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인성호(三人成虎)
삼인성호(三人成虎)
  • 편집국 기자
  • 승인 2010.12.06 13:58
  • 호수 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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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식 칼럼위원

▲ 장인식 칼럼위원
사람들로 붐비는 시장(市場)에 호랑이가 나타났다면 쉽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시장바닥을 어슬렁거리는 호랑이를 보았다고 말하는 사람을 셋쯤 이어 만나게 된다면 믿지 않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세 사람이면 호랑이도 만든다는 사자성어가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늘 고민해야 하는 우리들에게 한번쯤은 되짚어 보아야 할 의미이기도 하구요.

게다가 이 말이 중국 역사에 있어 가장 혼란했었던 춘추전국시대에 등장했다는 것이 흥미롭기도 합니다. 요약해 보자면 위나라의 혜왕(惠王)과 그의 충신 방총이 나눈 대화기록에서 나옵니다.

방총은 태자를 수행하고 조(趙)나라로 가게 되었답니다. 그는 자기가 없는 사이에 자신을 모략하는 사람이 나타나게 될 것을 우려하여, 왕에게 몇 마디 아뢰게 됩니다.“ 만약 어떤 이가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말을 한다면 왕께서는 믿으시겠습니까?”

이에 왕은 대답합니다. “그걸 누가믿겠는가?”라고 말입니다. 방총이 다시금 질문합니다.“ 이번엔 다른 사람이와서 같은 말을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라고 묻자 왕은 “그렇다면 반신반의하게 될 것 같네.” 라고 대답합니다.
다시 방총이 “세 번째 사람도 와서 똑같은 말을 한다면 왕께서는 어떠하실 것 같습니까?”라고 하자 왕은 “그
러면 그것을 믿을 것 같네.”라고 합니다. 그러자 방총이 간청합니다. 그러하기에 자기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자신을 모략하는 자를 경계하라고 말입니다.

이후의 상황전개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미 사자성어를 아시는 분들이야 그 결과를 잘 아시겠지만 과연 혜왕은어떻게 했을까요? 충신의 말을 귀담아들었다가 간신들을 찾아낼 수 있었을지 아님 간신들의 입방아에 놀아나 충신을 버릴지 말입니다.

바로 여기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과연 나는 어떠한 존재일까? 물론 의사결정을 내리는 왕도 되었다가진실을 고해야 하는 신하도 되고 때론 충신을 죽이고 있는 간자에도 포함되기도 하겠지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다. 옳다고 해서 반드시 진실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다수의 의견이 오히려 진실과 멀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옳다고 하는 것이 진실과 먼 거짓인 경우, 우리는 거짓을 진실처럼 왜곡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남의 눈과 귀에 자신의 판단을 양보하는 경우가 많이 있음도 고백해 봅니다. 내가 직접 보고 들은 것도 아닌데 다른 사람의 견해만을 진실처럼 받아들이며 스스로의 입맛에만 맞는 선입관과 편견을 만들어 가기도 합니다.

또한 오만과 자만에 빠져 눈앞에서 직접 본 것도 진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등 뒤에서 하는 말들은 진실로 받아들이기까지 합니다. 최악의 경우네요. 내가 할 때는 로맨스요, 남이 할 때는 불륜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질 때 말입니다.

지난번 역사 드라마에 보았던 대사가 떠오릅니다. 진실로 대했는데 부담스러워하고 희망을 가지려 했는데 버거워하기만 하고 소통하려 노력했는데 귀찮아하고 자유를 주면 망설인다는 내용입니다.

벌써 12월이네요. 올 한해는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싼 티 났는지 아님 부(富)티 났는지 반성해봅니다. 게다가 주로 어떤 사람들하고 생활하고 있는지도 살펴봅니다. 선함이 없으면 위대함도 없다는 말을 호랑이해를 보내면서 곱씹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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