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 팔아 자식대학도 보내고 시집도 보냈슈”
“조개 팔아 자식대학도 보내고 시집도 보냈슈”
  • 고종만 기자
  • 승인 2011.08.22 11:25
  • 호수 5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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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특화시장 옥남수산 박/종/예씨

“이놈들이 있었기에 대학가겠다는 자식 모두 보내고 시집도 보낼 수 있었지유.”


서천특화시장 수산물동 1층에서 조개류만을 전문적으로 파는 옥남수산 박종예(72)씨는 조개를 자식들을 키우고 교육시키는데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보물(?)로 여기고 있다. 행정구역상 장항읍 송림리에 속한 유부도 일대 갯벌이 그의 보물창고다.


가난한 농부와 결혼한 이후 지난 40여년 가까이 이곳에서 조개를 잡아 한두 명도 아닌 여섯 자식 모두 고등학교 이상 대학까지 보내고, 막내인 아들만 제외하곤 딸들을 다 출가시켰다.
“솔직히 아들 낳기 위해 낳다 보니까 6남매를 두게 됐지요”라는 박 씨는 “많이 배우지 못한 부모를 만난 자식들에겐 배움의 가난은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죽을 힘을 다해 키웠지요. 이런 부모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여섯 자식 모두 하나같이 말썽하나 안 피우고 잘 자라줘서 고맙기도 하고 대견하기까지 해요.”


지난해까지 남편과 함께 갯벌에서 조개를 잡았던 박 씨는 그동안 잡은 조개 등을 팔며 장항장과 옛날 서천시장에서 30여년을 장사해오다 특화시장 개장과 함께 자리를 옮겨 8년째 영업해오고 있다.
그에겐 장사 연륜만큼이나 많이 확보한 단골손님 덕에 별 어려움 없이 장사할 수 있다고 한다.‘한번 찾아온 손님 절대로 섭섭하게 해서 보내지 않는다’는 게 40년 장사에서 터득한 박 씨만의 상술.


그도 그럴 것이 그날그날 잡은 조개류를 팔다보니 문 여는 시간이 들쭉날쭉하지만 싱싱함에다 한번이라도 배포가 큰 박 씨의 푸짐한 덤까지 얻어간 손님은 골수 단골이 될 수밖에 없단다.
기자가 취재하던 지난 1일 박씨는 2만원어치의 바지락과 백합을 산 손님에게 1만원어치의 조개를 통 큰 덤으로 안겨줬다. 


바쁜 경우가 아니면 단골손님들은 그가 가게 문을 열 때까지 기다려주고, 며칠 동안 가게를 비울라치면 안부전화까지 해주는 단골들이 많아 고맙다는 게 박 씨의 얘기다.
이 때문에 남들보다 가게 운영시간이 적어도 하루 종일 영업하는 다른 가게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박 씨는 단골손님에다 외지손님까지 찾아오는 주말에는 60~70여만 원의 수입을 올린다고 한다.


요즘 그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다. 다름 아닌 ㅎ화약 연구소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막내아들이 오는 11월 결혼날짜를 받아놨기 때문이란다.
“아들과 셋째 딸이 한해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뒷바라지하기 가장 힘들었다”는 박 씨는 둘에게 들어간 뭉치돈만 4년 동안 1억5000여만 원 들어갔는데 학비 전액을 ‘갯벌은행(?)’에서 조달했다고 한다.
“해를 거듭할수록 기상이변에다 환경오염까지 겹치면서 조개가 예전만큼 잡히지 않아 걱정이 많다”는 박씨는 “아들에게 집 한 채 사줄 형편은 못되고, 전셋집 한 칸 마련해주기 위해 열심히 조개 잡아 팔 생각”이라며 배를 타고 갯벌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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