간이다.

아시아권이 거의 다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남보다 낫다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 한국의 중?고등학생들은 청소년기를 학교 감옥에서 6년간 보내야 한다. 인생을 80년 잡으면 길지 않은 세월이지만, 청소년기는 그 기간이 전부이기에 안타까움이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청소년기는 무엇이든지 해보고 싶은 때이다. 이 때 경험하지 못한 것은 성인기에 쉽사리 다가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오로지 청소년기를 학업에만 매달리다보니, 다른 재능이나 인성을 익힐 시간이 없다. 학업성적 하나로 스스로를 몇 등 인생으로 규정짓고 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상위 성적 학생은 스스로를 ‘고급인간’에 올려놓고, 하위 성적 학생은 스스로를 ‘하급인간’으로 내려놓고 본다. 그리고는 우리 사회에서 ‘고급인간’은 군림을 하게 된다. ‘저 친구는 나보다 그림을 잘 그려!’, ‘저 친구는 나보다 축구를 잘 해!’ 등의 가치는 전혀 울림이 없다. 이것이 성적 지상주의가 낳은 우리 사회의 병폐이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이다. 모든 인간이 인간이기 때문에 존중을 받아야 하고, 서열이나 계급에 의해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한다. 누구는 공부를 잘 하지만, 누구는 그림을 잘 그리고, 누구는 축구를 잘 하기 때문에 제 각각 존중을 받는 사회가 참다운 민주사회이다. 이처럼 인간 개개인의 재능은 대부분 청소년기에 발굴되고, 육성되어 진다. 그런데, 이 시기에 오로지 공부에만 매달리게 만들고 자신의 꿈을 찾아서 키우라고 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청소년은 자신의 재능 발굴보다는 학업성적에 의해 매겨진 등급의 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우리 속담에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있다. 이는 미천한 가문이나 지역에서 큰 인물이 나온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현재에도 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는 정치인들이나 명망이 있는 학자들이 자주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이 말은 출세주의를 대표하는 말이다. 우선, 용이라는 존재는 상상 속의 동물일 뿐이다. 존재하지도 않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 한 줄 세우기의 모델로써 가장 적정하기 때문이다. 만일, 개천에서 용이 자란다고 생각해보자. 그 개천은 용이 살기에 가장 최악의 환경일 것이다. 그럼, 그 용의 가장 불행한 성장기는 누가 보상해 줄 것인가? 존재하지도 않지만, 용이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스스로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는 것이 마땅하다.

필자도 교육의 길을 걷는 사람으로서,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도 않는 용을 만들기 위한 교육을 버리자고 강력히 제안한다. 개천이나 연못, 강, 바다 등 모든 물고기들이 각자 살기에 맞는 환경에서 자신의 모습과 특성, 건강을 잃지 않게 보살펴 주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기초학력의 중요성을 도외시하자는 것은 아니다. 기초학력의 습득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게 하고, 자신의 재능 신장을 위해서도 필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기초학력 신장보다는 남보다 1점 앞서고자 하는 성적지상주의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청소년기를 오직 학업에만 매달린 대입 수능생들이 결과에 대해 모두 만족하기를 바란다. 예년처럼 점수 비관으로 극단의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재발되지 않기를 빈다. 우리 기성세대들부터 개천에서 용 나기를 바라지 말고, 우리 사회 곳곳에서 저마다의 특성을 발휘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줄 의무가 있다. 오늘을 사는 청소년들의 꿈과 진로에 귀천을 두지 말자. 국가 발전을 위해서도 제각각 재능에 맞는 길로 찾아가서 능력발휘하게 하는 것이 최선책이 아닐까?

우리 청소년들이 학력 신장뿐만 아니라, 예·체·기(藝·體·技) 능력 배양을 함께 추구하면서 땀 흘리는 밝은 미소를 바라보면 안 될까? 청소년들끼리 서로간의 능력을 존중하면서, 인간의 존엄성을 체득하게 하는 길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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