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래기, ‘밥상의 주역’으로 등장하다
시래기, ‘밥상의 주역’으로 등장하다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1.11.21 11:18
  • 호수 5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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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이섬유 주성분-당뇨 예방에 특효
딸기·우유·당근보다 많은 비타민

▲ 김장을 앞둔 무밭

 

가장 바깥에 서서 흙먼지 폭우를 견디며/몸을 열 배 스무 배로 키운 것도 저들이다/더 깨끗하고 고운 잎을 만들고 지키기 위해/가장 오래 세찬 바람 맞으며 하루하루 낡아간 것도/저들이고 마침내 사람들이 고갱이만을 택하고 난 뒤/제일 먼저 버림받은 것도 저들이다
<도종환 ‘시래기’ 부분>

위 시에서도 시래기는 화려한 주역이 아니라 뒷전으로 밀려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존재이다. 시래기는 60, 70대를 겪은 세대에게는 가난의 상징으로 기억 속에 들어앉아 있다. 이 시절 대도시 김장시장에서 시래기를 주워 끼니를 이으며 살아온 사람들도 많다. 심지어 도시 아이들은 시래기와 쓰레기를 같은 말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그러나 육류의 과다 섭취로 인한 질병이 만연한 오늘 시래기는 밥상에서 화려한 주역으로 등장하고 있다. 무청(무의 잎)에는 딸기보다 비타민 C가 많이 들어 있으며, 비타민 B1과 B2 역시 우유보다 풍부하다. 또한 비타민 A도 같은 크기의 당근 보다 두 배가 넘게 함유돼 있어 간암억제에도 효과가 크다. 철분이 많아 빈혈에 좋고, 주성분인 식이섬유와 칼슘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려 동맥경화 억제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현대인의 고질병인 당뇨 예방에 특효이다.
야채를 비롯한 식물성 먹을거리에는 빼놓을 수 없는 성분이 있다. 섬유질이 바로 그것이다. 섬유질은 인체가 소화할 수 없는 물질이다. 그러나 섬유질은 없어서는 안 될 물질이다. 소화가 안 되는 섬유질은 진공청소기가 방안의 티끌들을 빨아들이듯 소화기관 내에서 불필요한 물질들을 흡인하여 체외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최근 들어 섬유질의 기능으로서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영양분의 흡수 속도 조절기능이다. 정제당의 흡수속도가 너무 빨라 혈당관리시스템에 혼선을 불러일으키는 까닭도 섬유질이 배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탄을 받고 있는 정제식품들도 알고 보면 이 섬유질을 강제로 추방한 탓에서 비롯된다. 백설탕보다는 흑설탕이, 백미보다는 현미가, 백밀가루보다는 통밀가루가 몸에 좋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호랑이가 풀을 뜯어먹는다고 하면 대부분 의아해 할 것이다. 그러나 호랑이도 풀을 먹는다. 봄에 몇 차례 새로 돋은 나뭇잎이나 풀을 뜯어 먹는데 장을 청소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섬유질을 섭취하는 것이다. 무시래기에는 이러한 섬유질이 35% 들어있다.
이같은 효능이 알려지며 시래기는 농가의 소득원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는 시래기가 당당하게 한 품목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강원도 양구군에서는 ‘시래기 축제’도 열고 있다.

▲ 어느 농가 바람벽에 걸린 시래기

◆ 시래기 만들기

옛날 고깃국 보다 대하기가 어려워진 시래기국이다. 김장철을 맞아 넘쳐나게 될 시래기를 잘 갈무리하여 올 겨울 돈 안들이고 가족 건강을 도모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시래기는 굵은 왕소금을 넣고 삶아서 말리기도 하지만 그냥 말리는 것이 영양소를 파괴하지 않아 좋다. 그늘에서 말려야 좋으며 그것도 통풍이 잘되는 흙벽이면 더욱 좋다. 흙벽은 습도를 조절하고 온도를 단절시켜주기 때문에 상하지 않고 알맞게 마르는 데 도움을 준다. 마르는 동안에 칼슘과 철분 등의 영양소가 더해진다고 한다. 무 잎을 말린 것을 시래기, 배춧잎을 말린 것을 우거지라고 엄밀하게 분류하기도 하지만 시래기로 통용된다. 그늘에서 말린 시래기는 햇볕에서 말린 시래기 보다 엽록소가 많이 남아 있어 푸른색을 많이 띤다. 또, 영양 성분이 우수하며, 물의 흡수성도 좋다. 특히 비타민 B·C는 말린 후에도 손실이 거의 없으며, 음식을 만들었을 때 연하고 부드럽다.

◆시래기 이용 음식

이렇게 말린 시래기를 푹 삶아 찬물에 우렸다가 쌀 뜨물에 된장을 풀어서 끓이거나 멸치나 기름기 있는 약간의 살코기를 넣고 끓이면 구수하고 부드러운 맛이 난다. 입맛에 따라 뼈를 우려낸 국물에 된장을 풀어 끓여도 좋다.
또, 시래기를 푹 삶아 두었다가 가늘게 썰어 밥이 뜸들 때 이 시래기를 넣으면 시래기밥이 되는데, 양념간장에 비벼먹는 맛 또한 일품이다. 명절 때 외에는 고기 구경도 못하던 시절, 겨우내내 먹었던 음식이 바로 이 시래기밥, 시래기국이었다. 그렇게 먹고 또 먹었어도 질리지 않았다. 먹을 때마다 맛은 오히려 새로웠고, 몸 또한 건강했다.
구수한 맛이 일품인 무시래기는 나물, 국, 찌개, 밥, 죽 등 다양한 요리에 사용한다. 특히 된장과 궁합이 잘 맞는다. 시래기를 이용한 소박한 밥상이 사람을 살리고 지구를 살린다는 생각을 하면 기분도 더욱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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