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으로 돌파구 찾자
‘중립’으로 돌파구 찾자
  • 김승국 칼럼위원
  • 승인 2010.12.19 22:24
  • 호수 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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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국/칼럼위원
최근의 한반도 정세는 전쟁 지향적이다. 금방 전쟁이 일어날 듯한 정세는 아니지만, 남북한이 군사적인 충돌을 서로 억제하지 못할 경우 전쟁으로 줄달음칠지도 모르는 형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립(영세중립, 중립화 통일)’의 요소를 찾는 지혜가 바람직하다. 전쟁의 억제를 통한 평화통일의 실마리를 발견하는 차원에서 ‘중립’의 발상이 중요하다.

‘중립(中立)’의 뜻풀이는 이렇다; ① 어느 편에도 치우침이 없이 그 중간에 서는 일. 양자의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아니함. 중정(中正)독립. ② 곧아 한쪽으로 기울지 아니함. ③ 어느 쪽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지 않고, 적대하지 않음. ④ 교전하는 나라(교전국)의 어느 쪽도 편들지 아니함. 교전국 쌍방에 대하여 공평하며, 원조를 하지 않음. ⑤ 국제법상 국가 간의 분쟁ㆍ전쟁에 관여하지 않음. 어떠한 군사동맹에도 참가하지 않음.

개인ㆍ국가 간의 중립을 지키려면 위와 같은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어느 편에도 치우침이 없이 중간에 서는 ‘엄정중립’의 삶의 태도를 지키기 어렵다. 중립적인 인생살이가 수월하지 않은 것은 이기적인 심성 때문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동물이어서 자기에게 도움을 주는 쪽을 선호한다.

이해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사람일수록 상대방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고 적대하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차별하거나 배제한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기중심의 인간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남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데 익숙하며, 이렇게 하는 가운데 상대방을 적대시하는 경우가 생긴다.

개인의 삶이 이러할진데 국가의 경우는 훨씬 어려워진다. 이웃나라에서 전쟁이 일어났는데 엄정중립의 외교노선만 고집하다가 전쟁의 불똥이 자국(자기 나라)로 튀면 어쩔 셈인가? 전쟁의 불길이 자국에 옮겨오기 전에 동맹관계를 만들거나 기존의 동맹관계에 편입되어야 국가의 안전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중립국이 되어 어느 쪽에도 편들지 않고, 전쟁에 영향을 끼치는 행동을 일체 피하는 게 유리한가? 불리한가? 큰 나라에 빌붙어 동맹관계에 안주하는 게 유리한가? 중립국이 되는 게 좋은가?

이웃 나라에서 전쟁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자국의 영토 안에서 전쟁이나 분쟁이 발생했을 때 뒷짐 지고 앉아서 “우리는 엄정중립을 지킬 터이니 썩 물러나시오!”라고 말하면 상대 국가가 그 말을 들을까? 제2차 대전 때, 중립정책을 취하고 있던 네덜란드ㆍ룩셈부르크가 히틀러 군대에 유린된 사례가 재발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을 국제적으로 받을 수 있을까?

개인 간의 관계 속에서도 중립의 지대를 발견하기 어려운데 국가 간의 관계 속에서 중립지대를 조성할 때 더욱 큰 난관이 닥쳐온다. 남(타국)의 손해가 나(자국)의 이익이 되는 제로섬(zero sum) 사회(국제사회)는, 중립지대를 용납하지 않는다.

‘천하무인(天下無人; 천하에 남이란 없다)’이라는 묵자(墨子)의 말씀에 따라 개인 간의 중립지대를 애써 만들 수 있겠다.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천하무인의 중립지대를 만들 수 있겠지만, 국익의 충돌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국제사회에서 중립지대는 어쩌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특히 한반도의 주변처럼 강대국들이 전갈과 같이 우글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중립화ㆍ중립지대ㆍ영세중립을 이야기하면  매국노로 낙인찍힐 수도 있다. 동맹의 가치가 영세중립보다 성(聖)스러운 이 땅에서 중립을 섣불리 이야기하다가 뺨 맞기 안성맞춤이다. 현실정치(Real Politics)가 득세하는 세상에서 ‘한국도 스위스ㆍ오스트리아ㆍ코스타리카와 같은 중립국가가 되어야한다’고 설파할수록 ‘이상적이고 낭만적인 꿈속에서 헤어나지 못한다.’고 핀잔을 들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 중립국가로 되고 한반도가 중립지대로 되는 게 이상적인 꿈에 불과할까?
중립화 논의에 이상적인 요소가 깃들어 있지만 환상은 아닌 듯하다. 한국 사람이라고 해서 스위스ㆍ오스트리아ㆍ코스타리카 사람들처럼, 우리나라(한국)를 중립국가로 만들거나 한반도를 중립지대로 만들지 못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한반도의 엄중한 현실 속에서 엄중중립을 지키라는 주문(注文)이, 평화통일의 주문(呪文)으로 승격될 날이 도래할 수도 있다. 강대국을 향하여 “우리들(우리 민족)이 스위스ㆍ오스트리아ㆍ코스타리카와 같은 중립정책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이룰 테니 더 이상 간섭하지 말고 한반도의 중립지대화 방안에 동의하시오.”라고 주문(注文)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반도 중립통일의 주문(呪文)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의 내용은 본지의 논조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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