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의 산천에서 희망 일군다
서천의 산천에서 희망 일군다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1.09.05 11:47
  • 호수 5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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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면 감박사 권오흔씨

▲ 판교면 권오흔씨
우리 민족에게 감보다 더 친숙한 과일이 또 있을까. 많은 문학 작품 속에도 감이 흔히 등장한다. 또한 감은 유교사회에서 대추, 밤과 함께 제사상의 필수품이었다. 대추는 일편단심 충성을 상징하고 밤은 3정승, 감은 6판서가 후손 가운데 탄생함을 기원하는 염원이 담겨있다고 한다. 유년 시절 제상에 놓였던 곶감 하나 더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일 등은 이제 아련한 추억이다.


흔히 감은 일교차가 큰 내륙 산간지방에서 많이 생산되는데 서천에서도 천방산 한 켠에서 명품 감이 생산되고 있다.
판교면 만덕리에 사는 권오흔(58)씨의 감 농장은 봉림산 줄기가 뻗어내린 문산면 금복리 임도변에 있다. 북쪽으로 훤하게 트인 전망이 빼어난 곳에 자리잡은 감 농장은 1만 5000평 정도이다.


이곳에 그는 96년부터 감나무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조생종 동원, 사과 맛이 나는 태추, 크고 섬유질이 적어 부드러운 맛이 나는 야오끼 등과 곶감을 만드는 재래종 종자도 약간 있다.
비교적 벌레가 덜 들끓는다는 감에도 많은 농약이 살포되고 있다. 그러나 권씨는 당귀, 감초, 계피, 마늘 등을 소주로 울궈낸 해충퇴치제를 이용할 뿐 8월 이후엔 농약을 치지 않는다. 감나무 아래에는 산야초들이 풋풋하게 자라고 있다. 내년에는 올해 제조 방법을 배워놓은 유화제와 황토유황을 이용해 무농약 감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거름은 감나무 아래에서 자라는 풀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한다.


“땅이 살아 있다는 것은 땅에 많은 미생물들이 살아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제초제를 치면 풀만이 아니라 미생물까지 모두 죽습니다.”
그가 수확한 감들은 그의 트럭에 실려 부천이나 김포 등 대도시로 나가 소비자들과 직접 만난다. 처음엔 판매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신선하고 맛이 뛰어나 차츰 단골이 늘고 소문이 퍼져나가 가을이 깊어가면 기다리는 사람이 됐다.
“1시간 만에 220상자 전부를 판 적도 있습니다”


복잡한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고 싱싱하고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를 찾아가는 것이다.
서천 사람들도 먹게 해야 하지 않느냐고 묻자 “물론 서천 시장에도 내지만 양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라고 답했다.
인근에서 ‘감 박사’라고 불리는 그는 지금도 끊임없이 공부하는 자세이다. 각종 농사 관련 책자들을 한 달이면 두 권 이상 읽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공부한 내용은 이웃에 소상히 알려준다고 한다.


금복리 산골짜기 권오흔씨의 감농장에서 서천이 품고 있는 고유의 공간이 있는 한 얼마든지 희망을 찾을 수 있음을 확인했다.   

▲ 문산면 금복리에 있는 권오흔시 간나무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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